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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

‘H 중령 투서사건’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직무 유기?

‘정의’는 처벌, ‘부도덕’엔 면죄부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H 중령 투서사건’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직무 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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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재조사 나선 軍 검찰

여론이 들끓자 김관진 장관이 재조사를 지시했고, 군 검찰은 투서에 담긴 내용의 사실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짝퉁 가방’ 운운하며 음해성 편지로 몰아붙이던 헌병 수사와 다르게 군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횡령 부분에 대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으나 대부분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면서 “범죄 혐의가 드러난 L 전 준장은 민간 검찰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책임자이던 S 전 소장에 대해서는 “L 전 준장의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서도 적시 수사에 착수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국방부 장관에게 대상자를 의원 전역하는 조치로 사건 조기 종결을 유도하는 부적절한 건의를 했다”면서 “S 소장을 법령 준수의무 위반으로 징계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군 검찰은 또 S 전 소장이 육군 중앙수사단장,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서 수행한 헌병 조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육군 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의 1, 2차 수사 중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 보관 회계 관련 서류 대부분이 허위의 영수증이나 해당 예산 사용과 관련 없는 간이영수증으로 회계처리돼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발견하지 못했다.”



재조사에 나선 군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거나, 밝히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할 만한 대목도 있다. H 중령이 S 전 소장에게 보낸 제보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 대령은 ○○사령관(○○○, ○○○) 및 참모장 ○○○, ○○○ 장군은 물론 전현직 국방부 ○○○, ○○○, ○○○ 장군, ○○○님 등 자신의 진급에 영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고위 직위자를 대상으로 정기적 선물 제공비로 사용(A, B, C급으로 구분해 설, 추석, 부부 생일 시 100만 원 상당 양주, 50만 원 상당 백화점 상품권, 20만 원 상당 한우세트 구매 전달 등)하고, 그 외에도 진급에 영향력이 있는 인사를 대상으로 부정기적인 선물(백화점 상품권 등) 제공은 물론 국정원 인사 초청행사 및 수시모임(관악회관이나 강남 일대 등), 또는 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식사를 주관할 때마다 위와 같은 수법으로 공금을 횡령해 약 50만~200만 원 상당씩 개인 유용하는 등 육사 출신 고급장교로서 있을 수 없는 해군(害軍) 행위를 자행해왔습니다.”

군 검찰은 진급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L 전 준장의 금융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일부 군 납품업체 관계자와 불분명한 거래 내역은 있으나, 진급을 위한 군 관계자와의 의심스러운 금융 거래를 확인할 수 없었고, P 소령은 명절 무렵 10만 원 상당의 갈비 선물세트를 구입해 택배로 전달했고, 상품권을 구매해 상급지휘관 전달용으로 L 전 장군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정확한 택배회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L 전 장군과 의혹이 있는 상급지휘관 모두 극구 부인하고 있어 확인이 제한됨.”

H 중령의 제보 편지에 실명이 거론된 이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P 소령은 2011년 5월 10일 국방부 보통검찰부 조사를 받으면서 이렇게 진술했다.

“○○사령관 및 ○○○에 대해서는 1년에 두 번(설, 추석) L 전 준장이 선물을 포장해 와서 인사과장인 본인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해 포장된 선물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모른 상태에서 공관병 및 행정병에게 전달했다. 전·현직 ○○○에게는 1년에 두 번(설, 추석) L 전 준장의 지시에 의해 신세계 상품권을 본인이 직접 구매해 3명 중 2명에게는 10만 원권 3장 내지 5장을 택배로 배달하고 나머지 분들에게는 한우고기(의정부 소재 ○○, 010-479-5○○○)를 직접 연락해 1세트씩 택배로 배달했다.”

대전고법 “징계 취소하라”

L 전 준장 사건은 그가 전역한 후 검찰로 이첩됐으나 증거불충분 등으로 내사 종결됐다. 관련자 대부분이 군에 있는 데다 자료가 불충분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 군 검찰이 이원화해 있어 벌어진 일이다. L 전 준장을 비호한 S 전 소장은 징계위에 회부됐으나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임기를 마친 후 전역했다.

H 중령은 군 기강을 문란케 했다면서 징계를 받았다. 2011년 8월 24일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으며 이에 대해 H 중령이 항고를 제기하자 국방부 항고심사위원회는 2011년 10월 19일 견책으로 징계를 변경했다.

H 중령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에 나섰다. 5월 9일 명예가 일부 회복됐다. 대전고등법원이 “부패행위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은 부패방지법에 따라 징계가 면제돼야 한다”면서 H 중령의 손을 들어준 것. 대전고법 제1행정부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썼다.

“원고가 제보한 ○○○(L 전 준장)의 횡령 범죄는 2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지시 복종 의무가 있는 부하 장교들을 횡령 범죄의 실행에 동원하여 그들로 하여금 정신적인 고통을 받게 하였으며, 그 횡령액이 5000만 원에 이르는 등 거액인 점, 국방부로서는 횡령 사건 수사를 통해 헌병 병과 쇄신안을 마련하고 예산사용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므로 원고의 1, 2차 제보행위는 중대한 공익 기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 횡령 범죄자인 ○○○은 징계 회부되지 않고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이전에 의원 전역했고 횡령 사실의 제보를 받고도 수사에 나아가지 않은 ○○○(S 전 소장)은 징계 회부됐으나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데 비해 원고는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경미한 규정 위반을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아 실질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바, 전체적인 처분에 있어서 관련자들 사이의 균형을 현저히 상실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부패방지법 제66조 및 부패방지훈령 제13조의 취지에 저촉되고 비례와 형평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던 선두주자이던 H 중령은 그간 대령 진급 심사에서 연거푸 떨어졌다. 앞으로도 진급에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H 중령의 변론을 맡은 최강욱 변호사는 “1차 조사에서 L 전 장군을 비호한 S 전 소장에게 2차 조사를 맡긴 것은 김관진 장관이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S 전 소장의 L 전 준장 전역 건의를 받아들인 것도 문제였다. 김 장관이 주례까지 선 H 중령의 얘기를 조금만 자세히 들어봤더라면 사안이 다르게 흘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 검찰, 민간 검찰이 분리돼 있어 비리를 저지른 범죄자는 결국 처벌받지 않았다. 옷을 벗는 것만으로도 강하게 처벌받았다고 여기는 군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정의를 추구한 사람은 징계를 받고, 부도덕한 이들에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게 우리 군의 맨얼굴”이라며 씁쓸해했다.

신동아 201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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