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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세계 평정한 ‘미국식 자본주의 요리사’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 하정민│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사모펀드 세계 평정한 ‘미국식 자본주의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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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츠먼이 상장을 결심한 계기 또한 KKR과의 경쟁의식 때문이었다. KKR은 2006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KKR이 운용하던 펀드 중 하나를 유럽 최대 주식시장인 유로넥스트에 상장시켰다. 이에 슈워츠먼은 선수를 빼앗겼다며 불같이 화를 냈고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가 아닌 블랙스톤 자체의 상장을 결심했다.

운도 좋았다. 블랙스톤이 상장하던 2007년 6월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촉발한 세계 금융위기의 핵폭탄이 터지기 불과 1년 전이었다. 1년 후 닥쳐올 파국을 인지하지 못한 월가에는 돈이 넘쳐났고 투자자들은 앞다퉈 블랙스톤 주식을 샀다. 금융위기 후 상장을 단행한 칼라일, 포트리스 등 다른 사모펀드들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자금을 조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블랙스톤의 성공에 놀란 라이벌 KKR도 곧바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신고서를 제출했지만 KKR의 상장은 무려 3년 뒤에나 이뤄졌다. 2008년 갑작스럽게 닥친 금융위기로 비싼 값에 주식을 팔 기회를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의 상장으로 슈워츠먼은 엄청난 부자가 됐다. 슈워츠먼은 상장 당시 자신이 보유한 블랙스톤 지분 중 5.7%를 팔아 단숨에 6억7720만 달러를 벌었다. 올해 3월 현재 슈워츠먼의 자산은 65억 달러(약 7조2150억 원)로 미국 52위 부자다. 슈워츠먼은 뉴욕 맨해튼의 최고 부촌 파크애비뉴의 방이 35칸이나 되는 초호화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다. 집 안에 사우나, 도서실, 11개의 벽난로, 13개의 욕실에다 모네 등 세계 유명 화가의 작품이 곳곳을 장식한 현대판 궁전이다. 그는 2000년 존 록펠러 주니어로부터 이 아파트를 3000만 달러에 구입했다. 현재 집값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올랐다.

기부에도 열심

상장 직전인 2007년 2월 슈워츠먼이 연 60세 생일파티는 성공한 사모펀드 업계 사람들이 얼마나 화려한 삶을 사는지를 잘 보여준다. 전설적인 팝 가수 로드 스튜어트가 열창하는 가운데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존 코자인 전 뉴저지 주지사,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최고급 바닷가재 요리와 값비싼 샴페인이 넘쳐났다. 당시 로드 스튜어트가 30분 동안 노래 몇 곡을 부르고 받은 돈이 100만 달러(약 11억1000만 원), 생일잔치 전체에 들어간 돈이 300만 달러(약 33억3000만 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슈워츠먼은 여전히 더 많은 돈을 갈구한다. 그에게 돈이란 단순히 성공의 척도가 아니라 자신의 승부욕을 충족해주는 ‘존재의 이유’와 같기 때문이다. 블랙스톤 상장 당시 한 지인이 슈워츠먼의 어머니에게 “당신 아들이 세계적 거부가 됐군요. 이제 그에게 돈은 더 필요 없겠죠?”라고 말하자 어머니의 답이 걸작이었다. “내 아들을 움직이는 유일한 동력은 돈이에요.”

슈워츠먼에게 따라붙는 ‘월가의 새 황제’라는 수식어가 칭찬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문 앞의 야만인’으로 불릴 만큼 사모펀드 업계의 수익창출 방식이나 경영자들의 호화로운 생활 행태가 일반인에게 탐욕스럽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슈워츠먼 역시 생일 파티로 33억 원을 쓰고 한 끼 식사에 3000달러(300만 원)를 대수롭지 않게 쓴다.

하지만 그는 사모펀드 업계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일반인이 있다는 점,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부유층의 활발한 기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흔쾌히 인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슈워츠먼은 2008년 뉴욕공공도서관 확장을 위해 1억 달러를 냈고, 올해 4월에는 사재 1억 달러와 투자 유치한 2억 달러를 중국 베이징의 칭화대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칭화대는 중국 이공계의 최고 명문으로 꼽히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다.

슈워츠먼의 장학재단은 이제껏 중국에 설립된 장학재단 중 규모가 가장 큰 데다 중국인도 아닌 미국인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장학재단 자문위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1970년대 핑퐁 외교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 국무장관이 된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퍼드대 총장,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중국계 미국인 첼리스트 요요마 등이 그들. 이 자문위원단 역시 슈워츠먼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구성한 것이다.

슈워츠먼은 2016년부터 매년 미국 아시아 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200명의 학생을 장학재단을 통해 선발해 1년간 칭화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50년간 1만 명의 유학생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슈워츠먼 장학재단이 롤모델로 삼은 장학재단은 영국 옥스퍼드대의 ‘로즈 장학금’이다. 로즈 장학금은 1902년 다이아몬드회사 ‘드비어스’의 창업자이자 정치가인 세실 존 로즈가 만들었으며 세계 각국의 총명한 학생들에게 영국 유학을 장려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슈워츠먼은 한 인터뷰에서 도서관 확장, 장학재단 설립 등 교육사업에 활발히 기부하는 이유를 “유대인 특유의 교육열이 작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듯 자본주의도 양면성을 지녔다. 경제 발전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체제임은 분명하지만 빈부격차 등 자본주의가 일으키는 문제점도 많다. 현대 자본주의가 탄생시킨 총아인 사모펀드는 자본주의가 지닌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모펀드 경영자들은 기업을 샀다 팔았다 하면서 수천억 원의 돈을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들이지만, 해당 기업 직원은 직장을 잃거나 월급이 깎이는 비운을 맞는다. 사모펀드 경영자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호화롭게 생활해 비판받지만 또 그에 걸맞은 대규모의 자선 활동을 벌여 과도한 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는다.

싫든 좋든 우리는 사모펀드가 좌지우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다. SC제일은행, 한미은행, 외환은행 등 한때 한국 금융을 책임졌던 은행들 또한 외환위기 이후 사모펀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다른 은행에 합병됐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든 사모펀드 업계 종사자들을 단순히 ‘돈 많이 버는 사람’이나 ‘나와 별 상관이 없는 존재’로 인식하지 말고 이들의 행보를 주시해야 할 이유다.

신동아 201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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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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