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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SCIENCE

‘죽은 자의 영혼’과 ‘우주 의식 저수지’ 사이

다윈과 퀴리 부인은 왜 영매술에 빠졌을까

  • 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죽은 자의 영혼’과 ‘우주 의식 저수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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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영혼’과 ‘우주 의식 저수지’ 사이

심령의 세계를 다룬 공포영화의 고전 ‘엑소시스트’.

심리적 영매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미국 출신의 레오노라 파이퍼가 꼽힌다. 그녀는 미국 실용주의 철학의 확립자로 널리 알려진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영매술을 연구할 때 주요 실험 대상이었다. 파이퍼는 SPR의 미국지부장 노릇을 하던 제임스 덕분에 국제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그녀는 제임스의 가족과 관련된 일을 놀랄 만큼 소상히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양탄자를 잃어버렸다거나 고양이를 에테르로 안락사시킨 일 등 아주 내밀한 사건들까지 정확히 알아맞혔다. 제임스는 “결국 그녀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파이퍼는 1889년 한 해 동안 런던에서 88차례에 걸쳐 SPR 창립자들이 참석한 강령회에서 영매술을 시연했다. 참석자 중 초기 무선통신의 개척자인 물리학자 올리버 롯지 경은 파이퍼가 롯지 자신도 잘 모르는 그의 두 숙부의 어린 시절 일들을 묘사하자 두 숙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로 사립탐정을 보내 그런 일들이 실제로 있었는지 조사시켰다. 사립탐정은 파이퍼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정보력을 갖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그곳 기록보관소 담당자나 그 지역 노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 이상을 파이퍼가 갖고 있다는 얘기였다.

롯지 경은 그런 정보가 텔레파시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자신도 잘 모르는 숙부들의 어린 시절 정보를 파이퍼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890년에 올리버 롯지, 윌리엄 제임스, 그리고 SPR 창립의 가장 큰 기여자 중 한 명인 고전학자 프레드릭 마이어스 등은 ‘파이퍼 부인의 트랜스 상태에서 관찰된 몇 가지 현상에 대한 기록’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도입부에서 마이어스는 “파이퍼 부인이 알려준 많은 정보는 실력 있는 탐정도 알아내기 쉽지 않은 것이며, 그런 정보들을 입수하려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파이퍼 부인에겐 그런 재력이 없다”고 썼다.

팔라디노를 비롯한 영매 대부분은 그런 능력이 죽은 자의 영혼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들은 트랜스 상태에서 지도령(指導靈)과 교신하며 이들의 도움으로 초능력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이퍼는 ‘죽은 자의 영혼 가설’을 적극 지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녀는 1901년 10월 25일자 ‘보스턴 애드버타이저’지에 죽은 자들의 영혼이 자신을 조종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죽은 자의 영혼 가설



물리적 영매가 보여주는 여러 능력은 초심리학의 염력과 비슷하다. 심리적 영매의 능력은 초심리학의 초감각지각과 비슷하다. 그래서 일부 초심리학자들은 영매들이 모두 초능력자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영매는 그런 능력이 죽은 자의 영혼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앞에서 예로 든 영매들의 능력이 눈속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짜 능력이라면 이들의 능력이 지금까지 초심리학 실험실이나 군 특수부대에서 행해진 그 어느 초능력 시연보다 뛰어나 보인다. 그래서 이들의 능력이 순전히 인간으로부터 기인한 초능력이 아니라는 주장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린다. 죽은 영혼들이 미지의 에너지로 인간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하지만 영매들이 오늘날 마술사들이 사용하는 여러 가지 트릭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팔라디노는 말년에 트릭을 사용하다 들통난 적이 있다. 트릭을 사용한 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럴듯한 변명거리는 있다. 초능력이 그렇듯이 영매의 능력도 항상 발휘되는 것이 아니기에 많은 돈을 받고 저명인사들 앞에서 시연할 때는 그들의 여흥을 깨지 않기 위해 이따금 트릭을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죽은 자의 영혼’과 ‘우주 의식 저수지’ 사이
맹성렬

1964년생

서울대 물리학 학사, KAIST 신소재공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 공학 박사

세계 최대 UFO연구단체 MUFON 한국 대표, 영국 심령연구학회 회원

세종대왕상 수상, 미국화학학회 정회원, 미국과학진흥협회 전문가 회원

저서 ‘UFO 신드롬’ ‘초고대문명’ ‘과학은 없다’ 등


고전적 의미의 ‘죽은 자의 영혼 가설’보다 훨씬 철학적 형태로 치장한 이론이 윌리엄 제임스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그는 1909년 SPR 회장 취임식에서 ‘심령 연구자로서의 긍지’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 그는 20년간 심령현상을 연구해왔지만 아직도 ‘당황스럽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그는 많은 속임수 사례가 있음에도 여전히 초정상적인 인식이 발현하는 경우가 존재함을 믿는다면서 텔레파시나 투시 등에 대해 ‘우주적 의식의 한 연속성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봤다. 우리 개개인은 이 우주 의식에 대해 장벽을 쌓아올리고 있지만, 인간들 중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매들은 마치 바다나 저수지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것처럼 우주 의식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 제임스의 ‘우주 의식의 저수지 이론’은 약간의 확장을 통해 심리적 영매뿐 아니라 물리적 영매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 우주 의식의 저수지에는 단지 정보뿐 아니라 에너지도 존재한다는 식으로.

영매술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초능력, 죽은 자의 영혼 개입, 우주 의식의 저수지, 그리고 트릭 중 과연 어느 것이 진실에 가장 가까운 것일까.

신동아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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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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