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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접점 |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신동아·서울대 HK문명연구사업단 공동기획>

다신교 시대 종식 이슬람 新문명사 개막 상징

이스탄불의 무함마드 외투

  • 김능우|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aminkim@daum.net

다신교 시대 종식 이슬람 新문명사 개막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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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교 시대 종식 이슬람 新문명사 개막 상징

바드르 전투에 나서는 무함마드(베일로 얼굴이 가려진 자)와 이슬람 군대.

무함마드는 시 낭송 듣기를 좋아했다. 뛰어난 시행과 탁월한 시인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수사학적 비유에는 마술적인 것이 있고, 시에는 명민함과 지혜가 있다”라고 한 무함마드의 말은 그가 시의 예술적, 지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는 시가 아랍인의 긍지이자 아랍인의 위상을 높이고, 적을 격하하는 무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슬람의 대의(大義)에 합치되는 시는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그런 시를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활용했다.

시인들 중에는 시를 통해 이슬람의 정신과 교리를 알림으로써 이슬람 전파의 전위대가 된 이들이 있었다. 특히 핫산 이븐 사비트, 카읍 이븐 말리크, 압둘라 이븐 라와하 세 시인은 메디나 출신으로 예언자 무함마드 곁에서 메카 시인들과 불신자인 적들의 주장을 시로 반박하며, 이슬람을 옹호하고 전파했다.

예언자는 이들의 시를 쿠라이시 부족과 이슬람 전파를 가로막는 다신론자를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하게 했다. 그는 “적에게 시(詩)의 화살을 쏘는 것은 칼로써 그들을 치는 것보다 강력하다”고 말했다.

메카의 예언자는 쿠라이시 부족의 거센 공세에 밀리던 이슬람 초기엔 그를 시인으로 매도하는 시인들에게 큰 반감을 가졌으나, 622년 메디나로 이주해 이슬람 공동체의 기틀을 잡아가면서부터는 시의 효용성을 알고 이를 이슬람 포교에 활용하려 했다.



이슬람의 영향력이 눈덩이처럼 성장하자 시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일찍이 이슬람을 택한 시인들은 이슬람을 알리고 그 교리를 전달하는 시를 써 새 시대에 적응했다. 그러나 이슬람을 부정하는 시인들은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초기에 이슬람으로 개종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시인인 핫산 이븐 사비트의 경우를 보자. 그는 예언자가 메디나로 이주할 때 이슬람 신자가 됐다. 예언자가 불신자인 적에 대응하는 시를 짓도록 권하자 핫산은 쿠라이시 부족을 비난하는 통렬한 풍자시를 지었다.

핫산의 풍자시를 들은 예언자는 “그의 시는 화살에 맞는 것보다 고통스럽다”고 평했다. 하디스에는 “핫산에게 쿠라이시 부족을 비난하라고 명했더니 그동안의 분노가 치유됐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핫산의 시가 예언자와 이슬람 수호를 위해 큰 빛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핫산이 쓴 다음의 시는 바드르 전투(624년)에서 메카의 쿠라이시 부족 군대를 상대로 목숨을 걸고 용감히 싸운 예언자와 교우들을 드높이면서, 패배한 적을 한껏 조롱한다.

흰 갑옷을 걸친 무리의 선두에 강인하고 결단력 있는 겁 없는 남자가 나섰으니/ 그는 곧 알라의 사도. 알라께서는 만물 중에서 신앙과 관대함을 지닌 그분을 택하셨도다/ 너희들(쿠라이시 부족)은 자신들의 소중한 것을 지킨다고 우겼고, 우리가 바드르 우물에 못 온다고 애써 말했지만/ 우리는 너희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우물에 당도하여 우물물을 넉넉히 마셨지/ 우리는 알라께서 내려주신 튼튼하고 끊어지지 않는 밧줄을 꽉 붙든다/ 우리에겐 무한한 승리를 향해 죽을 때까지 따를 사도가 계시고 진리가 있다.

개종한 시인들

이슬람에 부정적이었다가 이슬람을 믿게 된 시인들도 있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들이 겪은 심리적 갈등을 읽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메카 쿠라이시 부족의 시인인 이븐 알지바으라는 메카가 이슬람에 정복된 후 이슬람 신자가 됐다. 그는 시로써 행했던 과거의 잘못에 대해 속죄했다. 사도 무함마드에게 사죄하는 그의 시를 읽어보자.

통치자(알라)의 사도시여! 지난날 제가 무뢰배였을 때 짖어댔던 것을 이렇게 말로나마 수선합니다/ 그때 저는 망상의 악습 속에 사탄과 함께 지냈습니다. 그렇게 지내는 자들은 파멸로 이를 것입니다/ 제 살과 뼈가 당신의 말씀을 믿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경고로 이제 내 영혼은 구원 받았습니다.

카읍 이븐 주하이르는 다신교 시대에서 유일신교인 이슬람 시대로 전환되는 시기의 특성을 자신의 일화를 통해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시인이다. 그의 부친 주하이르 이븐 아비 술마는 이슬람 이전 시대의 손꼽히는 시인이었다. 카읍은 동생 부자이르와 함께 아버지에게서 시를 배웠다. 이슬람 시대를 맞아 부자이르가 먼저 이슬람 신자가 됐다. 카읍은 그러한 동생을 비난하며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부자이르에게 내 말을 전해주오. 내가 한 말에 그대는 할 말이 있는가/ 너는 알마으문(예언자 무함마드)과 함께 술을 마셨다. 알마으문은 한 모금 두 모금 술을 마셨지/ 너는 바른 길로의 인연(因緣)을 저버렸고 그를 따랐다. 그는 몹쓸 너를 어디로 인도했는가/ 너의 부모도, 형제도 알지 못하는 종교로 인도했는가

이 시를 전해 들은 예언자는 분노해 무슬림들에게 누구라도 카읍을 보면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부자이르는 다음의 시로 카읍에게 응수했다.

누가 카읍에게 알려주겠는가. 당신이 거짓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할 말이 있는가/ 그것은 ‘알웃자’ 여신(女神)도 ‘알라트’ 여신도 아닌 ‘알라(하나님)’에게 인도하는 확고한 길. 당신이 구원을 받으려 무슬림이 되면 당신은 구원받을 것/ 마음이 정결한 무슬림 외에 구원받지 못하고 불의 심판에서 벗어날 길 없는 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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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우|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amin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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