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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떼먹는 ‘IT 보도방’ 극성 원청 대기업은 ‘법적 책임 없다’ 발뺌

살인적 다단계 하도급에 무너지는 IT 근로자들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인건비 떼먹는 ‘IT 보도방’ 극성 원청 대기업은 ‘법적 책임 없다’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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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억울한 사연은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일상사처럼 벌어진다. 소프트웨어 개발 5년 차인 홍모 씨(32)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서울지역 4년제 대학 전산 관련학과를 졸업하고 대형 SI업체 SI개발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중급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지난해 3월 말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이름과 주특기, 희망 연봉을 써놓았더니 구로디지털단지 내에 있는 P업체에서 이력서와 경력증명서를 보내라고 연락이 왔어요. 며칠 후 대뜸 채용이 됐다며 P업체 사장이 4월부터 3개월간 T업체에서 일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P업체에 가서 근로계약서를 쓰고 출근해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을 했습니다. 같이 일한 개발자 10명 중 2명만 T업체 직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저처럼 소개를 받고 온 개발자들이었습니다.

한 달을 일했는데 보수가 안 나왔어요. P업체 사장이 T업체에서 프로젝트를 마치면 한꺼번에 주겠다고 했다 해서 참고 일했죠. 3개월쯤 지난 어느 날 T업체 직원이 회사에 문제가 생겨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거예요. P업체와 T업체 사장이 서로 짠 듯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두 업체 다 폐업신고를 하고 도망을 갔더군요. 나중에야 알았지만 P업체는 인력파견회사였고 P업체와 T업체 사이에 6단계나 하도급 계약이 맺어져 있었습니다.

P업체와 체결한 근로계약서를 들고 상위 하도급 6개 업체와 원청 업체에 밀린 임금을 달라고 매달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중간 업체들은 ‘우리 역시 한 푼도 못 받았다’고 발뺌하고 원청 업체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했어요. 결국 죽도록 일하고 1000만 원을 날린 겁니다. 더 놀라웠던 건 3개월 프로젝트에 원청 업체가 T업체에 지급한 제 보수가 3000만 원이 넘는다는 거예요. 3000만 원이 8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1000만 원이 된 거죠.”

노무법인 A·D의 오영택 노무사는 “계약 당사자가 폐업을 하고 도망갔지만 다행히 P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이를 근거로 원청 업체와 중간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며 “건설업체는 하도급 업체가 부도가 날 경우 원청 업체가 일용직 근로자들의 보수를 책임지는 게 관례가 됐지만 IT업계엔 아직 그런 판례가 없다”고 말했다.



수당 안 주고 경력 ‘뻥튀기’

인건비 떼먹는 ‘IT 보도방’ 극성 원청 대기업은 ‘법적 책임 없다’ 발뺌

IT업계 인력파견업체는 중소 IT업체 간판을 걸고 개발자들의 인건비를 떼먹고 있다. 사진은 건설업계 새벽 인력시장.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일한 웹 디자이너 김모 씨(여·30)는 계약서를 쓰지 않은 탓에 해고를 당하고도 보수를 전혀 못 받은 경우다.

“하도급 인력파견업체 H사에서 면접을 보고 일주일 후부터 원청 업체인 A그룹 계열사 사무실에 파견돼 일했습니다. 프로젝트팀 8명 중에는 프로젝트 매니저(PM)를 포함해 원청 업체 직원이 3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20여 일 일하는 동안 PM과 원청 업체 직원들은 프로젝트와는 관계도 없는, 예를 들면 원청 업체의 홈페이지 수정 작업 같은 일을 시켰어요. 그래서 ‘프로젝트 외 다른 업무는 할 수 없다’고 했더니 ‘그만두라’는 거예요. 다음 날 출근했더니 책상조차 치워버렸더군요.

그래서 H사에 ‘근무일수만큼의 보수를 달라’고 했더니 ‘못 준다’는 거예요. ‘계약서도 안 썼고, 20여 일 일하는 동안 오히려 원청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화를 냈습니다. 지방노동청을 찾아갔지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말만 들었어요. ‘원청 업체 직원이 파견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건 법 위반이 아니냐’고 했더니 ‘그건 공정거래법의 문제이고 체불임금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보수를 받으려면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겁니다. 소송을 하려니 소송비가 받을 보수보다 더 들었어요. 포기했죠.

H업체와 원청 업체인 A그룹 계열사 사이에는 무려 7단계의 하도급 업체가 있었어요. 더욱이 1차 하도급 업체인 B사는 A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였습니다. 갑을병정…으로 이어진 다단계 하도급 계약의 맨 마지막에 몰려 몇 단계에 걸쳐 떼고 뗀 보수를 받으면서 원청 업체의 허드렛일까지 강요받는 개발자의 현실에 화가 치밀었습니다.”

오영택 노무사는 “보통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연장수당, 주휴수당, 야간휴일 수당, 연차수당, 퇴직금 등을 받기 힘들다. 파견, 용역계약서를 쓰거나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경우라 해도 실제 한 사무실에 소속돼 일하고 그 회사의 지시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것조차 안 되면 소송을 통해 시급으로 계산된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IT 학원을 갓 수료하거나 대학을 막 졸업한 초급 개발자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채용한 뒤 3~4년 차 중급 개발자로 위장해 상위 하도급 업체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불법 파견업체도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소프트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 회사 대표 김모 씨는 초급 개발자들에게 중급 개발자에 해당하는 허위경력서를 만들어주고 상위 하도급 업체에 거짓 면접을 하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이들이 상위 하도급 업체의 인터뷰를 용케 통과해 일을 시작하면 개발자에겐 초급 개발자 수준의 보수(물론 수수료는 따로 뗀다)를 주고, 중급 개발자로서 받는 나머지 보수는 자신이 챙긴다. 거짓 인터뷰에 실패해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못하면 참가할 때까지 임금을 주지 않은 채 회사나 집에서 대기하게 한다. 허위 경력으로 상위 하도급 업체에 진출한 개발자 대부분은 업무 진행을 못해 보수 한 푼 못 받고 쫓겨나기 일쑤다.

중소 SI업체 이 사장은 “서울 강남의 IT 학원 중에는 6개월 속성과정으로 자바(JAVA)교육을 받는 원생에게 ‘해당 과정을 이수하면 인력 소싱 회사에서 경력 뻥튀기를 해줄 것’이라며 ‘회사에 취직해 1~2년 죽어라고 일하면 뻥튀기한 경력을 따라가고 충분한 보상도 받을 수 있다’고 교육하는 곳도 많다. 이런 사람이 면접을 통과해 파견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체도 큰 타격을 받는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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