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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가동 北 의도에 말렸다”

천영우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개성공단 재가동 北 의도에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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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결의했다.

“지금의 대북 제재는 부분 제재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모두 이행하기도 어렵지만, 다 이행하더라도 북한 대외 무역활동의 20% 수준을 제재하는 데 불과하다. 북한은 그 정도라면 보험료를 지불하더라도 핵을 보유하는 게 낫다고 계산할 것이다. 대북 제재를 대폭 강화해서 그런 계산 공식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 북한의 전략과 태도를 바꿀 만한 강력한 제재를 안 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지난 3월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결의할 때 미국이 낸 초안에는 강력한 제재 방안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반대해서 최종 결의안에서 빠졌다.”

▼ 초안에 담긴 강력한 제재 방안은 무엇이었나.



“해운(海運) 제재다. 북한에는 급소와도 같다.”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북한에 한 번이라도 입항한 모든 선박은 180일 이내에 다른 나라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렇게 하면 북한에 드나드는 배는 북한과만 거래하든지, 북한 내에서만 이동해야 한다. 또한 북한에 다녀오지 않은 배라도 북한 화물을 싣고 다니는 배는 공해상이든 영해상이든 전수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담겨 있었다.

북한 밖으로 나오는 화물을 전수 검색하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 북한의 대외무역활동은 큰 타격을 입는다.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가 중요하다고 립서비스는 많이 하는데, 다른 나라들이 모두 하자는 제재를 앞장서 막고 있다.”

▼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5개국이 일정 기간을 정해 ‘북한이 비핵화 결심을 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취한다’고 합의하든지,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체제가 멸망하겠구나.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핵을 써보기도 전에 왕조가 문을 닫겠구나’ 하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비핵화가 가능하다. 북한 붕괴를 각오하고라도 강도 높게 대북 제재를 가하면 북한이 핵을 내놓지, 정권을 내놓겠나.”

▼ 우리 나름대로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와 별도로 우리 차원에서 대북 해운 제재 방안을 준비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늦어지면서 새 정부에 우리가 준비한 안을 넘겨줬다. 그런데 새 정부가 북한과 신뢰 회복을 하려고 그랬는지 흐지부지됐다. 우리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포기함으로써 남북대화와 6자회담 인센티브를 쥘 기회를 놓친 감이 있다.”

개성공단 협상 조급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北 의도에 말렸다”

9월 2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1차 회의를 마치고 남측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 지원단장(왼쪽)과 북측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 부총국장이 회담장을 나오고 있다.

▼ 박근혜 정부 들어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새 정부의 대북 의지를 테스트해본 측면이 있다.”

▼ 우여곡절 끝에 재가동에 합의했는데….

“우리가 강하게 나가서 북한을 굴복시켰다고 자화자찬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과를 보면 북한이 밑진 장사를 한 것 같지 않다.”

▼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몇 달치 월급 못 받은 수준?

“월급은 못 받았지만 그동안 농번기에 농사짓지 않았나. 또 우리가 철수할 때 준 돈도 있고. 새 정부 대북정책의 원칙은 괜찮은데, 대화할 때 스윙이 너무 빠르다. 북한의 제안에 불과 몇 시간 만에 화답하지 않았나. 마음이 급하기 때문에 그렇게 대응한 거다.”

▼ 공단 폐쇄 재발방지 약속을 받지 않았나.

“재발방지에 너무 큰 가치를 부여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것을 바꿀 기회를 놓쳤다.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은 아무 의미가 없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다시 문 닫으면 남조선 기업들이 모두 짐 싸서 나갈지 아닌지’를 보고 폐쇄 여부를 판단한다. 재발방지 약속이 담긴 종이 한 장 써주고 그것이 마음에 걸려서 폐쇄를 안 하는 게 아니다. 개성공단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고개를 숙이고 매달릴 것 같으면 북은 언제든 폐쇄 조치를 할 수 있다.”

천 전 수석은 “개성공단 재가동 협상 때 근로자 임금을 현금으로 주던 것을 현물 지급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했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개성공단 근로자 노임을 현금 대신 쌀 보관증을 주고 쌀로 받아가도록 바꿨으면 한꺼번에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북한의 기아(飢餓) 문제를 해결하는 인도적 측면도 있고, 현금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하는 부품 조달도 막을 수 있었다. ‘대북 제재하자고 하면서 너희는 왜 북한에 현금을 주느냐’는 국제사회의 비난도 피할 수 있었다.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빌미를 제공했을 때 거래 수단을 현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별 가치도 없는 재발방지 약속에 매달리다 결국 북한 의도대로 됐다. 북한의 목표도 결국 개성공단 재가동 아니었겠나. 그런데 북한은 종이 한 장 써주고 목표를 달성했다. 오히려 북한이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며 자부하지 않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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