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직격 인터뷰

“한약, 캡슐에 넣으면 신약? 국민 건강 위험하다!”

천연물신약 백지화 투쟁 안재규 대한한의사 비대위원장

  • 최영철│ftdog@donga.com

“한약, 캡슐에 넣으면 신약? 국민 건강 위험하다!”

3/4
천연물신약의 폐해

▼ 독성검사와 임상시험 면제로 발생하는 폐해가 있다면.

“요즘 전 세계적으로 신약개발 과정에서 독성검사와 임상시험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그 이유는 동물시험이나 인간 대상 일부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일단 의약품으로 허가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처방했을 때는 가벼운 것으로부터 치명적인 부작용까지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그 전모가 드러난 탈리도마이드의 비극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천연물신약의 경우 한의사들은 기존에 써왔던 한약 처방과 한약제제이기 때문에 한의학적 진단을 거쳐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써야 할지 잘 알기 때문에 부작용이 일어날 수 없죠. 하지만 양의사들은 부작용 자체가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약이라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조차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는 졸음과 수면을 유발하는 진정효과로 1950~60년대 50여 개 국에서 임신부의 입덧치료제(구토치료제)로 사용됐다가 단지증 등의 기형아 출산이 보고되면서 1960년대 말 금지된 약물이다. 1960, 1961년 이 약을 먹은 임신부 중 1만 명이 기형아를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제조사인 독일 그루넨탈은 동물시험에서 부작용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고 강변했지만 사람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드러나자 지난 9월 50년 만에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 실제 양의사가 처방할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길까요.

“쉽게 예를 들어봅시다. 스티렌정은 애엽, 즉 쑥을 달여서 만든 건데요. 위염에 쓰이는 약재죠. 한의사들은 애엽이 소화기가 찬 환자에겐 효과가 있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겐 도리어 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걸 잘 알죠. 시네츄라나 조인스정, 레일라정, 모티리톤정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양의사들은 그냥 의약품 정보에 기록된 대로 배 아픈 사람에게 스티렌정 처방하고, 소화 안 되는 사람한테 모티리톤 처방합니다. 그래서 호전이 안 되거나 부작용이 나는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해도 양의사는 왜 그런지를 몰라요. 의약품 정보에 기록된 대로 처방한 것이니까요. 양의사들은 그게 약 부작용인지, 환자에게 다른 병이 생긴 것인지조차 감별하지 못합니다.”

▼ 양의사는 의대에서 한의학을 전혀 배우지 않습니까.

“양의사들은 한의학 과목을 거의 배우지 않습니다. 일부 의과대학에서 한의학개론 정도는 배운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한약의 기초학문인 본초, 방제학, 한방 약리학 등을 배우지 않으니 약재와 체질의 관계를 알 수가 없는 거지요.”

한국에선 신약, 외국에선 식품

▼ 천연물신약이 불러올 가장 큰 폐해는 무엇인가요.

“한약, 캡슐에 넣으면 신약? 국민 건강 위험하다!”

인터뷰 도중 서러움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안재규 위원장.

“우선 한의학에 무지한 양의사가 한약제제인 천연물신약을 처방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가장 크고요. 두 번째로는 지금까지 들어간 9000억 원의 국민 세금이 모두 다 낭비됐다는 점이죠. 그리고 지금도 이 천연물신약들이 국민건강보험에 등재돼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도 해당되죠.”

▼ 어떻게 보면 한약의 우수성을 입증한 셈 아닌가요.

“한약 처방의 우수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많이 평가됐습니다. 한의학이 항상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죠. 그래서 한약을 현대화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건데요. 문제는 한약을 현대화한 한약제제가 양약(천연물신약)으로 팔리면서 한의학의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의 건강을 해친다는 거죠. 한약 처방의 우수성은 이미 우리 양의사만 제외하고는 모두 다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 천연물신약이 외국에선 건강기능식품으로 팔린다는데.

“신약 허가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기 때문이죠. 독성검사, 임상시험 중 일부가 면제됐기 때문에 인정을 받을 수 없는 것이죠. 심지어 ‘천연물신약 중엔 독성 약재들이 일부 섞여 있는 반면 그에 대한 안전성 자료는 부족해 해외에선 건기식으로조차 허가를 받기 힘든 제품이 많다’는 얘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 실제 건기식으로 수출한 사례가 있는지요.

“외국에서 약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걸 식약청이 신약으로 인정한 건 참 부끄러운 얘기입니다. 조인스정이 호주에서 좀 팔리고 스티렌정도 일부 팔렸다는데 그 금액은 아주 미미합니다.”

▼ 식약청 스스로 “오랜 기간 한약 처방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신약을 왜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했을까요.

“그 부분을 알 수가 없어요. 참 답답한 게 식약청은 유독 천연물신약에 대해서만큼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요구해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것인지, ‘신약’ 이라서 분류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3/4
최영철│ftdog@donga.com
목록 닫기

“한약, 캡슐에 넣으면 신약? 국민 건강 위험하다!”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