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誌上 강연

“對北 심리전 최대 무기는 신뢰와 돈”

前 서독 심리전 총책임자의 충고

  • 정리·계동혁 한국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nicekye@gmail.com

“對北 심리전 최대 무기는 신뢰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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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보다 중요한 것이 신뢰다. 정확한 정보를 줘야 심리전에서 이길 수 있다. 우리가 정확한 정보를 줬기에 동독 주민들은 우리를 믿어줬고, 우리의 우군이 됐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아직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동독 주민 대부분은 서독 TV를 볼 수 있었다. 동방정책 덕분에 서독에 있는 친척을 방문할 수도 있었다. 이를 통해 동독 주민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서독 주민은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가지려면 서독 마르크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1979년에야 동독은 동독 주민의 서독 TV 시청과 서독 친지 방문이 체제를 위협한다는 것을 알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동독이 당황해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샴페인 10병을 주문해 자축했다.

히틀러의 선전부 장관 괴벨스는 흥미로운 일기를 남겼다. “모든 수단 가운데 진실이 최고의 선전 수단이다. 사람을 속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대중은 진실을 알게 되므로 신뢰를 잃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신뢰를 잃으면 망하는 것이다.”

신뢰를 확보하라

북한 정권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빅브러더와 같다. ‘1984년’은 냉전 시기 공산당을 겨냥한 최고의 책이었다. 빅브라더를 실각시키려면 북한 주민에게 한국 TV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매우 작은 TV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중국 북부지역을 통해 북한에 유입시켜 북한 주민이 한국 TV를 시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신뢰가 왕이고, 진실이 여왕이다’라는 경구를 한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아침 나는 한국 신문을 통해 한 민간단체가 풍선을 이용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전단에는 김정은의 아내 리설주 주변에서 벌어진 일이 적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민간단체가 벌이는 전단 살포는 효과가 작다고 한다. 기초적인 원칙과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단체의 심리전은 국가나 군에서 하는 심리전과 맥이 통해야 한다.

민간단체들은 울분과 비난을 전달해선 안 된다. 검은 것을 흰 것으로 만들지 말고, 흰색을 검은색이라고도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심리전은 적의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심리전이 아니다. 사람들이 진실을 항상 믿어주진 않기 때문이다. 진실인 줄 알아도 신뢰가 없으면 믿어주지 않는 게 사람이다. 따라서 ‘믿어달라’며 진실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바른 정보를 계속 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BBC에서 선전가로 활약한 인물을 인터뷰해 책을 낸 적이 있는데, 그는 BBC의 전시(戰時) 심리전이 실패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수많은 사람이 가스실로 끌려가 죽었다는 사실을 독일인들에게 알리려 했으나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조차 믿어주지 않았다. 이유를 알아보니 제1차 세계대전 때 BBC가 독일인에게 거짓 선전을 한 사례가 많았던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적된 신뢰를 믿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독 지도부는 진실을 정말 너무 많이 왜곡했다. 에릭 호네커 총리와 슈타지의 수장 에릭 밀케가 대표적이다. 에릭 밀케는 마음에도 없이 “나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이 때문에 베를린 장벽이 개방된 후 이 말은 동독 의회에서 조롱거리로 회자됐다. 신뢰가 없으면 진실이라도 조롱거리가 되고 만다.

신뢰를 토대로 한 진실은 장벽으로도 못 막는다. 동독은 주민 탈출을 막기 위해 베를린 장벽을 설치했지만, 1962년부터 무려 111만4100명의 노동자와 농부가 ‘지상낙원’을 탈출했다. 이렇게 많은 주민이 탈출했기에 동독은 체제 위기에 직면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11월 9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나는 국방부에서 밤늦게까지 근무하다가 이 소식을 들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 충격이 오랫동안 내게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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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계동혁 한국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nicek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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