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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는 높게, 가격은 낮게

코스트코

  • 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급여는 높게, 가격은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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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페드마트는 생긴 지 한 달여밖에 안 됐지만 “백화점 수준의 질 높은 상품을 낮은 가격에 파는 창고형 마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이목을 끌었다. 많은 상품을 비행기 격납고처럼 겉치레 없는 공간에서 저렴하게 팔아 소매업계 빈틈을 공략했다. ‘회원제’라는 점을 제외하면 지금 코스트코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솔 프라이스는 초창기부터 상품의 종류와 가격 산정 및 진열 방식, 고객 불만 처리 정책, 광고 규칙 등 기업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원칙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실천에 옮겼다. 그중 프라이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고객 최우선’이었다. “청렴함은 고객의 신뢰를 얻고 고객의 충성도를 싹트게 하는 초석”이라고 강조하는 프라이스 밑에서 시네갈은 차곡차곡 경력을 쌓았다.

20년간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크게 발전한 페드마트를 1976년 독일 사업자가 인수했다. 프라이스 부자(父子)는 페드마트를 나와 샌디에이고에 ‘회원제로 운영하는 할인점’을 열었다. 이름은 ‘프라이스클럽’. 시네갈을 비롯해 많은 페드마트 직원이 프라이스클럽으로 이직했다. 1950∼60년대 페드마트에서 상자를 나르고 카트를 밀던 청년들이 1970년대 들어 프라이스클럽에서 관리자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그러던 1983년, 시네갈은 시애틀 출신 사업자 제프 브로트먼과 함께 시애틀 남부 지역에 코스트코를 창업했다. 코스트코는 프라이스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제한된 품목을 판매하고, 가격은 낮게 유지하며, 대용량을 팔고, 직원들에겐 높은 급여를 주고,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되, 개인은 물론 자영업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 광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매년 2%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는 것도 프라이스의 공식을 따른 결과다.

직원들을 존중했던 프라이스의 추종자였으며, 30년간 현장을 누빈 시네갈은 코스트코 창업 당시 “돈은 매장에서 버는 만큼, 경영진은 매장 직원과 고객을 왕처럼 대접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코스트코 본사 사무실 벽에도 “매장에서 연락이 오면 모든 일을 멈추고 매장 일에 집중하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미국 남서부와 북서부 지역에서 형제처럼 성장해가던 프라이스클럽과 코스트코는 1993년 마침내 합병했다. 그 결과 매장 200개, 직원 4만3000명을 거느린 거대 기업이 탄생했다. 이후 상품 제조와 유통, 마케팅 및 판매 방식 등 소매업계에 일대 혁신을 불러왔다. 솔 프라이스는 생전에 시네갈에 대해 “주주와 직원, 고객, 관리자들의 이해관계 균형을 잘 잡는 경영인”이라고 평했다.

고품질 소품목 대용량 최저가

‘뉴욕타임스’는 2005년 코스트코가 월마트의 적수로 부상한 비결을 분석한 기사에서 “코스트코가 업계 정상에 한번 오른 뒤 내려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처음 창업했을 때 그렸던 창고형 할인점 모델을 끊임없이 정제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시멘트 바닥으로 된 꾸밈 없는 넒은 공간에서 유료 회원제에 가입한 고객들이 한정 품목 대용량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은 페드마트에 이어 프라이스클럽의 바통을 이어받은 코스트코의 기본 개념이다.

코스트코는 보통 4000개 품목을 판매한다. 월마트가 10만 개 이상의 상품을 진열하는 것에 비하면 상품 구성이 제한적이다. 설탕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일반 대형마트엔 브랜드와 용량이 다른 설탕 수십 종이 있지만, 코스트코엔 5kg짜리 황설탕과 백설탕 각각 한 종류가 있을 뿐이다. 품목별로 품질이 우수한 제품의 가격을 최대한 낮추면서 제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코스트코 바이어의 목표다.

이렇게 동종 상품의 브랜드와 용량을 제한하면 소비자 선택의 폭은 줄어들지만, 각 품목의 판매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코스트코는 이런 방식으로 재고를 빠르게 소진함으로써 공급가 인하를 유도해왔다. 품목 수가 적으니 상품 진열 및 관리 비용도 적게 든다. 그렇다고 저렴한 상품들로 판매대를 채우는 건 아니다. 저급한 2류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게 코스트코의 전략 중 하나다.

몇 년 전, 백화점에서 50달러에 파는 유명 브랜드 청바지를 29.99달러에 팔아 화제가 된 것도 수백만 벌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판매 방식 덕분에 공급가를 크게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번 주문에서 공급가를 7달러가량 더 낮출 수 있게 되자 코스트코는 청바지 가격을 22.99달러로 내렸다.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더 받고 팔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장사꾼 마음이다. 업체들은 소비자가 눈치 채지 못하게 마진을 더 남기려고 꼼수를 부리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코스트코는 지금껏 일반 상품 마진율 14%, 자체 상표인 커클랜드 상품 마진율 15%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일반 소매업의 마진율은 보통 25%이고, 백화점은 50% 이상이다.

시네갈은 “마진율 15%는 우리도 돈을 벌고, 고객도 만족할 수 있는 적당한 기준”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이상을 남기면 기업의 규율이 사라지고 탐욕을 추구하게 돼 결국 고객이 떠나고, 기업은 낙오하게 된다”며 “마진율을 16%나 18%로 인상하는 순간 가격과 비용을 최소화하려 했던 코스트코의 모든 노력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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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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