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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왕의 한의학’

주색 밝힌 ‘밤의 황제’ 서증(暑症) 시달리다 단명

열성 체질 성종

  •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주색 밝힌 ‘밤의 황제’ 서증(暑症) 시달리다 단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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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음주와 성생활

주색 밝힌 ‘밤의 황제’ 서증(暑症) 시달리다 단명

성종은 경회루 등지에서 연회를 자주 벌였다.

성종의 첫 번째 왕후는 한명회의 딸인 공혜왕후 한 씨였는데 일찍 세상을 떠났고, 두 번째로 숙의 윤 씨를 왕후로 맞았다. 윤 씨는 연산군의 어머니다. 성종은 궐 밖에서 형 월산대군과 어울리고 호색 기질을 계속 발휘하면서도 한편으론 정소용과 엄숙의 등 후궁을 가까이했다. 질투심에 불탄 윤 씨는 비상(砒霜)이 든 주머니와 책으로 방양이라는 저주 의식을 치르다 발각된다. 이후 잠잠해졌지만 중궁위(中宮位) 생일인 재위 10년 6월 1일 저녁, 문제의 사건이 벌어진다.

“지금 중궁(왕비를 높여 이르던 말)의 행실은 길게 말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내간에는 시첩(侍妾)의 방이 있는데, 일전에 내가 마침 이 방에 갔는데 중궁이 아무 연고도 없이 들어왔으니, 어찌 이와 같이 하는 것이 마땅하겠는가. 예전에 중궁의 실덕이 심히 커서 일찍이 이를 폐하고자 하였으나, 경들이 모두 다 불가하다고 말하였고 나도 뉘우쳐 깨닫기를 바랐는데 지금까지도 고치지 아니하고 나를 능멸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왕비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 자신의 생일날 하례도 없이 옷 한 벌로 때우면서 다른 시첩의 방을 찾았으니 분통이 터지지 않았겠는가. 결국 폐비가 되어 쫓겨난 후 사약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연산군을 역사상 가장 타락한 왕으로 만든 폐비 윤 씨 사건이다.

체질적으로 신장이 약한 성종이 자신의 건강을 해치려고 성생활로 마음껏 역주행한 셈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술도 왕의 건강을 해쳤다. 공식적으로도 명나라와 일본의 사신들과 연회를 자주 벌였는데 회례연이 18회, 양로연이 21차례, 진연이 50차례로 술 마실 기회가 너무 많았다. 서병에 가장 해롭다고 경고한 음주와 성생활이 과도했다는 점은 반드시 짚어야 할 해악이었다.



신장 약해 치통 호소

동의보감은 정기(精氣)를 이렇게 정의한다. “대체로 정(精)은 쌀 미(米) 자와 푸를 청(靑) 자를 합해서 만든 것으로 아주 좋다는 말이다. 사람한테 정은 아주 귀중하면서도 매우 적다. 사람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목숨이며 아껴야 할 것은 몸이고 귀중히 여겨야 할 것은 정(精)이다.”

중국 고대 한의서 ‘난경(難經)’은 “심장엔 정이 3홉 있고 비장엔 흩어진 정기가 반 근 있으며 담에는 정이 3홉 들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양생서는 “사람 몸에 정이 통틀어 1되 6홉 있다. 16세 남자가 정액을 내보내기 전엔 1되다. 정이 쌓여 그득 차면 3되가 되며 자꾸 내보내서 적으면 1되도 못된다”고 했다.

재미있는 구절도 있다. “사람이 성생활을 하지 않을 때는 정이 혈액 속에서 풀려 있어 형체가 없다. 그러나 성생활을 하게 되면 성욕이 몹시 동하여 정액으로 되어 나가게 된다. 그러므로 쏟아낸 정액을 그릇에 담아 소금과 술을 조금 넣고 저어서 하룻밤을 밖에 두면 다시 피가 된다.”

사실 보신(補身)과 보신(補腎)의 개념은 비슷하게 쓰였다. 보신은 몸을 보한다는 일반적인 뜻이지만 보신은 간, 심, 비, 폐, 신 중 하나인 콩팥을 보한다는 뜻으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신장은 ‘생명의 정을 간직하는 부위로 정신과 원기가 생겨나는 곳’이며 ‘남자는 정액을 간직하고 여자는 포(胞), 즉 자궁이 매달린 곳’이라고 난경에선 풀이했다. 신장이 생명활동을 영위케 하고 성행위와 생식활동을 주관한다는 것은 보신(補身)의 핵심이 보신(補腎)이라는 말과 잘 통하는 의미로 이해하는 게 맞다.

성종을 고통스럽게 한 또 하나의 질병은 치통이었다. 재위 11년 7월 8일 치통으로 고통받던 성종은 승정원에 하교해 중국 사신에게 치통을 그치게 하는 약을 물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운을 띄운다. 그러자 김계창은 단박에 “전하의 병을 다른 나라 사람에게 알게 할 수는 없다”고 거절한다.

7월 21일 우여곡절 끝에 사신들을 경회루에 불러 잔치를 벌이는데, 사신들이 술잔을 권하자 성종은 “사신들이 가르쳐준 곡소산을 먹고 치통이 좋아졌는데 술을 먹으면 심해질까 두렵다”고 사양한다. 사신들은 다른 처방이 있다며 안심시키고 술잔을 비우게 한다. 곡소산은 동의보감에 기재된 곡래소거산의 준말이다. 웅황, 유향, 후추, 사향, 필발, 양강, 세신 등이 들어간 약물로 약을 가루 낸 뒤 콧구멍에 불어넣어 치료한다.

성종이 앓은 치통은 그의 약점인 신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의보감에서 치아는 뼈의 끝인데 이는 신장이 주관한다. ‘황제내경’은 신장이 쇠약하면 치아 사이가 벌어지고, 정기가 왕성하면 이가 든든하며, 허열(虛熱)이 있으면 이가 흔들린다며 신장의 허열이 병의 뿌리임을 강조했다.

주색 밝힌 ‘밤의 황제’ 서증(暑症) 시달리다 단명

과도한 주색 즐기기, 과로, 과식으로 생긴 입마름증에 처방하는 약물인 청심연자음의 주성분은 연밥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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