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관 씨의 서재에는 전사와 전술·전략에 관한 책이 많다.
“(갖가지 의혹 제기로) 달궈진 상태에서 탁 터지니까 그랬던 같아요.”
▼ KMDC 회사 자체는 문제가 없나요.
“지금은 다 거덜 났죠.”
▼ 주식 살 때 그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나요.
“잘 몰랐어요. 자원 개발하는 회사인데 광구를 받았다고 하니까 잘되겠다 싶어 아는 사람들과 함께 구입한 겁니다.”
중소업체인 KMDC는 2011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해상광구 4곳의 탐사개발권을 따내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정부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었다. 이 회사 이영수 회장은 2007년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에서 활동했고 지난해엔 박근혜 후보 캠프의 외곽조직을 이끌었다. 이 회장과 김병관 씨는 남다른 친분이 있다. 이 회장은 자유총연맹 총재 특보를, 김 씨는 부총재를 지냈다. 김 씨는 이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세계종합격투기연맹 고문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엔 이 회장이 이끌었던 국민행복실천연합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 이영수 회장과 친한 사이죠? 자유총연맹도 같이 하고.
“자유총연맹과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회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는 KMDC 증자에 참여해 3000만 원어치의 비상장 주식을 사들였다. 지금은 깡통주식이 됐다고 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한 푼도 못 건졌다”는 것.
▼ 주변에 피해자가 많겠네요.
“다들 손해 봤겠지. 그렇지만 사기당한 건 아니지. 자기들도 수익을 기대하고 샀다가 손해 본 거니 누굴 탓할 수도 없죠.”
그는 “청문회가 끝나고 나서 터진 문제라 해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부동산이니 주식이니 위장전입이니 하는 건 전부 부인이 한 일이라고요.
“뭐 집사람이 생각한 것도 있지만 내 판단으로 한 것도 있어요. 같이 의논해 결정한 것도 있고.”
그는 “그런 걸 밝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부인을 감쌌다.
“나는 군생활 하면서 돈 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기회가 되면 노후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이익을 가장 많이 본 게 일산 땅 140평(462㎡)입니다. 30배 뛴 상태에서 팔았으니까.”
▼ 사람들은 4성 장군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 기준에 비춰보면 어떻습니까.
“안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겠지요. 그것보다도 현재의 기준으로 옛날 일을 재단하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아요. 변명 같지만요. 어쨌든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말이 나올 일을 했으니 내 책임인 거죠.”
“대통령 전화 없었다”

지난 3월 국회 청문회장에 앉은 김병관 씨.
“그것 없이 물러났겠어요? 개인 때문에 정부조직법 통과가 늦춰지고 국회와의 관계가 틀어져서야 되겠느냐고 하더군요.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알고 싶었는데 그건 말해주지 않고. 그래서 이 정도로 틀어졌다면 들어가 일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자진사퇴는 안 하려 했습니다. 그만큼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후보 지명 철회를 해달고 부탁했어요. 그랬더니 ‘대통령을 너무 힘들게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생각한 끝에 사퇴하기로 결심한 거죠.”
▼ 이후 대통령이 따로 전화한 적은 없나요.
“대통령과 연락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대통령에게 직접 여쭤보는 것도 적절치 않은 것 같았어요. 사퇴 이후엔 대통령과 관계가 없으니 전화 올 이유도 없죠.”
▼ 어차피 그런 식으로 물러날 거라면 다소 억울하더라도 좀 더 빨리 물러나는 게 모양이 좋지 않았을까요.
“나 스스로 사퇴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잘못을 다 인정하는 꼴이 되니. 차라리 잘라주기를 바랐지. 위장전입이나 주식 문제가 있긴 해도 물러나야 할 만큼 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