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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대박에 묻어가기? 영혼 없는 ‘문화수출’ 정책

왜 싸이는 되고, 韓食은 안 될까

  • 전원경 │작가·문화정책학 박사 winniejeon@hotmail.com

한류 대박에 묻어가기? 영혼 없는 ‘문화수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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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한류 열풍이 형성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까지 한 번도 본격적인 문화상품 수출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당초 한류를 ‘잠깐 그러다 말 것’이라는 식으로 반신반의하던 한국 언론은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2004년부터 드라마, 가요 등 대중문화 콘텐츠를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문화의 첨병으로 내세웠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듯, 정부는 2005년부터 한류 수출을 독려하는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2005년 문화관광부가 내놓은 ‘한류의 글로벌화를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 방안’은 한류가 인기를 얻은 지역에 전통문화상품을 홍보하고, 해외 15개 도시에 ‘코리안 플라자’를 열며, 1만 명 규모의 아시아 문화동반자를 육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2005년 ‘문화산업백서’, 25~27쪽). 아울러 한옥 한식 한국어 한지 한복 국악 등 6개 전통문화상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한스타일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정부가 한류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한국 전통문화의 상품화, 세계화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전통문화상품의 세계화나 한국의 국가브랜드 홍보 등과 한류의 실체가 과연 얼마나 연관돼 있을까. 한류는 1990년대 후반, 중국의 한 언론사가 중국 신세대들이 한국의 가요와 드라마에 열광하는 현상을 지칭하며 사용한 신조어다. 말하자면 한류는 가요와 드라마, 그중에서도 ‘사랑이 뭐길래’ 등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중화권 진출에서 탄생한 것이다.

한류 본질은 상업 콘텐츠

드라마가 아시아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산 문화상품이 된 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1990년대 초 문민정부의 등장과 엇비슷한 시기에 상업방송 SBS가 개국했고, 이는 한국 방송산업이 국가 주도 공영방송 체제를 벗어나 본격적인 산업으로 변모했다는 신호탄이었다. 곧 광고 이익의 극대화를 의미하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방송 3사 간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3파전의 대표주자가 된 프로그램 장르가 드라마, 그중에서도 평일 밤 10시대에 방송되는 ‘미니시리즈’였다. 미니시리즈에 대한 세 방송사의 중점적인 관심과 투자는 한국 드라마의 독특한 개성-스피디한 전개, 드라마틱한 스토리, 다양한 주제에 도전-을 구축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시청률 경쟁 덕에 날로 발전한 한국 드라마는 1990년대 중반 들어 팽창하기 시작한 중화권의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국으로 진출한다. 이때를 전후해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서 케이블 방송 산업이 시작됐고, 작은 규모의 케이블 방송국들은 미국, 일본의 비싼 프로그램 대신 양질의 값싼 프로그램을 시급히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중화권의 케이블 채널 관계자들에게 일본 드라마의 10분의 1 가격이지만 품질은 일본 드라마에 떨어지지 않는 한국 드라마는 대단히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즉 한류, 즉 한국 드라마와 가요에 대한 해외의 인기는 세계 문화산업의 글로벌한 트렌드가 한국 방송산업에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각국의 방송산업이 제한된 공중파 채널에서 수백 개의 케이블 채널로, 그리고 소셜미디어로 급속히 확대되면서 보다 많은 방송 콘텐츠가 필요하게 됐고, 방송 3사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내부 경쟁력을 갖춰 온 한국 드라마가 이렇게 확대된 아시아권 방송 시장에서 적절한 콘텐츠로 선택된 것이다. 드라마의 아시아 시장 진출과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히트 간의 차이는 후자가 전자에 비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위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장르라는 장점을 가졌다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저지른 오류는 이 같은 산업 흐름, 즉 대중문화산업, 방송산업이라는 개별 산업의 성공인 한류를 국가브랜드 홍보, 또는 전통문화상품 수출이라는 거창한 명제와 연결하려 했다는 데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한류의 본질은 일부 방송산업, 또는 연예산업의 콘텐츠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소비자층에게 소비되는 현상이며, 이 현상 어디에도 ‘전통문화가 개입한 흔적, 또는 앞으로 개입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대장금’ ‘주몽’ 등 역사드라마의 해외 진출이 한식, 한복 등 한국 전통문화상품에 대한 선호 현상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주장은 마치 영국 역사드라마 ‘튜더스’를 보는 한국 시청자들이 15세기의 영국 전통복장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는 주장만큼이나 개연성이 없다.

서울의 착각

사실 한류 후원 정책이라고 이름 붙여진 정책들이 실은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도구 삼아 해외 시청자에게 접근해 그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상품을 홍보하거나 나아가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많은 문화산업 전문가가 비판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대중문화 콘텐츠의 인기를 국가 이미지 홍보에 이용하려는 한국 정부의 시도가 무리한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한국인들은 급속한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일본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는 사실에 공분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감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더 나은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국가 이미지를 만들고 홍보하는 주체로 나서는 것은 지나친 참견이다. 산업에서 챔피언이 되는 것과 소프트파워 강국이 되는 것은 명백히 다른 문제다.’(파이낸셜타임스 2012년 10월 30일자 ‘강남스타일’의 성공이 드러낸 서울의 착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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