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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파이 누명 벗었지만 반기문 총장 처신 안타깝다”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美 스파이 누명 벗었지만 반기문 총장 처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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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도 끝났으니 반 총장 건도….

“반 총장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난 게 아닙니다. 반 총장에게 꼭 물어볼 거예요. ‘내가 당신에게 먼저 만나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까?’라고요. 그날 반 총장(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본인이 두 번, 비서가 두 번 내게 전화를 걸어와 만나달라고 한 겁니다. 내게 메모 써주면서 도와달라고 했고요. A 목사도 반 총장을 도와주라고 부탁해왔어요. 반 총장과 나는 2003년경 A 목사의 소개로 처음 알게 됐죠. 그래서 반 총장이 해달라는 대로 해준 건데….”

▼ 아직 반 총장에게 서운한 게 많다는 뜻인가요.

“그분이 자기 필요에 의해 나를 불러 도움을 청한 거잖아요. 나는 선의로 그분을 도운 거고요. 그런데 바로 그 일로 내가 ‘반기문 상대로 스파이 노릇 했다’는 음해를 받았고 재판이 열렸어요. 그분에게 뭘 바라는 게 아닙니다. ‘백성학이 나를 만나 정보 수집했다, 또는 안했다’라고 한마디만 써주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 확인조차 안 해주는 겁니다. 어떻게 이렇게 나자빠질 수가 있는 건지….”

▼ 반 총장 측에 어떤 방법으로 서신을 보냈습니까.



“A 목사를 통해서, 유엔에 우편으로….”

▼ 반 총장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간접적으로라도 들은 게 있나요.

“‘백성학 이야기만 나와도 불편해하신다’는 말을 들었어요. ‘미끄러운 뱀장어(slippery eel·미국 ABC방송 등 일부 해외 언론이 반 총장에게 붙인 별명) 같은 처신이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백 회장의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기문 총장 측 입장은 유엔 사무국 대변인실이 ‘신동아’ 2007년 7월호에 보내온 반론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대변인실은 “2006년 10월 2일 면담은 백성학 씨가 A 목사를 통해 면담을 간청해옴에 따라 주선됐다” “반 장관은 친분이 두터운 A 목사의 정중한 부탁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면담했다” “반 장관이 백 씨에게 메모를 써준 것은 면담 도중 백 씨가 반 장관의 미국과의 인연을 물으면서 옛날 민박집 주인인 패터슨 여사 이름 등을 적어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10월 2일은 유엔 사무총장 최종투표를 앞두고 반 장관 지지 대세가 확고히 굳어진 시점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유엔 사무국 대변인실은 △반기문 장관이 10월 2일 백 회장을 면담했고 △반 장관이 미국과의 친밀한 인연에 대해 백 회장에게 말했으며 △이런 인연을 입증할 정보를 메모지에 써서 백 회장에게 준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누가 먼저 면담을 요청했는지 △왜 반 장관이 미국과의 친밀한 인연을 백 회장에게 이야기했는지 △왜 반 장관이 이 인연을 입증할 정보를 메모지에 써서 백 회장에게 줬는지에 대해선 유엔 사무국 대변인실과 백 회장의 주장이 서로 다르다. 유엔 사무국 대변인실은 백 회장이 반 장관을 만나 미국을 위한 정보 수집이나 스파이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유엔 사무국 대변인실의 반론은 △일국의 외교통상부 장관(반기문)이 △본인의 유엔 사무총장 최종투표를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 △야간에 숙소인 장관 공관에서 △지인(A 목사)의 부탁으로 친하지도 않은 사업가를 독대해준,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이는 일이 있었는데도 △두 사람의 독대 목적이나 용무가 무엇이었는지를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백 회장의 아들인 백정수 영안모자 부회장에 따르면 노무현 정권은 백 회장이 친미(親美) 성향이라는 점을 들어 백 회장 쪽으로 경인지역 지상파 민영방송이 가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정권의 의지와 무관한 일종의 ‘행정사고’로 백 회장이 사업자로 선정돼버렸고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미국 스파이 이슈와 방송권 회수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다음은 백 부회장이 설명하는 경인TV 설립의 내막이다.

“행정사고였다”

“노무현 정권 때 경인지역 지상파 민영방송 사업자 선정이 1차로 무산됐다. 신청 기업이 몰리는 등 과열양상이었다. 방송위원회 위원들은 자신들의 임기만료 시기(2006년 7월) 전까지 사업자를 선정하고자 했다. 사업 희망자를 상대로 청문심사를 했는데 백성학 회장이 ‘방송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이 점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

2차에선 중소기업중앙회 컨소시엄과 영안모자 컨소시엄의 양자 구도가 됐다. CBS는 영안모자 컨소시엄에 참여해 지분 5.36%를 댔다. CBS는 대표이사 지명권 등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컨소시엄의 대주주인 영안모자가 거부하면서 양자 간 갈등이 빚어졌다.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언노련(언론노동조합연맹) 간부가 찾아와 ‘청와대에 따르면 백 회장이 친미보수이고 미국 정부와 관계가 깊어 방송사업자로 부적합하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미국 쪽과의 비즈니스가 많지만 친미보다는 민족주의에 가깝다. 이념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언노련 간부는 ‘이해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영안모자 컨소시엄이 되느니 무산되는 게 낫다’는 쪽이었다.

같은 정부 조직이지만 청와대와 방송위원회는 호흡이 잘 맞는 편이 아니었다. 거기에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는 방송사업자 선정에 개입하지 말라’고 했고 방송위원회는 사업자 선정을 서둘렀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잠시 손을 놓고 있던 사이 영안모자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들었다. 한 여권 인사는 이를 ‘행정사고’로 표현했다. 이후 국회를 중심으로 ‘백성학, 미국 스파이 의혹’이 불거졌고 CBS가 이를 크게 다뤘다. 방송 사업권 회수 주장도 나왔다. 이로 인해 백 회장은 ‘최대주주가 공적 책임을 이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방송위가 판단하는 경우 지분을 처분한다’는 각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여러 건의 검찰조사와 민·형사 재판을 거치면서 미국 스파이 이슈는 차츰 동력을 잃었다.”

2006년 당시 여권과 일부 언론은 백 회장이 국내 동향을 수집해 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롤리스는 2007년 ‘신동아’ 인터뷰에서 “한미 간의 문제는 너무 오래되어 고착화한 결혼생활 문제와 같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 추가적 정보를 제공할 제3자가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경인TV(OBS)는 2007년 8월 자본금 1400억 원으로 개국했다. 지상파로는 경기·인천지역에서만 수신이 가능하고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으론 서울에서도 볼 수 있다. 경인TV는 매년 적자를 기록해 현재 자본금이 250억 원 정도 남았다고 한다. 대주주인 영안모자의 지분은 39.12%다. 영안모자 관계자는 경인TV에 대해 “연간 적자 규모가 400억 원, 250억 원, 150억 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부턴 시설투자 감가상각이 끝나고 광고 및 협찬사업 매출이 늘면서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아 201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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