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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원칙고수는 박근혜式 포클랜드 전쟁”

남북문제도 ‘박근혜 스타일’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대북 원칙고수는 박근혜式 포클랜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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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프레임’ 탈피

“대북 원칙고수는 박근혜式 포클랜드 전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군부대 냉동생선창고를 둘러보고 있다.

정부 외교안보 분야 관계자는 “외교안보 기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는 이 대통령이 임기 내내 ‘한·미·일 공조 프레임’에 갇혀 있었던 반면 박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이 프레임에서 탈피한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미·일 프레임은 그 반작용으로 북·중·러 프레임을 부른다. 이명박 정부 때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활동할 여지를 더욱 좁혔다. 그런데 박 대통령 취임 초 역사문제에서 일본이 깽판을 쳤다. 박 대통령이 원칙을 고수하는 대응을 함으로써 한·미·일 프레임에서 매끄럽게 벗어났다. 이로 인해 대북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기반을 얻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박 대통령의 의도대로 남북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박 대통령도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늘린다든지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 재임 중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의 기조로 보면 박 대통령의 관심 순위에서 일본은 유럽보다 밀릴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은 같은 여성인 독일 메르켈 총리,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등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유럽 중시’는 박근혜 외교안보 스타일의 또 다른 특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박 대통령의 생각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참모그룹 출신 인사 중 상당수가 현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다음은 길 의원과의 대화 내용이다.



▼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박 대통령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같이 앉아 대화하다보면 중간에 잘 끼어드신다. 다른 분야에선 주로 잘 듣고 마지막에 총평하는데. 그만큼 ‘이건 내 전공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생각이 잘 정리돼 있고 만나는 분들의 수도 다른 분야의 플러스알파다. 보통사람이 생각지도 못하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중 하나가 북극항로다. 북한과 러시아가 동참해 동북아 경제협력지대를 열면 북극항로가 전략적 의미를 갖지 않느냐는 거다. 들어보면 그럴듯하다. EU(유럽연합)도 중시한다. 사실 EU는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만들 때 이사국으로 들어온 게 전부인데. EU에서 참여하면 남북 등 동북아에 훨씬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신다. 준비를 많이 했고 자기만의 식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 박 대통령은 원칙주의자인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박 대통령의 차분함, 의연함은 단연 돋보인다. 신뢰를 준다. 상대도 신뢰를 보여주기를 원한다. 박 대통령의 대북관에선 신뢰와 원칙은 거의 동일시된다. 즉 신뢰를 깨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인 것이다. 이 원칙만 지켜지면 리얼리스트(현실주의자)에 가깝다. 무엇인가를 실천해 눈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굉장히 디맨딩하다”

▼ 청와대는 ‘북한문제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대북문제에 정말 느긋하다고 보나.

“취임 초 여러 문제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음이 급한 듯하다.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의연함이다. 그런데 내부에서 일을 추진할 땐 엄청 스피드를 낸다. 굉장히 다그친다. 체크리스트가 있다. 해야 할 일 쭉 써놓고 하나씩 지워가는데 지금 굉장히 밀려 있다. 그래서 속으로는 조급할 것이다.”

▼ 체크리스트에 어떤 내용이 있나.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한마디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건 일종의 비전이다. 내용이 있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프로세스, 즉 남북관계를 진행하면서 신뢰, 인적교류, 체계적 경협, 국제사회 동원 등 구체적 정책으로 채워나가겠다는 거다. 문제는 진입 자체가 늦어지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 대한 초조함이 분명 있다. 굉장히 디맨딩(demanding·요구가 많은)하고 집착이 강하고 기대도 강하다.”

▼ 그런 상관 밑에선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어떤 때는 수석회의에서 몇 십 분을 혼자서 말씀한다. 깨알같이 써온 것을 쫙 읽는다. 그게 체크리스트다. 하고 싶은 게 그만큼 많다는 거다. 수석들과 장관들은 대통령이 원하는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니 더 조바심을 낼 것이다.”

▼ 현 외교안보팀이 박 대통령의 생각, 비전, 방법론을 완전히 공유한다고 보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물론 지난 2년 동안 캠프에서 튜닝한 사람들이 대거 들어가 있다. 머릿속 도상훈련은 어느 정도 돼 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대북 대화 메시지를 놓고 대통령 측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혼선을 빚었다. 참모들이 대통령과 전반적으로 비전을 공유하지만, 이를 현실 상황에 맞게 어떻게 정의해 행보를 결정할 것인지를 놓고선 대통령과 조금씩 핀트가 빗나가는 것이다. 대체로 대통령의 페이스가 참모들보다 조금 빠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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