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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최 무슨 말인지 몰라 졸기만 했어요”

탈북자 교육기관 하나원에선 무슨 일이?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당최 무슨 말인지 몰라 졸기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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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최 무슨 말인지 몰라 졸기만 했어요”

2011년 강원 화천군 간동면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 초기교육 시설 제2하나원 착공식’에서 학생들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입학의 결과는 놀랍기만 했다. 셋넷학교 졸업생 중 대학 진학 후 끝까지 학업을 마친 사람은 고작 6명뿐이었다. 대부분은 휴학 상태로 학교에 한 발을 걸쳐놓고 살아가는데, 휴학 후 복학을 결심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개중에는 아예 한국을 떠나 캐나다, 독일, 노르웨이 등으로 떠난 청년도 상당수다. 북한에서 바로 온 것처럼 위장해 이들 국가에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이다.

“물론, 대학에 가야 할 아이들도 있습니다. 반면 대학 과정을 수학할 기초학력은커녕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은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남한 아이들과의 괴리감 탓에 상처 입고 반발심만 키우게 될 뿐입니다. 탈북민들은 자존심이 굉장히 강해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놓고도 능력이 부족해 대학에서 적응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학우들이 자신을 깔보았다거나 배척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죠. 그런데도 일부에선 대학 문을 더욱 활짝 열어주자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더군요. 그것은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그가 본 탈북자 출신의 명문대생 대부분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듯 불편해 보였다고 한다. 오로지 명문대생이라는 허울만 등에 업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번 돈을 유흥비로 탕진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셋넷학교는 2012년 11월 서울에서 강원도 원주로 터전을 옮겼다. 서울만 고집하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지역에서 터전을 마련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다행히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교사 역할을 맡아 적극적으로 수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데다 뜻있는 지역 인사들의 도움으로 학교가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당최 무슨 말인지 몰라 졸기만 했어요”
셋넷학교 학생들은 최근 구미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야간대학을 다니는 탈북자 출신 여성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이 여성의 경험담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박 교장에게도 큰 감동을 안겨줬다고 한다. 이 여성처럼 지방도시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며 건실하게 살아가는 탈북자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값진 산 교육이 되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들은 자본주의 세상에 대한 환상 탓에 지방의 작은 도시에 내려가 정착할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셋넷학교의 캠프는 국내 캠프와 해외 캠프로 나뉘는데 국내 캠프는 탈북자 중 안정적으로 정착해 자기 삶을 꾸려가고 있는 이들과의 만남을 목적으로 한 것이고, 해외 캠프는 남한의 또래들과 함께 어울려 해외문화 체험과 국제봉사활동, 휴식 등을 병행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글로벌 시민 의식을 함양하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다. 해외 각국을 돌며 7년째 계속해오던 해외 캠프의 거점을 최근 필리핀에 마련했다.

“탈북 청소년들이 서울만, 서울에 있는 대학만 고집하는 풍토는 우리 사회가 가진 건강하지 못한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른 세대를 가르치고 바꾸기란 어렵지만 청소년 세대는 다릅니다. 변화의 가능성이 충분한 나이니까요. 이 아이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 곳곳에 안착하느냐는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몹시 중요한 과제입니다.”

해외 캠프는 주눅 들어 있던 탈북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에선 자신들보다 영어도 잘 하고 키도 크고 아는 것도 많아 보이는 남한의 또래 아이들과 비교 아닌 비교를 하며 열등감에 젖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막상 해외 봉사활동에 나서면 체구가 작은 탈북 청소년들이 일을 훨씬 잘한다.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다 온 이들이다보니 손재주가 좋아 무엇이든 뚝딱뚝딱 해낸다.

서독의 脫동독민 끌어안기

“남한 아이들과 함께 해외 캠프를 보내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남한 아이들과 공통의 경험, 추억을 간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탈북민들은 남한에 대해 지극히 추상적인 교육만을 받았으며, 남한 사람들은 탈북민에게 아예 관심조차 없거나 일자리와 터전을 빼앗는 잠재적 적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탈북민들은 우리 땅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입니다. 우리와 함께 세계로 나아가야 할 사람들이죠.”

1998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던 탈북자 수는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2012년 탈북자 수는 1502명으로 2011년 2706명에 비해 44%나 줄었다(표 참조). 탈북자가 감소한 것이 탈북자들은 물론 북한 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79년 판문점 인근 부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다 탈북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이들도 북한에서 온 박사를 가르치려고드는 게 현실입니다. 왜 이렇게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나쁜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식의 공통분모를 찾아야 합니다. 과거에는 탈북자를 귀순용사라고 부르면서 영웅시했습니다. 지금은 환영하는 게 아니라 멸시하거나 천대합니다. 물론 우리 탈북자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죄를 짓는 사람 수도 많고….”

김형덕 소장은 독일 통일과정에서 서독인들이 탈(脫)동독민을 어떻게 끌어안았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독의 경우 탈동독민들을 하나원과 같은 격리된 장소가 아닌, 지역 거점에 위치한 카운슬링 센터를 통해 교육하면서 서독에서 정착할 수 있게끔 도왔습니다. 물론 독일과 우리의 상황은 다르므로 우리에게 맞는 적절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어떤 방식이 되든 하나원의 교육 내용이 더욱 실효성 있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남한체제의 우월성과 경제적 우위는 탈북민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건 하나원에서 굳이 가르칠 필요가 없어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삼아 이들이 스스로를 책임지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수가 2만5000명이 넘는다. 북한이 싫어 천신만고 끝에 넘어온 동포를 껴안지도 못하면서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탈북자들은 북쪽에 남은 가족에게 한국 사정을 어떻게 전하고 있을까. 독일의 통일을 누구보다 바랐던 것은 서독의 경제력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에 매료된 동독인이었으며 실제로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이들 역시 동독인이었음은 하나원 교육을 비롯해 탈북자의 한국 정착을 돕는 정책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신동아 201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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