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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모욕적 협상 응했다 뒷돈 요구한 적도 없다”

남북 정상회담 비밀접촉 주역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북한은 모욕적 협상 응했다 뒷돈 요구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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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비료 당연히 요구하죠”

“북한은 모욕적 협상 응했다 뒷돈 요구한 적도 없다”
서독은 냉전 시절 동독 반체제 인사 석방 사업을 벌였다. 3만3755명을 서독으로 데려온 대가로 34억6400만 마르크 상당의 현물을 동독에 건넸다. 서독은 이 프로젝트를 프라이카우프(Freikauf·‘자유를 산다’는 뜻)라고 불렀다. 임 전 실장은 이 방식을 원용해 협상했다.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북측의 인도적 조치에 상응해서 우리가 식량이나 물품을 지원하는 프라이카우프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진 겁니다.”

▼ 북한이 정상회담 대가로 쌀과 비료를 요구한 것은 아니고요?

“앞서 밝혔듯 그것은 잘못 알려진 얘깁니다.”



그는 이렇게 부연했다.

“북측에서야 당연히 쌀, 비료를 요구하죠. 예전엔 정상회담을 하는 조건, 이산가족 상봉을 하는 조건으로 쌀, 비료를 줬습니다. 북측이 원하는 게 있듯 우리도 원하는 게 있으니 그것을 연계해서 하자는 거였습니다. 북측이 우리가 원하는 조치를 시행하려면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게 쌀과 식량이었습니다. 두 정상이 납북자, 국군포로를 포함한 이산가족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논의해 해법에 합의한 후 북측이 조치를 취하는 것에 따라 남측이 경제지원을 하는 게 협의의 골자입니다. 정상회담을 여는 대가로 얼마를 주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에요. 내가 접촉한 그 라인 말고 북측의 다른 곳에서 엉뚱한 얘기를 한 것일 수는 있지만,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제가 공식적으로 정상회담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그런 얘기는 없었습니다.”

▼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 도중에 북측이 5억~6억 달러를 요구하는 바람에 회담이 무산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보도의 근거가 뭔지를 모르겠어요.”

▼ 나중에 지원할 쌀, 비료를 합치면 그 정도 되는 것 아닙니까.

“노무현 정부 때 한 해 남북협력기금이 7000억 원가량이었습니다. 북한에 쌀, 비료 주던 예산입니다. 해마다 쌀 30만~40만t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한 번도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프라이카우프 방식에서 인도적 지원은 이 예산 범위에서 이뤄지는 겁니다. 쉽게 예를 들어 고향방문을 실시하면 ○t, 상봉을 실시하면 △t, 서신 교환을 하면 ◇t 이런 식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겁니다. 북한 처지에서 쌀이 급하면 고향방문을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고향방문이 이뤄지지 않으면 쌀을 덜 주면 되는 것이고요.

고향방문 하면 쌀 주는 방식

예를 또 하나 들어보죠.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인 대한민국 국민이 고향을 방문합니다. 그 사람에게 남측 정부가 쌀을 줘서 보내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 식량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거고요. 고향방문 1만 명을 했다고 생각해보세요. 고향방문이 이뤄질 때마다 쌀을 얼마를 줄 것인지 등은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큰 그림에 합의한 뒤 실무자들이 만나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과 관련해 생사 확인, 서신왕래, 상봉, 고향방문 등 여러 패키지가 있잖아요. 고향방문의 영향력이 가장 크지 않습니까. 북으로선 시행하기 어려운 것이고요. 그것에 대해선 많은 인센티브를 주자, 이런 식이었습니다 .

또한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협상하지 말자, 정례화해 상시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이산가족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인도주의적 문제가 없습니다. 예컨대 상봉으로 끝나면 쌀을 △t만 주고, 고향방문을 하면 ○t을 준다면 고향방문이 성사될 것 아닙니까.”

▼ 비유하자면 북한이 ‘인도적 외화벌이’를 하는 거군요.

그가 정색하고 답했다.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것은 그렇게 표현하는 게 아니죠. 대한민국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남북관계가 잘 안 돼요. 그러면 우리는 인신매매하는 거라고 봐야겠네…. 그런 식으로 사안을 보면 안 된단 말이에요.”

▼ 국군 유해 공동 발굴 사업은 뭡니까.

“우리가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을 남쪽에서 하고 있잖아요. 우리의 전쟁 기록을 보면 승리한 기록은 자세히 서술하고 패배한 기록은 간단히 거론합니다. 전투 기록에 따라 유해를 발굴하면 중공군, 북한군 유해가 주로 나옵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국군 유해 발굴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북한의 전쟁 기록을 살펴봐야 해요. 그래야 국군 유해 발굴이 제대로 이뤄진다는 말이죠. 북한군이 승리한 곳에서 유해를 찾아야 해요. 내가 김 부장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합리적이잖아요. 협상은 떼쓴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누구 말마따나 협박을 당하고 칼이 들어와도 체제 간엔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합리적이어야 그 사람도 평양에 가서 설명을 하죠. 협상이 진전되려면 상대방의 입장을 세워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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