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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점검

대선 승패 가를 격전지 PK 민심 르포

“새누리당이고 박근혜고 다 치아뿐다카이”
“문재인 안철수 저그들이 언제부터 부산 챙노?”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정재락 기자│raks@donga.com

대선 승패 가를 격전지 PK 민심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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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명문고 출신은 강점

그가 말한 2004년 17대 총선은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 후보가 대거 당선된 선거였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박풍’을 일으켰고, 열린우리당은 부산 전체 18석 중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문 후보는 민주당 이해성 후보 후원회장으로 나섰고, 박 비대위원장은 한나라당 정양석 후보를 적극 지원했지만 개표 결과는 정양석 1만7357표(51.08%), 이해성 1만2435표(36.57%)였다. ‘박근혜 바람’은 일었지만 ‘문재인 후광’은 없었다는 게 당시 부산 민심이었다.

그건 그렇고, ‘남자 4’의 말처럼 야권의 두 후보가 부산의 양대 명문고 출신인 점은 PK지역민들에게는 호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새누리당 텃밭 PK 지역을 격전지로 만드는 데도 일정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문 후보는 경남고 25회 졸업생(1971년 졸업), 안 후보는 부산고 33회 졸업생(1980년 졸업)이다. 그러나 동문회 차원에서는 대선 후보 지원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양상이다. 1974년 고교 평준화를 기준으로 앞서 시험을 통해 입학한 ‘시험 세대’ 동문은 새누리당 지지 성향을, 이후 ‘뺑뺑이(추첨) 세대’는 문·안 후보에게 호감이 많다고 한다.

부산고 출신 전직 공무원은 “부산고 출신 국회의원 4명(정의화·나성린·이재균·김정훈 의원)이 모두 새누리당이고, 주류 분위기도 새누리당 성향인 상황이어서 야권 후보를 대놓고 지지하는 건 쉽지 않다”며 “하지만 25기 동기회와 ‘추첨 세대’는 모교 출신을 밀어주자며 나서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남고 역시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는 전국의 동문회가 열성적으로 지지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기수별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한다. 조경태 의원(민주당)을 제외한 6명이 새누리당 국회의원인데다 박희태·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경남고 출신이어서 여전히 ‘여권 지지’ 정서가 강하다. 두 후보 역시 동문회 활동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하던 중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겼다. 박 후보 지지자를 취재할 때 옆 테이블 손님이 대화를 듣고는 ‘문 후보가 더 낫다’며 자극한 게 발단이 됐다. 두 손님 사이에 목소리가 커지더니 “독재자의 딸을 응원하느냐” “노통 때 나라가 얼마나 시끄러웠는데 ‘노무현 쫄따구’(‘졸개’의 방언)를 지지하느냐”며 드잡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변의 만류로 두 열혈 지지자는 도로 자리에 앉았지만, 주인은 “부산 사람들은 성격이 급해서 술 마시는데 정치 얘기하면 싸움이 난다”며 기자에게 나가달라고 했다. 열혈 지지자 테이블에 소주 1병씩을 ‘선물’하고는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부산 동래에서 만난 김철호 씨는 현재의 PK 민심을 ‘치아뿌라’ 기질로 설명했다.

“PK 기질 중에는 확실하게 밀어주는 기질과 함께 ‘치아뿌라(‘치워라’의 방언으로 ‘됐어, 그만해’란 의미)’ 기질이 있습니다. 참다가 안 되면 확실히 거부할 때 쓰는 말인데, 그동안 새누리당을 지지한 PK 지역민들의 참을성은 임계점에 달했다 아입니꺼. 대선까지 새누리당이 몇 차례 실수한다면 ‘새누리당이고 박근혜고 치아뿌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문·안 후보가 해양수산부 폐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을 거론하면서 ‘새누리당 책임론’을 물고 늘어지는 것도 이 기질을 끌어내려고 하는기라.”

기자가 만난 부산 시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나이와 학력 수준에 따라 일종의 경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50대 이상 연령층과 학력이 낮을수록 박 후보 지지 성향이 강했다. 30대 중반~40대 남성은 문 후보를, 20·30대 여성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안 후보 지지층은 이미지에 대한 호감도를, 문 후보 지지자들은 동지의식을 강조하는 특성을 보였다.

또 하나. 문 후보 지지자들 중에는 ‘단일화하면 단일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안 후보 지지자들 중에는 ‘문 후보로 단일화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문 후보 지지층은 전통 야당 지지층과 겹치는 경우가 많지만, 안 후보 지지층은 ‘인간 안철수’를 지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3일 오전 경남 통합창원시로 가는 길. 서부산낙동대교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삼각주는 하얀 비닐하우스를 품고 있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인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은 쪽빛으로 날름거렸다.

경남과 울산에서 만난 유권자 역시 부산과 비슷한 정서를 보였다. 50대 회사원 최모 씨(경남 김해시 어방동)는 “지인들이 대부분 소규모 자영업자인데 대체로 박 후보가 안정적으로 경제를 살릴 후보라고 평가한다”고 했고, 30대 중반의 공무원 김모 씨(여·경남 양산시 중부동)는 “나이 많은 사람은 박근혜, 젊은 층은 야권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동료가 많다”고 말했다.

MB와 박근혜

경남 김해에서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30대 중반 엄모 씨의 말에선 문·안 두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게 먹히는 것 같았다.

“김해에서 창원으로 출퇴근하는데 창원터널은 항상 교통체증이 심하다. 우린 서비스업종이어서 선거일에도 출근한다. 새벽에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야 하다보니 투표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매장에 입점해 있는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부분 40대인데 야권 지지 성향이다.”

이명박(MB)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점도 흥미롭다. 20, 30대 젊은 층은 ‘MB와 박 후보는 같은 새누리당’이라는 인식이, 50대 이상에서는 ‘MB와 박 후보는 다르다’며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창원시 용호동에서 만난 김지영 씨(32)는 “MB에 대한 실망으로 야권 단일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박 후보도 좋지만,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같은 당 출신인 MB의 비리 의혹에 대해 제대로 처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창원 상남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는 “박 후보는 MB에게 박해를 받았으면 받았지 도움을 받은 게 없다”며 “천막당사 시절부터 쓰러져가는 당을 살리고 MB와 당 후보 경선에서도 깨끗이 승복한 사람이 박근혜”라고 말했다.

울산은 공업도시인 만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2009년 현대중공업을 정년퇴직한 천모 씨(63·울산 북구 천곡동)는 “박 전 대통령과 왕회장(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아니었다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지금의 울산은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박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이 많다”고 말했다. 30대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37)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10월 17일부터 송전철탑에 올라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데 문 후보는 한 번도 찾지 않았다”며 안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장모 씨(41)는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이 노동자 표를 얻으려고 농성 현장을 찾는 건 큰 문제다. 2009년 경기 평택시 쌍용차 사태 때는 폭력 농성 현장에 경찰력 투입을 잘 했다고 박수치던 사람들이 요즘은 상황 바뀌었다고 쌍용차 청문회 열고 폭력진압 운운한다. 표를 위해서는 법도 원칙도 없다”고 비판했다.

신동아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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