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자리를 놓고 술 이야기를 하다보니 좀 더 상상의 비약을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추운 밤, 시골에서 별을 보며 술잔을 기울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생리적인 현상. 오리온의 이름과도 관련된 생리 현상. 이쯤이면 독자 여러분도 눈치 챘을 것이다. 오리온의 허리에 해당하는 삼태성과 왼쪽 발에 해당하는 베타별(리겔)의 중간 부분에서 오른쪽(서쪽)을 보면 작고 희미한 별들이 길게 강처럼 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별자리는 신화 속에서 죽음의 강으로 알려진 에리다누스자리다. 하지만 내 눈에는 오리온의 생리현상으로 여겨진다. 별을 보면서 지저분한 상상을 했다고 심하게 질책하지는 말아주기 바란다. 밤하늘은 모든 상상이 가능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사냥꾼 오리온과 함께 겨울철의 길잡이가 되는 별자리가 바로 큰개자리와 작은개자리다. 이 두 별자리는 모두 오리온이 키우던 사냥개로 알려져 있다. 오리온자리의 오른쪽 어깨에 해당하는 베텔게우스란 별과 큰개자리의 으뜸별 시리우스, 그리고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란 별은 커다란 삼각형 모양으로 놓여 있는데, 이들을 가리켜 겨울철의 대삼각형이라고 부른다.
오렌지색을 띠고 있는 오리온자리의 알파별 베텔게우스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 중 가장 큰 별에 속한다. 이 별의 지름은 태양의 지름보다 약 1000배가 크다. 그 중심이 해에 있다면 표면은 화성을 넘어 목성 궤도 근처까지 이르는 셈이다. 어떻게 이렇게 큰 별이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이 별이 수명이 거의 다한 적색거성이기 때문이다. 별들은 생의 종말에 가까워지면 점점 부풀어 오르는데, 그렇게 되면 내부 온도가 내려가면서 붉은색을 띠게 된다. 베텔게우스는 머지않은 미래에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생을 마감할 것이다. 별의 수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자.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는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별이다. 21개의 1등성 중에서도 가장 밝은 별이 시리우스다. 큰개자리에 있기 때문에 ‘개의 별’로도 불리는 이 별은 하늘이 맑은 날이면 어디서든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시리우스가 이렇게 밝게 보이는 것은 이 별이 원래 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 중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별까지의 거리는 약 8.9광년으로 빛의 속도로 날아가면 8.9년 정도 걸린다. 청백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는 ‘하늘의 늑대별’이란 뜻의 천랑성(天狼星)이라고도 불린다. 산등성이 위에서 청백색의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마치 하늘의 늑대가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착각을 하게 해서일 것이다.
중세 서양에서는 한여름의 가장 더운 때를 가리켜 개의 날(The dog?s day)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개의 별(The dog?s star)로 불린 시리우스가 한낮에 태양 근처에 있어서 더욱 더워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여름 더위를 이기기 위해 개를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전통과 약간은 통하는 데가 있는 것 아닐까? 시리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실크로드를 타고 잘못 전해져 우리나라의 복날이 개와 관련된 날이 된 게 아닐까 상상해본다. 개 때문에 더워진 날, 그 화풀이를 개한테 하는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필자의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겨주기 바란다.
기원전 3000년경 6월 하순 무렵 시리우스가 새벽 여명 속에 떠오르면 나일 강 범람이 시작됐기 때문에 시리우스는 나일 강의 홍수를 예보하는 별이었다. 이런 이유로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리우스를 ‘나일 강의 별’로 숭배했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은 ‘개 앞에’ ‘개에 앞서 있는 것’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별이 시리우스보다 조금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프로키온의 등장은 나일 강의 범람을 알리는 중요한 별인 시리우스가 곧 떠오른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여기서도 시리우스가 이집트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알 수 있다.

자, 이 정도면 독자 여러분은 실제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아보고 싶어졌을 것이다. 그러면 별을 보러 어디로 가야 할까? 사람들은 도시에선 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가로등이나 네온사인만 피하면 도시의 하늘에서도 별자리 여행은 충분히 가능하다. 오히려 불빛이 전혀 없는 시골 하늘에서는 별이 너무 많아서 특정한 별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도시의 밤하늘이 외려 별 초보자들을 위한 ‘별자리 요점정리판’이 되어 준다. 비록 수십 개 정도의 별만 보이지만 그 속에 별자리의 뼈대를 만드는 밝은 별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도시에서 별자리 뼈대를 충분히 익히고 난 후 시골로 별자리 여행을 떠나면 훨씬 쉽게 별자리를 구별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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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날씨가 춥기 때문에 별을 오래도록 보기 힘들다. 따라서 두꺼운 방한복과 바람막이 모자 등이 필수다. 몸을 데워줄 수 있는 핫팩이나 간이의자도 매우 유용하다. 별자리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다면 전국 각지에 잘 갖춰진 시민천문대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인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천문대는 전국적으로 수십 곳이나 된다. 자세한 정보는 한국천문우주과학관협회(http://cafe.daum.net/astromuseum)에서 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