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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파리 사이 101장면 ⑦

라 윈 서점이 크리스티앙 디오르 매장 몰아내다

다시 만난 낯선 파리

  • 정수복│사회학자·작가

라 윈 서점이 크리스티앙 디오르 매장 몰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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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몸의 영양분이 혈관의 피를 통해 운반된다면 도시의 사람과 물건은 교통수단을 통해 이동된다. 자동차나 전차가 출현하기 이전 마차는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을 남긴 철학자 파스칼은 운송업자이기도 했다. 그는 1662년 말이 끄는 승합차를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말이 끄는 승합차는 1913년까지 존속했다. 1854년 말이 끄는 전차가 퐁 드 세브르에서 콩코르드 광장 사이의 궤도를 다니기 시작했다.

파리에서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전차가 처음 운행된 것은 1889년이다. 그 전차는 개선문이 있는 에투왈 광장에서 생제르맹 데 프레까지 운행됐다. 1903년 프랑스 전체에 자동차 대수는 9만 대였다. 그 가운데 1만8000대가 파리에 있었다. 그러니까 20세기 초 파리 거리에는 마차와 전차와 자동차가 공존했다. 파리의 지하철 공사는 1899년에 시작되었다.

풍경 #57 근대의 풍물과 근대적 생활양식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국사 시간에 개화기에 서구 문물이 도입되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고종이 지배하던 1880년대 무렵부터 1910년 한일강제합방 시기에 이르기까지 전기, 전등, 전화기, 자동차, 전차, 기차 등이 도입되면서 조선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나라들에서 시작된 근대의 풍물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비서구 사회의 근대화가 외압에 의해 강제되었다면 프랑스의 근대화는 내부적인 힘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게 비서구 사회의 역사적 열등감의 원천으로 남아 있고 그게 한이 되어서 산업화에는 늦었지만 정보화에는 앞서자는 구호가 만들어졌으며 그 면에서 한국은 프랑스를 능가하고 있다. 프랑스에 근대적 문물과 생활양식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중반이니까 우리나라 개화기보다 시기적으로 불과 50~60년 앞선 것이다. 게다가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일반인은 모두 어려운 시기를 경험했으며 1950년대가 되어서야 텔레비전과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이 널리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몇 가지 구체적 연도를 보자면 다음과 같다. 파리 5구에 있는 식물원 주변의 길들은 식물분류학자 린네를 비롯한 생물학자들의 이름으로 명명되어 있다. 이곳의 식물원은 1626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파리의 일반 가정에 처음 상수도가 설치된 해는 1782년이다. 페리에 형제가 센 강에서 튜브로 길어 올린 물을 정화해 가정집으로 수돗물을 공급했다. 1793년 유리판과 태양빛을 이용한 파리 최초의 전보 체계가 몽마르트르 언덕의 생 피에르 성당 꼭대기에 설치되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대중에게 알리는 파리 최초의 산업박람회는 1798년 샹 드 마르스에서 처음 열렸고 1801년과 1802년에는 루브르에서 열렸다. 파리의 경마장 운영은 1819년에서 1833년 사이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샹드 마르스 광장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이후 오퇴이유의 경마장으로 옮겨 제2제정 시기에 인기를 끌었고 불로뉴 숲의 롱샹 경마장으로 이어졌다. 오퇴이유와 롱샹 경마장에서는 지금도 경마가 이루어지고 있다. 1851년 아사스 거리 28번지의 루이 푸코의 저택에는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실험한 푸코의 추가 설치되었다. 파리 불로뉴 숲의 동물원은 1860년에 만들어졌다. 1879년 9월 8일에 파리 최초의 전화망이 설치되었는데 1881년 전화 가입자 수는 1602명이었다.

풍경 #58 파리의 동네시장 풍경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서울과 파리의 도시 분위기는 역사와 기억의 차원에서 커다란 차이가 난다. 그러나 파리와 서울의 차이는 도시 공간의 차이이면서 동시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방식 차이이기도 하다. 어느 도시를 가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알려면 시장을 가보아야 한다.

파리에 온 다음 날 아침 동네 시장으로 나갔다. 파리 16구 아농시아시옹 거리의 토요일 오전,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시장 골목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 몸동작, 손짓, 시선이 서울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유스러워 보인다. 여러 상점에서 풍겨나오는 냄새들이 이곳이 파리임을 즉각적으로 알려준다. 전에 다니던 빵집에서는 갓 구어낸 바게트를 비롯한 갖가지 빵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치즈 가게에서 나는 각종 치즈 냄새들이 코의 감각을 일깨운다. 식품점 앞에 설치된 기계에 얹힌 통닭이 누렇게 구워지면서 군침을 돌게 한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는 상큼한 냄새를 풍기는 백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원두커피를 파는 상점 앞에는 커피 볶는 냄새가 진동한다.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파리지엔들에게서 개성을 표현하는 갖가지 향수 냄새가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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