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생활정치의 달인

조건 야무지게 따져보고 ‘공세적 방어’로 버텨라

배우자 선택의 정치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조건 야무지게 따져보고 ‘공세적 방어’로 버텨라

2/4
내가 관찰해본 바로는 누구에게나 결정적 단점이 있다. 그 단점을 배우자가 잘 보완해주는 경우 결혼생활이 원만할뿐더러 사회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그 반대인 경우에는 서로의 단점을 더 악화시킴으로써 결혼생활이 삐걱대고 사회적으로도 하향곡선을 그리기 마련이다.

내가 결혼해야 할 즈음에 어떤 분이 자기는 결혼을 앞두고 재력, 학력, 외모 등 항목별 점수표를 만들어 평균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을 선택했다고 조언해줬다. 그분의 인생이 성공적이었다면 그 말에 솔깃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분의 인생은 평균점수가 높다는 ‘집안 그럭저럭 좋고, 학력 그럭저럭 괜찮고, 외모 그럭저럭 봐줄 만한 사모님’을 만나면서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 사모님은 남편이 위기에 처했을 때 팔을 걷어붙이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지도 못했고, 심리적으로 위로해주지도 못했다. 오히려 자신의 몹쓸 처지가 남편 탓이라고 원망만 했으며, 잘나가는 처가 식구들과 비교만 했다. 그분을 보면서 늘 든 생각은 ‘차라리 집안이나 학력이 떨어지더라도 생활력이나 미모가 뛰어난 사모님을 만났더라면 더 잘 풀렸을 텐데’ 하는 것이다.

나는 그때 이미 그분과 생각이 달랐다. 나의 결정적 결점, 그것을 보완해줄 상대, 평균점수가 낮더라도 그 점에서 높은 점수를 가진 누군가와 결혼해야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여기에 더해 애정 지상주의자이기 때문에, 더욱더 기타 조건을 무시하고 결혼을 강행했다.

“지뢰 밟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 내가 아는 남녀 후배를 서로 소개해준 적이 있다. 내 예상이 적중했던지 두 사람은 급속하게 가까워졌고 두 달도 안돼 결혼하겠다며 날 찾아왔다. 그런데 곧바로 나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남자 후배의 어머니가 극력 반대한다는 것이다. 외아들인 후배의 어머니는 아들이 부잣집 딸을 만나 경영인의 꿈을 이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결국 그 혼사는 깨졌고 내 후배는 이모가 소개했다는 부잣집 딸에게 장가를 가고 말았다.

그때 정말 열심히 말렸다. “인생사 도처가 지뢰밭인데, 초연해져야 땅에 묻힌 지뢰가 보인다” “화려한 것에 현혹되지 말고 초심을 따르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다. 하지만 착한 아들이고 싶었던 내 후배는 “어머니 뜻에 따르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 결혼으로 그가 행복해졌을까. 경영인으로서 꿈을 이뤘을까. 아니다. 오래지 않아 이혼소송에 들어갔고, 정말 ‘처절한 소송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때 다시 날 찾아온 후배가 이런 말을 남겼다.

“선배님, 지뢰를 밟은 것 같습니다.”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잃고 나면 죽을 때까지 복구가 어렵다. 조건? 가족을 포함한 남의 말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초연하게 따질 일이다. 그래야 최소한 후회가 남지 않는다. 또 남 탓으로 세월을 보내지도 않는다.

과대포장은 죄가 아니다

조건 야무지게 따져보고 ‘공세적 방어’로 버텨라

많은 예비부부는 예단 등 혼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조건과 관련해서는 내가 따지는 만큼 상대도 따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때 과대평가를 받아서도 안 되겠지만 과소평가를 받아서도 안 될 일이다. 특히 과소평가를 받아 내가 원하는 상대를 놓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맛난 사과를 기왕이면 잘 포장해서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포장의 기술은 현실 정치에서도 자주 애용하는 방식인데, 더 젊어 보이도록 머리 염색을 한다거나 그럴듯해 보이는 이력을 쌓아둔다거나 시민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것이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결혼시장에서도 이런 일은 이제 일반적이다. 학력을 다소 부풀리기도 하고 성형수술을 받기도 한다. 과거처럼 날것 그대로 시장에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장 추세가 이렇다면 여러분도 어쩔 수 없다. 날것 그대로 승부를 겨루기보다는 잘 포장된 상태, 그것도 다소 과대포장된 상태로 경쟁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포’는 이제 죄가 아니다.

조건을 따져 상대방을 선택해서 연애를 했고, 그 연애가 성공적이어서 상대방과 결혼을 하기로 합의했더라도 혼인 단계에 접어들면 조건에 관한 재검토가 이뤄진다고 앞서 지적했다. 이때 가장 큰 난관이 바로 ‘가족 검증’이다. 평상시에는 나에게 관심조차 없던 가족도 이때는 사명감에 불타올라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가족의 범위에는 한정이 없다. 고모, 삼촌, 외숙모까지 끼어들려 하기 때문이다. 한두 마디 거드는 이들의 발언에 부모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개인주의가 강한 서양 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고 우리 사회도 서서히 개인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가고는 있지만, 아직 현실은 그렇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최근에는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비정규직이 일반적인 상황과 맞물려 부모에 대한 결혼비용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역전 현상조차 나타난다. 부모가 도와주지 않으면 신혼집조차 마련하기 어렵고 신혼살림도 장만할 수 없는 현실! 그런 현실에서는 혼인 단계에서 부모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2/4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목록 닫기

조건 야무지게 따져보고 ‘공세적 방어’로 버텨라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