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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박근혜식 소통과 불통

‘나빠, 틀렸어, 안 해’ 벗어나 반대 주장 들어주는 자세 필요

새누리당 상임고문 5인의 진단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나빠, 틀렸어, 안 해’ 벗어나 반대 주장 들어주는 자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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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빠, 틀렸어, 안 해’ 벗어나 반대 주장 들어주는 자세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1월 6일 기자회견에서 집권 2년차 구상을 밝히고 있다.

기자의 질문은 대선 TV토론 상대 후보의 질문에 비하면 무디고 녹슨 칼에 불과하다. 기자와 대통령 간에 테니스 랠리처럼 공방이 오가는 것도 아니고 한 기자는 기껏해야 한 번 정도 추가질문을 할 뿐이다. 반면 대통령은 무한대로 해명할 수 있고 질문 속 반론을 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 소통학자 마이크 앨런에 따르면 화자가 자기주장만 말할 때보다 반론도 함께 소개하면서 반론을 논파할 때 설득효과가 훨씬 커진다.

신경식 상임고문은 박 대통령의 언론 소통에 대해 “기자회견도 자주 하고 기자실에 종종 들러 대화도 자주 하고 꼭 중요한 내용이 아니어도 정부가 하는 일의 뒷이야기도 좀 해주면 기자들과 서로 이해도 잘될 건데 그러질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청와대 홍보수석이 언론에 자주 나오는데 그보다는 정부에 높은 직급으로 전문 공보 기능을 두는 게 낫다”고 했다.

기자회견 횟수와 관련해 그는 “대통령도 바쁘니 자주는 못 하겠지만 분기별로 한 번씩 한다든지 1년에 서너 번이라도 한다든지… 자꾸 그런 거 하면 좋지”라고 말했다.

최영재 한림대 교수의 연구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가 나를 심판한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며 기자회견을 싫어했다. 그러나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어울리는 건 꽤 좋아했다. 육영수 여사와 더불어 한 달에 한 번 기자들과 점심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유흥수 상임고문도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조금 더 자주 하는 것은 좋다”고 했다. 이어지는 유 상임고문과의 대화 내용이다.



▼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인데요.

“문화체육관광부도 있고 청와대 홍보수석도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언론과 접촉함으로써 생생한 목소리를 국민에게 전할 수 있어요. 언론과 접촉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도 괜찮지 않나 생각해요.”

▼ 기자들이 거북한 질문 하는 걸 대통령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은데요.

“기자는 부담스러운 질문 얼마든지 할 수 있죠. 대통령이 그런 질문 못 들을 분은 아닐 거예요. 얼마든지 답변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받아들이고 자기 의견 개진하면 되는 거죠. 질의 내용 중에 옳은 내용이 있으면 국정에 반영하면 되는 거고요.”

김용환 상임고문은 “이번에 기자회견 물꼬를 텄으니까 앞으로 또 하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무한 리플레이(반복) 지시’

당·정·청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장관·수석이 열심히 받아 적기만 하는 모습이 자주 비쳤다. ‘질타’와 ‘엄숙’이 회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키워드가 됐다. ‘무한 리플레이(반복) 지시’도 유명하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비판이 야당에서 자주 나왔다. ‘4대 국정기조와 140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이것저것 할 게 많다보니 그랬을 것’이라는 이해가 없진 않다. 그러나 박관용 상임고문의 말대로, 상대편인 야당과 소통이 아예 안 되는 것처럼 자기편인 당·정·청과도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점은, 전제군주인 세종이 신하들과 국정을 논한 조정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무회의·수석비서관회의보다 오히려 토론이 더 활발했다는 사실이다. 허경호 경희대 교수팀이 분석한 조선왕조실록 기사에 따르면, 세종 즉위 초반 신하들은 회의에서 간단한 업무보고 외에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논쟁과 토론도 없었다. 그러자 세종은 의도적으로 자신이 토론 촉진자가 돼 신하들이 말을 많이 하게끔 했다. “덕이 없어서”라며 임금인 자신을 낮췄다. 신하들이 임금인 자신의 뜻과 어긋나는 말을 해도 너그럽게 대했다. 이를 통해 신하들과 원활히 의사소통을 했다고 한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나도 옛날 대통령 수석비서관으로 일했는데 대통령이 말하는 내용은 당연히 받아 적어야 한다. 그러나 적기만 해선 안 된다. 참모도 어떤 특정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주로 지시사항만 하달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만약 그렇다면 안되겠죠.”

▼ 당·청 관계가 청와대 위주로 간다고도 하네요.

“우리 땐 당·정·청의 일정한 급이 되는 사람들이 2주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여 당의 이야기도 듣고 그랬는데…지금 그런 게 없다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통령과 당 대표도 월례 만남을 하든지, 하여튼 만나는 기회가 자주 있어야죠.”

더 단단해지는 ‘비토층’

다섯 명의 상임고문은 “박 대통령이 1년 동안 이 정도 했으면 정말 잘한 거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50%대 지지율, 전직 대통령 비자금 추징, 대북·외교 성과, 법치,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 등을 잘한 일로 꼽는다. 그러나 네 명의 상임고문은 불통이 ‘박근혜 비토층’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도 본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39%인데 이 중 소통 미흡이 20%다.(한국갤럽) ‘박근혜 불통’이 대중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소통’ 하면 경제가 나빠져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불통’ 하면 경제가 좋아져도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 중요한 건 통계나 수치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소통’을 주제로 한 상임고문들과의 대화를 통해, ‘반대의견 들어는 주자’ ‘분기별 각본 없는 기자회견 하자’ ‘장관·수석도 말하게 하자’ 같은 실용적 제언과 ‘양식에 따라 의사소통하자’ 같은 본질적 규범이 설득력 있게 제시됐다. 박 대통령이 주변 돌아볼 여유도 생겼으니 자신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이제 ‘소통’을 실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신동아 201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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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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