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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뷰

“새벽 3시,공동묘지에서 흐느끼는 여자와 있어봤어요?”

택시기사 150명이 들려준 심야의 여성 취객

  • 박수정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고려대 학점교류학생)

“새벽 3시,공동묘지에서 흐느끼는 여자와 있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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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제가 택시에서 안 내리겠다며 막무가내로 버텼다고 해요. 마침 친구와 같이 타고 있어서 친구가 저를 억지로 끌어내렸대요. 그 바람에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가 땅바닥에 떨어져 깨졌어요.”

이모(22) 씨는 홍익대에서 재즈 공연을 한 뒤 뒤풀이 자리에서 만취했다고 했다. 이 씨는 동료와 함께 택시를 탔다고 한다. 이 씨는 차가 한창 달리는 도중에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져서 기사에게 “야, 여기서 우회전해서 세워! 걸어가면 돼. 빨리 세워!”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중에 동승한 친구 말을 들어보니 제가 반말로 소리를 쳤다고 해요. 기억이 전혀 안 나요. 그 기사님이 친구에게 ‘술도 많이 취했고 새벽이라 위험한데 집 앞에까지 데려다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오히려 사과를 하셨대요.” 이 씨는 자신의 행동이 부끄럽다고 했다.

A대학 휴학생 손모(23) 씨는 “술 마시고 택시를 타면 잘 깨지 않는다. 내가 봐도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여성 중 음주자의 비율은 1989년 32.1%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1년 이미 59.5%에 이르렀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여성 음주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술을 마셔도 적당량을 절제하면서 마시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여성 음주의 증가와 함께 여성의 과음도 늘어나는 경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고위험 음주군 중 여성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성이 술자리에서 소주 5잔 이상을 섭취하면 고위험 음주로 분류되는데, 조사대상 여성 중 주 1회 이상 고위험 음주를 하는 여성의 비율이 2011년 14.3%에서 2012년 18.1%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고위험 음주를 하는 남성의 비율은 26.7%에서 26.2%로 오히려 소폭 줄어드는 추세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추천하는 여성의 적정 음주량은 소주 2.5잔이다.



여성 ‘과음 문화’에 경종

남성은 여성보다 알코올 분해효소가 2배 정도 많기 때문에 술을 더 잘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빨리 취하고 해독도 느리다. 결국 여성들이 모임이나 회식을 하고 술에 잔뜩 취해 택시를 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번 취재는 이런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택시기사들의 눈에 비친 심야 여성 취객의 모습은 여성의 ‘과음 문화’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정신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은 여성 자신의 안전에 지극히 위험한 일일 뿐만 아니라 인격체로서의 자존감,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품격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 된다.

최근 일부 택시 기사들이 심야에 여성 승객을 대상으로 몹쓸 짓을 해 공분을 샀다. 그러나 여성 취객을 대하는 기사들의 고충도 작지 않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기사들에게 “혹시 여성 취객에게 ‘이것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성국 씨가 답했다.

“제발 조수석 등받이에 스타킹 신은 발 좀 올리지 마세요. 발 냄새 때문에 진짜 죽겠어요.”

신동아 201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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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고려대 학점교류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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