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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방해하려다 경찰에 덜미 잡혔다

김광준 검사 수뢰의혹 檢·警 수사 막전막후

  •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검찰, 수사 방해하려다 경찰에 덜미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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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가로채기”

검찰, 수사 방해하려다 경찰에 덜미 잡혔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이 11월 12일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자료를 상자에 담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스스로 들춰내기 꺼리던 사안을 경찰이 수사한다고 하자 비겁하게 가로채기를 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검찰은 김 검사 사건을 수사할 기회가 예전에도 있었다. 경찰이 2008년 검찰에 송치한 조희팔 수사 기록에는 김 검사의 비리 의혹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4년이 지나도록 가만히 있다가 경찰이 본격 수사를 시작하고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우리가 수사하겠다’며 뒤늦게 나선 셈이다.

검사가 동료 검사를 수사한 결과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검찰은 ‘그랜저 검사’와 ‘벤츠 여검사’ 사건 때도 특임검사에게 수사를 맡겼지만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미 제기된 혐의만 일부 확인하는 데 그쳤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특임검사가 실체 규명용이 아닌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무마하는 특검 방지용이 아니겠느냐”며 “김 검사 외에 검사 2, 3명이 추가 의혹에 휩싸인 이번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할 경우 검찰이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2010년 경찰의 ‘서울 대원외고 불법 찬조금 수사’ 때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경찰은 이 학교 교장과 이사장이 학부모에게 찬조금 21억 원을 모금한 경위와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4차례 검찰에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경찰에 이례적으로 “기소 불기소 판단도 하지 말고 즉시 송치하라”고 요구해 사건을 넘겨받은 뒤 “찬조금에 대가성이 없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수사를 한 경찰은 “찬조금을 낸 학부모 중 검사장급 검찰 간부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검찰이 사건을 가로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검찰 간부의 비리를 감춰주기 위해 무리하게 경찰 수사를 중단시켰다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검찰은 자신들을 향한 비판여론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특임검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건 검사가 수사를 더 잘하기 때문이고 간호사가 의사 처방을 따라야 하는 것 역시 의사가 간호사보다 의학지식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해 뼛속 깊이 박힌 검찰의 특권의식을 보여줬다. 이 발언으로 대한간호협회가 김 특임검사에게 “간호사 비하 발언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등 물의를 빚자 검찰 일부에서도 자성론이 일었다. 13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는 “경찰이 장기간 내사해온 사건을 검찰이 가로채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렇게 되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가는 것 아니냐”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런 지적 역시 일부의 메아리로 그쳤다.



검찰이 경찰 수사에 끼어들면서 이중 수사가 된 상황에서 검찰은 경찰보다 한발 먼저 주요 피의자를 소환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잡아갔다. 특임검사팀은 경찰이 16일 출석을 요구한 김 검사를 사흘 앞선 13일 소환조사했다. 당초 경찰은 김 검사가 출석에 계속 불응하면 강제구인까지 불사하겠다며 별렀다. 하지만 검찰이 선수를 치는 바람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처지가 됐다.

김 검사에게 6억 원을 준 유진그룹 유순태 사장은 13일 경찰에 출석하기로 해놓고 하루 먼저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뒤 경찰 출석을 거부했다. 유 사장은 특임검사 소환에는 응하면서도 경찰에는 “이중 수사이기 때문에 별도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보내왔다. 돈의 대가성 여부를 밝혀줄 다른 주요 참고인 역시 경찰 소환에 줄줄이 불응할 개연성이 높다.

반면 경찰이 김 검사에게 돈을 준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2∼9일 불러들인 참고인 10명은 모두 검찰 조사에 응했다. 같은 이중 조사라도 검찰 조사에는 순순히 응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경찰에 출석하기로 한 주요 참고인을 검찰이 아침에 데려가 조사하고는 ‘경찰에는 나갈 필요 없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다시 확인된 ‘검찰의 벽’

수사 주도권을 두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던 경찰은 특임검사 출범 사흘 만인 13일 사실상 백기(白旗)를 들었다. 김 검사에 대한 독자 수사 방침을 포기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김 검사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되 검찰과 같은 내용의 교집합은 빼고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 여집합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핵심은 빼고 부스러기만 수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을 또 불러내면 인권침해 논란이 일 수 있고 검찰에 구속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도 받아들여지겠느냐”며 “김 검사의 새로운 비리 혐의는 계속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 변화의 표면적 이유는 검경 갈등을 신속히 봉합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방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후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을 따로 불러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자율적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두 기관 간 갈등을 치유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경찰로서는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는 처지라 어차피 검찰에 맞설 ‘무기’가 없는 마당에 이 같은 지침이 내려오자 검찰 수사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하겠다는 나름의 ‘출구전략’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이 “이번만큼은 우리 손으로 검사 비리를 밝히겠다”고 나섰지만 견고한 현실의 벽만 재확인한 것이다. ‘검사가 연루된 사건은 검사만 수사 한다’는 검찰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온 검찰에 대한 개혁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와 정치권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로선 일단 눈앞의 ‘비’는 막았지만 더 큰 우산이 필요할지 모른다.

신동아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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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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