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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순간을 뜨겁게 살고 싶다 재즈처럼!”

아리랑으로 세계 홀린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순간을 뜨겁게 살고 싶다 재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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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초대형 재즈 가수인 그 역시 시작은 조촐했다. 5인조 ‘나윤선 퀸텟’을 결성해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파리 시내 작은 클럽과 바 등에 돌렸다. 불러주면 가서 공연을 했고, 반응이 좋으면 다시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프랑스 대(對) 브라질 결승전이 열리던 날에는 미국인 관광객 몇 명 앞에서 공연했다. 그렇게 차츰 파리에서 재즈 가수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갔다. 그의 자작곡 중 하나인 ‘팬케이크’는 배우고 공연하던 당시 생활을 반영한 곡이다.

Pancake, ice cream, french fries, hamburger, milk shake, doughnuts, chocolate, chocolate.

Carrot, radish, cabbage, celery, whole wheat sandwitch, cucumber, cucumber.

I‘ve got 5 bucks. I‘ve got 10 minute. need some nice food. but, quick and fast I don’t that.

-7집 ‘세임걸’ 수록 ‘Pancake’ 가사 중 일부



“새 레퍼토리를 만들기 위해 각자 한 곡씩 써오기로 했는데, 시간이 모자란 거예요. 얼른 한 곡 써야겠다 싶어 곡부터 만들고 가사를 고민하는데, 식탁에 먹을 게 놓여 있더라고요. 그땐 얼른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가 많았어요. 늘 5달러 정도로 뭘 빨리 먹으면 좋을까 고민했죠. 여기에 착안해 평소 먹던 것들을 나열해 가사를 썼어요. 쉬워서 그런지 많은 분이 기억해주시는 곡이죠.”

▼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사는 얘기 좀 들려 주세요.

“전 정말 쉬는 날엔 아무것도 안 하거든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성격도 아니어서 낭만적인 말씀을 드릴 게 없어요. 파리에 오신 분들이 맛있는 레스토랑을 알려달라고 하시는데, 전 잘 몰라요. 재즈 공연을 하면서 뒤풀이해본 적도 없어요. 거긴 한국과 다르거든요. 공연 끝나면 각자 집에 가서 쉬어요.”

▼ 파리 사람들은 알아보나요?

“그렇지 않아요.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면 동네 사람들이 좀 알아봐주는 정도? 싸이가 아닌 다음에야 동양 사람들을 잘 모르니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나윤선의 재즈는 변화무쌍하다. 천진난만한 소녀 같았다가, 깔깔깔 마녀였다가, 어느 순간엔 자식 잃은 어미처럼 한없이 애처로워진다. ‘아리랑’을 부를 땐 간데없는 한국적인 가수인데, 로커 같은 순간도 있고 듣는 이를 깊은 감미로움에 붙들어놓는 때도 있다.

▼ 나윤선의 음악은, 재즈는 어떻게 설명하면 될까요.

“아무것도 모르고 음악을 시작했잖아요. 그때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공부했어요. ‘재즈는 이런 거야’ 하던 처음 생각이 ‘재즈는 모두 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재즈는 흑인음악이고 미국을 거쳐 유럽으로 왔어요. 전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고요. 서로 환경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레퍼토리도 클래식에서 록까지 다양하게 했어요. 아마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태어났다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프랑스 사람들은 문화적인 소양이 높아서인지 분별력이 있어요. 제가 승무(僧舞)를 한다면서 요염한 몸짓을 하면 아마 ‘그건 아니다’라고 했을 거예요. 제가 스윙재즈를 흉내 냈다면 지금의 제가 될 수 없었을 거예요. 제 음악은, 어떤 분들 보시기에 ‘재즈가 아니다’ 하실 수 있어요. 재즈란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살아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예요. 한 곡 한 곡 할 때마다 새로운 옷을 입는 것일 수도 있어요.”

▼ ‘렌토’에 실린 곡들은 여백이 느껴집니다. 악기 사용을 최소화한 것 같아요.

“저는 악기가 많은 것보다는 적게 해서 여백을 많이 두는 음악을 좋아해요. 음악이 숨 쉴 데가 없으면 저는 좋지 않더라고요. 같이 숨 쉴 수 있는 음악이 하고 싶어요.”

이번 앨범에서 눈에 띄는 곡 중 하나는 이탈리아어로 ‘마법의 순간’이란 뜻의 ‘모멘트 마지코(Moment Magico)’이다. 2008년부터 나윤선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Ulf Wakenius)가 만든 곡. 바케니우스의 빠르고 경쾌한 기타 연주와 나윤선의 스캣(가사 대신 아무 뜻이 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 화음이 인상적이다. 바케니우스는 나윤선 음악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가 된 ‘아리랑’을 먼저 권한 사람이기도 하다.

“울프가 처음 저한테 준 곡이 6집에 실린 ‘프레보(Freyo)’예요. 원래는 피아노곡이고 가사가 없어요. 악기의 속력이 나야 하고, 음을 정확히 맞추기 힘든 곡인데 해보라고 해서 했죠. 그게 마음에 드셨는지, 계속 그런 곡만 주세요. 특징이, 숨 쉬는 데가 없어요. 1000m 뛰고 난 것처럼 숨을 헐떡거리게 돼요.”

▼ 매 공연 ‘아리랑’을 부릅니다. 정말 외국 관객들의 반응이 좋나요.

“아리랑을 들으면 유럽 사람들은 울어요. 이 얘길 몇 번씩 했는데, 한국 분들이 잘 믿어주지 않아서 양치기 소년이 된 것 같았어요. 근데 작년에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목록에 등재됐을 때, 그 기념으로 KBS에서 아리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제 파리 공연에 와서 아리랑을 듣는 관객들을 촬영해갔어요. 그때 촬영한 분이 ‘사람들이 우는 걸 보고 내가 다 떨리고 눈물이 나서 손을 덜덜 떨며 찍었다. 다시 찍고 싶다’고 했어요.”

이 다큐는 지난해 12월 9일 ‘KBS스페셜’에서 ‘아리랑, 세계를 품다’ 편으로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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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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