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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스노든 매닝 키리아쿠 영웅인가, 간첩인가

  • 김영미 │프리랜서 PD

내부고발자 스노든 매닝 키리아쿠 영웅인가, 간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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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美 정보기관 기소 예정

내부고발자의 폭로가 일으키는 파장은 엄청나다. 매닝의 폭로 이후 미국에서 반전 여론이 들끓었고, 미국 정부는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완전 철군을 결정했다. 키리아쿠의 물고문 폭로로 미국은 고문을 자행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매닝이 폭로한 아랍 친미 독재자들의 행태는 아랍 국가의 민주화 시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가 폭로한 외교 전문에는 튀니지의 독재자 벤 알리 전 대통령 일가가 혈연·혼인 관계를 통해 정·재계를 주무르고 있으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가 임종 전까지 권좌에 앉아 있을 것”이라는, 이집트 주재 미국대사관의 관측이 담긴 외교 전문도 공개됐다.

스노든의 폭로 역시 파괴력이 컸다. 미국인을 상대로 한 통화 기록 및 e메일 정보 수집 프로그램 존재 사실을 폭로했을 때만 해도 미국 정부는 ‘테러 예방 목적’이었다고 해명하면 됐다. 그런데 한국대사관 등 자국 소재 동맹국 대사관들도 도·감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해명이 무색해졌다. 동맹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외교관은 테러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정보기관은 유럽의 심장인 브뤼셀의 EU본부 건물까지 도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EU 본부 건물 도청 의혹에 대해 “모든 관련 정보를 EU 회원국에 넘기겠다”면서 진화에 나섰으나 케리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내가 아는 한 (도청은) 여러 나라에서 특이한 사항이 아니다”며 “세계 모든 국가는 안보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한다”고 말해 세계의 공분을 샀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미국-EU 관계는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다.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추진하던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독일 연방검찰은 불법 도청과 감시 혐의 등으로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을 기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기 직전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이동통신사와 칭화대를 해킹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해 7월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스노든의 폭로는 미국 시민에게도 충격이었다.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 개발회사인 모질라는 ‘우리를 지켜보지 마라(Stop Watching Us)’라는 온라인 운동을 벌이며 미국 의회에 보낼 항의서한에 대한 서명을 받고 있다. 6월 10일 백악관 인터넷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는 ‘스노든을 사면하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NSA의 감시 프로그램을 승인한 연방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의 청원도 올라와 있다. 진보 성향의 유권자 단체 진보변화운동위원회는 의회에 개인정보 비밀수집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불합리한 체포와 수색을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4조 때문이다. 수정헌법 4조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미국인 누구도 도청을 당해서는 안 된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수정헌법 4조를 복원하라(Restore the Fourth)’라는 이름의 시민단체가 워싱턴 등 전국 100여 개 도시에서 NSA의 감시 프로그램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수정헌법 4조를 복원하라’ 등의 단체를 지지한다고 밝힌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당·켄터키)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정부의 시민 감시 활동은 비극이며 수정헌법 4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답해야 할 질문

국민의 싸늘한 눈초리는 정보기관장에게 집중적으로 향하고 있다.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6월 12일 상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미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이자 4성 장군인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NSA 감시 프로그램의 투명성을 높이는 법안을 제출한 8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한 명인 제프 머클리(민주당·오리건) 의원은 “국가 기밀과 관련한 법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통화나 e메일을 얼마나 감시하는 게 타당한지는 토론해봐야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제임스 클래퍼 DNI(국가정보국) 국장이 과거 의회에서 한 증언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클래퍼 국장은 3월 12일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론 와이든(공화당·오리건) 상원의원이 “NSA가 수백만 또는 수억 명의 미국인을 상대로 어떤 종류의 정보라도 수집하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와이든 의원이 클래퍼 국장에게 “분명히 아니라는 거냐?”고 되물었지만 “우연히 그럴 수는 있지만, 일부러 수집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클래퍼 국장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스노든은 연봉 20만 달러(2억2000만 원)의 안락한 직장과 집, 여자친구, 가족을 버리고 도망자의 길을 선택했다. 방송사에서 정보 전문가로 맹활약하던 키리아쿠 전 CIA 요원은 세계 최강대국의 불명예스러운 고문을 고발한 후 교도소에 갇혀 있다. 매닝은 기밀을 유출하면서 전쟁의 부당성을 세상에 알렸다. 매닝은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피에 굶주린 미군의 만행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목격한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모습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매닝, 키리아쿠, 스노든은 내부고발자인가, 기밀누설자인가. 우리 모두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신동아 201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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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프리랜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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