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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성장잠재력 회복 최후 카드 후진 정치문화에 좌초할라

첫걸음 뗀 ‘창조경제’의 험로

  •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ahnd@snu.ac.kr

성장잠재력 회복 최후 카드 후진 정치문화에 좌초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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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0.31로 OECD 국가 평균에 해당하지만, 퍼센타일계수는 5배로 멕시코, 칠레, 이스라엘, 터키, 미국, 일본, 포르투갈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즉 중산층 붕괴가 동반된 부의 불균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부의 불균형이 심화된 결정적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였다. 지니계수는 외환위기 이전까지 0.25로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0.3으로 심화된 후 계속 증가하다 최근 2년은 줄어든 모양새다.

국가전략 모형의 부재 역시 성장률 하락에 일조했다. 1961년 시작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1991년 제6차 계획까지 나오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때 제7차 계획이 박제화된 뒤 시장에 성장의 조타수를 넘겨줬다. 지난해 작고한 경제전략 모형의 대가 강광하 서울대 교수는 “미성숙한 시장에 너무 일찍 주도권을 이전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진단한 바 있다. 장기적 안목이 부족하고 단기 성장에만 치중하는 시장에 모든 성장의 키를 넘기기에 앞서 공공부문이 미래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를 수행했어야 하는데, 이런 역할에 공백이 생기면서 잠재성장률 제고 기능이 취약해졌다는 주장이다.

‘재기의 기회’

그렇다면 성장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명확해진다. 우리 경제의 위험 부담(risk taking) 여력을 제고하고, 정부가 장기 전략을 제시하며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정부가 제시한 3가지 주요 국정운영과제-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창조경제-는 이러한 고민과 궤를 같이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업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게 하려면 재기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창조경제의 원형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요인으로는 산학연계를 통한 우수한 인프라, 벤처 캐피털과 사모펀드(PEF)를 통한 활발한 자금 공급 등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그 근저에는 미국 사회의 최고 강점으로 꼽히는 재기의 기회(second chance)를 주는 문화가 있다.



재기의 기회, 즉 패자부활전은 한 번 낙오된 주자가 다시 뛸 수 있게 함으로써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고 위험 부담을 안도록 한다. 그런 면에서 복지 확대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용해 경제 주체의 위험 부담 여력을 늘려줌으로써 창조경제의 틀을 정립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더불어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산업과 가계 부문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발판이 된다. 창조경제의 선결조건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다. 대기업과의 갑을 관계, 인재 빼가기, 지적재산권 보호 장치 결여 등으로 개인이나 중소기업의 창의와 혁신이 대기업으로 무단 이전되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 국정운영 과제는 상호 의존하고 있고, 상호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밀한 조율과 속도 조절이 요구된다.

창조경제의 목표와 방향성은 우리 경제 문제의 핵심을 적시하고 있고, 여타 국정운용 원칙과 개념적으로 정교하게 조율되어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총론적인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여러 측면에서 취약점이 있다. 정책 자체가 패러다임의 변화를 겨냥하고 있기에 모호하고 장기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도덕적 해이, 개념의 모호성으로 인한 디테일의 취약성, 계량목표의 부재, 주무부처의 전문성 부족,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치문화의 부재, 빈부격차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玉石 가려낼 평가시스템 절실

성장잠재력 회복 최후 카드 후진 정치문화에 좌초할라

6월 2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3 대한민국 창조경제 포럼에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한다는 것은 위험을 안고 투자하는 것이다. 즉, 창조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전반적인 위험 부담 여력을 증대해야 한다. 복지 확대를 통해 실패의 부담을 완화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과도할 경우 위험을 전가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도덕적 해이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을 강타한 IT 버블에서 이미 잘 드러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2000년 당시 코스닥지수가 지금 지수로 환산하면 2900이 넘었다. 지금 지수가 550선으로 당시와 비교해 80% 폭락한 수준이니 벤처 열풍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많던 벤처 중 현재까지 살아남아 중견기업 이상으로 성장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알맹이도 없는 아이디어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일반 투자자를 현혹하는 ‘먹튀’가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사업의 옥석(玉石)을 가려낼 수 있는 평가시스템이 자본시장에 구축돼야 한다. 즉 벤처캐피털이나 PEF 등 씨 뿌리는 자(seeder)들이 전문적인 식견으로 사업성을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전문성이 취약한 데다 그나마 전문성을 갖춘 곳도 그 분야가 협소하다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사업화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나라 자본시장 자체가 기능 면에서 선진화되지 못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질 경제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란 용어는 영국의 전략컨설턴트 존 호킨스가 2001년 출간한 ‘The Creative Economy’란 책에서 유래됐다. 그에 따르면 창조경제는 새로운 사고와 행위를 통해 제조업, 서비스 산업, 소매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그는 창조경제의 투입요소는 개인의 창의력이며, 특히 이를 새로운 방법으로 변환해 산업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략이론이 그렇듯, 호킨스가 기술한 창조경제는 몇몇 성공사례를 소개하는 사례 연구에 기초하고 있다. 몇몇 사례적 증거(anecdotal evidence)를 통해 제시된 이론은 일반화의 오류와 함께 정밀한 이론의 결여로 인해 구체적인 시사점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역시 이 부분이 가장 험난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장기 전략의 특성상 내용이 거시적이고 추상적이다. 6월 발표한 6개 전략과 24개 추진 과제를 보더라도 상당 부분 추상적인 내용으로 일관돼 있다. 애초 창조경제의 주요 비판 대상이었던 모호성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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