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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리포트

“암 줄기세포 잡아야 암 고친다”

‘면역요법’으로 암 치료하는 구라모치 쓰네오 박사

  • 도쿄=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암 줄기세포 잡아야 암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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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줄기세포 잡아야 암 고친다”

11월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구라모치 박사의 강연회.

암 줄기세포 완전 제거

‘5종복합 면역세포 치료법’의 연구·개발 과정은 복잡했다. 그러나 환자들이 겪어야 할 치료과정은 아주 간단하다. 수술하고 입원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없다. 먼저 환자의 혈액을 채취한 뒤 혈액 내에서 면역세포들이 들어 있는 림프구를 분리한다. 그리고 이것을 3주간 배양한다. 이 과정에서 1000만 개 정도에 불과하던 5가지 면역세포가 적게는 20억 개, 많게는 50억 개 이상으로 증식된다. 이렇게 증식된 면역세포들을 환자의 몸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병원에서 링거액을 맞듯이 1시간 정도만 맞으면 치료가 끝난다. 이렇게 주입된 5가지 면역세포는 환자의 몸속에서 서로 협력하고 활성화하면서 암세포를 죽이는 등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 센신 병원은 일본에 31개, 한국에도 10여 개의 제휴 병원을 두고 있으며 이들 병원으로부터 암 치료를 위한 세포배양을 의뢰받아 최적의 상태로 면역세포를 활성·증식하는 방법으로 암치료 배양액을 제공한다. UAE 두바이 왕립의료원과 인도네시아 국립의료원이 최근 센신 병원과 제휴하기를 희망하고 나서 조만간 기술이전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구라모치 박사는 새로운 차원의 암 치료법 개발에 도전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암 줄기세포 특이항원 백신요법(DC-AIVac/CSC)’이 그것이다. 암이 발생하고 재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인 암 줄기세포까지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 세계 최초의 치료법이다. 구라모치 박사는 11월 6일 도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 치료법을 처음 공개했다. 강연회에는 암환자 가족, 암치료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구라모치 박사는 강연회에서 “2011년부터 삿포로 의대와 암 줄기세포가 발현하는 특이 항원에 관한 공동 연구를 해왔고, 최근 특이 항원을 찾아내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라모치 박사에 따르면 암세포 중에도 줄기세포가 있다. 전체 암세포 중 불과 몇 %에 불과하지만, 이 줄기세포는 암이 전이되거나 재발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구라모치 박사는 암 줄기세포를 없애지 않고는 암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고 판단, 암 줄기세포를 제거하는 면역치료법을 연구해왔다. 그는 암 줄기세포 치료법으로 암 치료율을 기존의 면역요법보다 20%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에도 줄기세포가 있다는 사실은 1997년 캐나다의 한 연구팀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휴면 상태에 있다가 특정한 조건이 되면 활성화해 암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가 확인된 것. 암 줄기세포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유방암, 뇌종양, 전립선암, 대장암, 췌장암 등에서 그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 구라모치 박사의 부연 설명을 들어보자.

“암 줄기세포는 종양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녔고, 자기복제 능력을 갖고 있으며, 다분화 능력도 있는 세포군이다. 이렇게 줄기세포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은 수라도 암 줄기세포를 면역이 없는 동물에 이식하면 새로운 암이 만들어진다. 게다가 암 줄기세포는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 같은, 지금까지 주로 사용된 암 치료법에 대해 강한 저항성을 갖고 있어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다.

휴면 상태에 있는 암 줄기세포에 반응하는 항원세포를 통해 암 줄기세포가 깨어나도록 만들고, 암 줄기세포가 여러 형태의 암세포를 만들어내면 이를 항암제 등을 통해 한 번에 제거할 수 있다. 휴면 상태에 있는 암 줄기세포는 항암제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해 개발해낸 치료법이다.”

‘암환자라서 행복하다’

구라모치 박사는 최근 그동안의 연구 실적과 치료 현장에서의 경험을 모아 ‘당신은 암환자라서 행복하다’라는 제목의 책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했다. 식도암에 걸려 1년 넘게 병원 치료를 받았고, 현재는 자신이 개발한 면역세포 치료법의 도움을 받고 있는 구라모치 박사 본인의 치료 과정도 그대로 담았다. 그는 책의 서문에 “희망은 당신을 버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희망을 버리는 것입니다”라고 썼다.

“나 자신이 암에 걸린 뒤 암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입 안에서 인두암이 발견된 후 정밀 검사에서 식도암이 발견됐고, 목 부위의 임파선까지 전이된 걸 알게 됐다. 수술을 받고, 항암제를 복용하고, 방사선치료도 받고, 내가 개발한 5종복합 면역요법과 신수지상세포획득면역백신요법도 사용했다. 치료를 받으면서 ‘당신은 암환자라서 행복하다’고 했던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구라모치 박사는 암환자가 행복한 이유를 2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암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뇌경색이나 심장발작,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과는 달리 암환자는 설사 ‘여명 1개월’이란 진단을 받았다 해도 그만큼 뒤를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라모치 박사는 “의사로부터 ‘앞으로 3개월 정도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암환자들은 누구나 ‘겨우 3개월?’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3개월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죽음을 맞는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라고 반문한다.

암환자가 행복한 두 번째 이유는 암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은 암을 고혈압이나 대사증후군 같은 생활습관병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구라모치 박사는 이 점을 강조한다. 그는 틈만 나면 환자들에게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신동아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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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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