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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 리포트

최고의 노후대책은 재테크 아닌 情테크

황혼이혼 위기 지혜롭게 극복하려면…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최고의 노후대책은 재테크 아닌 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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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을 결심한 부부라면 오랜 시간 둘 사이에 대화다운 대화가 오간 적이 없는 단절관계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 두 사람만의 힘으로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남편이 진심 어린 말을 하며 아내를 살갑게 대하려 해도 수십 년 동안 가슴에 응어리를 안고 살아온 아내 처지에선 남편의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하지 못하게 된다. 이럴 땐 남편이 먼저 나서서 상담 등을 통해 소통교육을 받아보는 것도 화해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강 소장의 조언이 이어진다.

“남편이 이런저런 제안을 하기도 하고 변화를 시도하려 노력하는데, 아내가 계속해서 과거에 남편이 잘못한 점을 들춰내며 윽박지르고 밀어냅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과거는 어떻게든 돌이킬 수 없지요. 모처럼 잘해야지 마음먹었다가도 아내의 매몰찬 말에 모멸감을 느낀 남편은 변화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다시 허탈해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남편과 아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한발 물러서 대화의 방법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남편이 아집과 편견을 버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아내의 고통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감정 계좌’에 추억 쌓기

물론 남편 처지에서도 할 얘기는 많겠지요. 하지만 그에 앞서 당신의 아내는 정말 딱 한 사람, 당신만 믿고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과 고통을 견뎌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 정말 힘들었겠네. 나 한 사람만 바라보고 시집와서 그렇게 고생했는데 내가 예전엔 미처 몰랐어. 미안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내의 마음을 녹이는 시발점이 될 수 있어요.

아내 분도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전, 남편이 조금이라도 반성과 변화의 기색을 보인다면 칭찬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마세요. ‘예전엔 내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지금이라도 잘하려고 노력해줘서 고마워요. 이런 점은 참 고맙고 앞으로 이런 점은 좀 더 고쳤으면 좋겠어요’ 같은 칭찬과 격려의 화법이 남편을 진심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강 소장은 황혼기에 접어든 남편이 젊은 세대처럼 가사를 분담하고 양육을 함께 할 만큼 크게 변하긴 어렵겠지만,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부부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기다리기보다 한 끼 정도는 스스로 차려 먹고 치우는 정도, 쓰레기 분리수거쯤은 직접 하는 것, 집 안에서 이것저것 잔소리를 늘어놓기보다 바깥으로 나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저축’하는 것이다. 함께했던 즐거운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혼 확률이 낮아진다는 게 강 소장의 충고다. 부부가 함께한 추억을 ‘감정 계좌’에 비유하자면, 추억이 쌓이면 쌓일수록 두 사람의 관계를 해칠 만한 엄청난 사건이 생긴다고 해도 ‘계좌 잔고’의 힘으로 버텨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런 추억이 없다면 사소한 사건으로도 마이너스 계좌로 전락해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남편과 아내, 가족 구성원이 함께하는 동호회를 결성해보세요. 굳이 거창한 걸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산책이든 배드민턴이든 스포츠댄스든 함께 할 시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아내는 회장, 남편은 총무, 자녀는 회원, 이런 식으로 직책을 정해 마치 동호회를 즐기듯 가족모임을 결성하면 의외로 재미가 쏠쏠합니다. 관계가 돈독해지는 계기도 되고요.”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

함께 사는 게 정 못마땅하고 힘들다면 당분간이나마 별거를 고려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너무 지긋지긋하고 힘드니 깔끔하게 갈라서는 것만이 최선일 듯해도 기대와 달리 이혼 이후의 삶은 녹록지 않아 힘겨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서는 쓸쓸한 경험이 되레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의 장점을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내일 죽더라도 오늘 이혼하고 싶다’의 저자인 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은 자신도 젊은 시절, 1년 365일 중 360일 이혼을 생각했을 만큼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을 이어왔다고 고백한 바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그 고통을 알 수 있을까. 그래선지 그는 이혼을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부부들의 숱한 사연을 접할 때마다 그보다 더한 사연을 지닌 자신의 결혼생활을 반추하게 된다고 한다.

외동딸로 귀하게 자란 그가 남편을 만나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이혼을 앞둔 이들을 조율하는 조정위원으로 일할 수 있었을까. 인생이 언제나 평탄하고 행복하기만 했다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조언과 조정안을 내놓을 만큼의 심성을 갖추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남편에게 고맙기도 하다.

“남편 성격이 불 같은 반면 저는 바람 따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 같은 심성을 지녔어요. 서로 잘 맞을 리 만무했지요. 술과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남편이라 이때껏 월급봉투 한번 손에 쥐여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지금은 저 남자 아니면 누가 나를 이렇게 챙기고 예뻐해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집 뒤쪽에 산이 있어요. 남편과 함께 산책을 나서면 성격 급한 남편은 언제나 쏜살같이 먼저 올라가버려요. 같이 손잡고 나긋나긋 걷는 법이 없죠. 그런데 그렇게 후딱 올라가다 한 번씩 저 위에서 돌아서서 중턱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열심히 가리킵니다. 돌부리 조심하라고. 그게 그 남자 나름의 표현 방식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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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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