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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한국 아마추어 6명이 북한 프로 11명을 당해내겠나”

천안함 사건 당시 안보 책임자의 하소연

  • 이정훈 편집위원│hoon@donga.com

“한국 아마추어 6명이 북한 프로 11명을 당해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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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에게 여러 번 건의했지만…”

▼ 그런 북한군의 도발을 막을 방법이 있겠느냐는 겁니다.

“11대 6은커녕 11대 8 시합만 돼도 인원 부족으로 맨투맨 방어를 할 수 없습니다. 지역방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적은 병력으로 지역방어를 하려면 기동력이 좋아야 합니다. 우리 군은 고지전을 하겠다며 거점에 틀어박혀 있을 게 아니라 기동화한 군대가 돼야 합니다. 적의 움직임을 먼저 보고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자산도 가져야 하고요. 정보자산과 기동장비를 도입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들고, 그런 장비를 다루는 기술을 익히려면 충분한 복무기한이 필요합니다. 기동방어를 하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휴전선에서 서울까지의 거리가 40km밖에 안 돼요. 그래도 지역방어를 해야 하니 기동군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능력을 갖추면 11대 6의 싸움이라도 골을 먹지 않게 해볼 순 있겠죠.”

▼ 그런 의견을 대통령께 건의한 적이 있습니까.

“급유기는 필수품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려고 할 때 선제타격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북한 도발에 보복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지만….”



▼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 분의 얘긴데, 이 대통령이 빠른 말로 대화를 주도하다가 갑작스럽게 수치와 연도를 물어 대답을 못해 혼났다고 했습니다. MB는 참모진을 주눅 들게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듣는 사람이 면박을 주면 아랫사람이 바른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저 그런 보고일지라도 ‘좋은 착안인데’라고 해줘야 보좌진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올립니다. 지도자는 좀 부드러워야 하고 예스맨을 쓰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아주죠. 그렇게 해도 말년으로 갈수록 자기 말이 많아지고, 직언해주는 사람이 없어 고립돼가는데…. 그래도 이 대통령은 얘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었습니다.”

▼ 노무현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햇볕정책을 펴는 도구로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대통령은 NSC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어요. 안보를 잘 모르는 대통령이니 NSC를 통해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 합참의장, 각군 총장 등 안보 책임자들과 자주 접촉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안보장관회의는 자주 했습니다.”

▼ NSC는 헌법이 보장한 안보분야 최고 결정체이고, 안보장관회의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주도하는 회의일 뿐입니다. 그 회의에 군 수뇌부가 참가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천안함 사건 이후론 여러 번 연 것으로 압니다. 그 문제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안보실장 직책을 만들었습니다.”

“안보는 생물이다”

▼ 우리는 안보 수요가 많은 나라인데 지도자와 정치인들은 왜 안보를 경시하게 됐을까요.

“미국과 유럽은 군을 바탕으로 일어선 나라들입니다. 그래서 군 경험이 없는 지도자도 군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일 줄 압니다. 우리는 반대예요. 안보가 가장 위험한 나라인데도 군을 별종(別種), 이종(異種)으로 취급합니다. 안보는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여기고 무관심해요. 북한을 무시하면 안돼요. 북한은 전면전은 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순간적으로 강력한 도발을 할 수 있습니다.”

▼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것을어떻게 봅니까.

“정치만 생물(生物)이 아니라 안보도 플렉시블(flexible)한 활물(活物)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2015년 환수하는 것으로 결정됐으니 일단은 받을 준비를 해야겠지요. 하지만 안보 상황이 변했으면 미국과 협의해서 안보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연장할 필요는 있어요.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게 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진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노 정부가 하도 삐딱하게 나가니 미국도 성질이 나서 ‘잘 먹고 잘 살아봐라’는 식으로 동의해준 측면이 있어요.”

▼ 한미연합사는….

“한미연합사는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미군 대장이 맡지만 부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 맡고 있어요. 모든 참모는 5대 5로 구성합니다. 지금은 미국이 51대 49 정도로 2%p 많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따라서 우리의 자주권을 강화한다면 우리가 51%를 갖는 정도로만 변화를 주면 돼요. 한미 양국군은 작전계획(작계)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기본 작계를 함께 만들어놓고 누가 주도하느냐만 결정하면 돼요. 제가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하자 버웰 벨 당시 한미연합사령관도 호응했습니다. 모든 건 사령관과 부사령관이 합의해서 하면 됩니다. 서로 컨설팅을 받는 거예요. 상황을 똑같이 인식하면 해법도 비슷할 거니까.

평택에 미군기지를 만들 때 미국은 미군들이 가족을 데리고 2~3년 근무하게 하는 복무 정상화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미군이 가족과 함께 한국에 근무하면 한국 문제에 더 깊이 개입하게 되잖아요. 미국은 그렇게 하려면 장병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있어야 한다며 학교를 지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우리 정부가 ‘기지는 지어줘도 학교는 못 지어준다’고 거절했어요. 미국은 한국 학생을 30%쯤 함께 다니게 하겠다고 했는데도 결연히 ‘노’를 했습니다.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이유가 뭡니까. 위기 시 자동 개입시키려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더 깊게 개입하도록 해야 하는데 반대로 간 겁니다. 주일미군은 우리에게 기지를 안내하면서 ‘이 시설은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건축됐다’고 설명합니다. 일본은 그렇게 해주면서 미군을 붙잡아놓고 있어요. 우리는 비용은 따질 줄 알아도 실익은 챙길 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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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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