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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교육의 위기, 학교의 위기

보수의 교과서논쟁 참패 뉴라이트와 새누리당에 책임

안양옥 교총 회장의 쓴소리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보수의 교과서논쟁 참패 뉴라이트와 새누리당에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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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교과서 문제가 이념 대립으로 흐르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데요.

“다른 한국사교과서도 문제가 많아요. 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접점을 찾아야죠. 양 진영이 합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야죠. 양극단으로 간 건 제쳐두고요. 교육부가 할 일입니다. 교육부의 편수 기능을 강화해야 해요.”

▼ 지금까진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었나요?

“이주호 전 장관이 전문가들 빼내고 관료 위주로 배치했잖아요. 교육부의 본질적 기능이 교육 내용을 통제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지원기능인데 본질적 기능을 국사편찬위에 준 거죠. 여기는 학자들이 해석사관을 이렇게저렇게 정리하는 곳이거든요. 교육은 사실적 지식 중심으로 가야 해요. 해석사관주의자들에게 선정하라고 하니 좌우논쟁이 극렬해질 수밖에요. 교육부가 이렇게 골치 아픈 건 떠넘기고 자리만 차지해왔어요. 제 이야기 듣고 이제야 편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앞으론 정신을 차렸으면 해요.”

안 회장은 “이번 역사교과서 건도 그렇고, 학교 교육의 질이 이념적 편향에 의해 급격히 떨어진다”고 진단한다. “특히 채벌 금지에 이은 학생인권조례 시행이 문제”라고 했다.



보수의 교과서논쟁 참패 뉴라이트와 새누리당에 책임

양진호 교학사 대표이사가 지난해 9월 16일 서울 마포구 본사 회의실에서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생님, 돈 얼마 있어요?”

▼ 요즘 많은 학교가 체벌을 금하죠?

“아이들은 이미 개인주의 문화에 젖어 있어요. 여기에 체벌 수단마저 없어지자 상당수 일선 교사가 난감해해요. 옛날엔 교사가 학생에게 ‘이런 행동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 ‘이런 지식은 지금 완전히 익혀둬야 한다’고 말한 뒤 따르지 않으면 체벌을 해서라도 따르게 했어요. 인생의 긴 여정으로 보면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됐어요. 물론 체벌 열 번 중 한 번은 과하고 감정적일 때가 있죠. 그렇다고 아홉 번의 선의와 긍정적 효과를 모두 부정해선 안 됩니다. 요즘 교사들은 아이들이 명백하게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손을 놓아버리죠. 말로 하면 안 듣고 체벌도 못 하니까. 결정타가 학생인권조례예요. 교사가 학생에게 싫은 소리 하면 학생이 ‘선생님 돈 얼마 있어요?’라고 말해요. 심지어 가정에서 아버지에게도 ‘아빠, 인권조례 몰라요?’라고 해요. 과장이 아니고 실제 현실입니다. 언론도, 사회부 기자들이 학교 체벌 사건 있으면 ‘얼씨구나’ 먹잇감으로 공격하니 학교가 계속 약화되는 거죠.”

▼ 전교조가 과거 ‘참교육’ 슬로건으로 공감을 얻었습니다만….

“논리적으로 그럴듯할지 몰라도 미성숙한 인간을 바른 인간으로 훈육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판명 나고 있어요. 교조주의적 체벌 금지, 촌지 금지로 교사와 학생 간, 교사와 학부모 간 정서적 유대가 끊겼어요. 학생의 인권과 행복으로 포장된 진보적 관념론, 이상론이 교육을 망치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정치화, 이념화된 게 문제고 정부가 이를 알면서 방치하는 게 문제죠.”

▼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인가요?

“냉정히 보면, 교육은 행복이 아니죠. 교육은 고통입니다. 가르치는 사람에게나 배우는 사람에게나. 교사들, 정년 길고 연금 받는다지만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부대끼는 게 스트레스죠. 자신의 기를 쥐어짜서 수업하는 거죠. 가만히 보면 교사들이 빨리 늙어요. 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 하기 싫지만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게 공부죠. 진보 진영은 이런 단순한 사실을 왜곡해요. 교육을 정치로부터, 이념논쟁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봐요. 기성세대는 알 겁니다. 회초리로 손바닥 때려가며 가르쳐준 수학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을요. 원래 묵은 된장이 맛이 있고 몸에도 훨씬 좋죠. 체벌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교사와 학생 사이의 정서적 끈끈함, 신바람, 열정, 이런 걸 회복하지 않고선 학교 교육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거죠.”

‘개천에서 용 난다’ 신화의 종말

▼ 과거엔 지방 도시의 가난한 집안 학생도 열심히 공부하면 지금보다 수월하게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강남과 비강남 간, 중·상류층과 저소득층 간 대학진학 격차가 커진 듯합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 신화의 종말이라는…. 대학 입시를 어떻게 보나요.

“현 입시제도는 평가가 교육의 목적과 내용을 송두리째 무력화하는 양상입니다. 본말전도죠. ‘공교육만으로도 좋은 결과 얻는다’는 예측가능성이 오래전에 무너졌어요. 대치동 과외 받는 학생이 유리하게 돼 있어요.”

안 회장은 “기적적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교육의 에너지가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한다.

“교사 출신이고 좌파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학교의 생리를 알았어요. 좌파가 주류이던 교사들의 마음을 샀고 교권을 높였으며 학교를 지원했죠.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든 많은 인재가 열정적인 교사들에 의해 길러졌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한국 교육은 본질적으로 이때의 한국 교육입니다. 지금의 한국 교육은 여러 학생에게 ‘좋은 대학 못 간다’는 열등의식을 안기는, ‘더불어 살자’는 사회성도 바른 인성도 길러주지 못하는 실패한 교육이 되고 있어요.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해선 안돼요. 교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에서 해법이 나온다고 봐요.”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고언(苦言)처럼 들렸다.

신동아 201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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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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