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호

“청년 문제 해결보다 관계부처 소통이 더 어려워”

남민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14-01-23 11:0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청년 문제 해결보다 관계부처 소통이 더 어려워”
    박근혜 정부의 3대 대통령직속 위원회는 국민대통합위원회, 청년위원회, 지역발전위원회다. 이 중 ‘창조경제’ 화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다.

    지난해 7월 16일 설립된 청년위의 최우선 과제는 우리 사회의 시급한 난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이다. 기존 위원회들과 위상과 성격이 다른 데다, 범정부적 차원에서 청년고용 대책을 마련해 관계부처에 제안하는 중책을 맡아 국민적 기대가 자못 크다. 특히 초대 위원장(장관급)에 2000년대 벤처 1세대 붐의 대표주자이자 (사)벤처기업협회 회장인 남민우(52·사진) 다산네트웍스 대표가 임명돼 더욱 관심을 불러모았다. 다산네트웍스는 국내 통신장비 1위 업체다.

    그런 청년위가 1월 15일 공식 출범 6개월을 맞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년위 제2차 회의에선 그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한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도 보고했다. 중소기업 청년인턴 취업지원금 단계적 인상, 고졸 취업자 군 입대 후 계속고용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창업 실패 청년을 위한 ‘재도전지원센터’ 설치 등이 골자다.

    60년 만에 찾아온 ‘청마(靑馬)의 해.’ 청년위는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거침없고 희망찬 질주를 할 수 있을까. 남 위원장을 서울 세종로 KT빌딩 청년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반관반민(半官半民)’ 정신



    ▼ 지난 반년간의 소회는.

    “난 민간 기업인이고 벤처기업가다. 공직에 대해 잘 알진 못한다. 그러나 청년위에서 공무원 신분인 30여 명의 직원과 같이 일하며 많이 배우고 느꼈다. 직원들에게 매번 강조한 건 ‘반관반민(半官半民)’ 정신을 갖자는 거였다. 더불어 청년위가 왜 만들어졌는지 항상 고민하라고 했다. 우리 사회엔 이제 지역갈등보다 세대갈등이 더 심각하다. 따라서 청년위가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청년의 처지에서 정책 대안을 내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배경을 갖고 첫 단추를 끼운 게 이번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이다. 아직 미흡하지만, 많이 다듬어갈 것이다. 관계부처 공무원들한테도 이야기했다. 청년위에 당신네 부처 처지만 늘어놓을 거면 청년위 예산 쓰는 것조차 아깝다고. 공무원들에겐 내 사고방식이 다소 충격적일지도 모른다. 난 그들과 뇌 구조부터 다르다고 여기니까.”

    ▼ 청년 일자리 창출은 여러 관계부처와의 협의, 각계각층의 노력을 보태야 가능할 텐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청년과의 소통보다 관계부처와의 소통이 난제더라. 청년위의 주된 관계부처가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인데, 사실 이번 대책을 구성하는 4가지 전략 중 ‘보상과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교육과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는 그들 부처도 쭉 유지해온 정책 기조다(나머지 두 전략은 일자리 늘리기, 숨은 일자리 찾기). 그럼에도 소관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해선지, 청년위 협의에 대해 밥그릇 뺏으려는 것쯤으로 곡해하는 공무원마저 있더라. 반면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은 청년위와 힘을 모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별로 부딪치진 않는다. 청년위가 ‘잔소리하는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자문기구니 부처 처지에선 미묘한 온도차에 예민한 것 같다. 이해하지만, 좀 더 전향적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

    ▼ 청년위 본분 중 하나는 청년과의 소통이다. 위원장 임명 이후 어떤 일에 주력했나.

    “물론 소통이다. ‘타운홀 미팅’ ‘청춘순례/청년버스’ ‘희소식’ ‘청년·병영 멘토링’ 등 60여 차례의 온-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전국 각지 다양한 청년들의 고민과 바람을 경청했다. 청년들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려고 ‘2030 정책참여단’도 운영했다. 이번 대책도 그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해 청년 일자리에 대한 구조적 해결 방법을 부처들과 협의해 제시한 것이다. 청년 세대의 아픔과 어려움에 책임을 지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힘이 되는 정책을 만드는 데 보람을 느낀다.”

    “청년 문제 해결보다 관계부처 소통이 더 어려워”

    남민우 위원장은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에 자신감을 내비친다.

    ‘잔소리하는 시어머니’

    ▼ 학교로 치면, 청년위는 ‘1학기’를 보냈다. 자평한다면?

    “난 100점 만점에 70~80점이면 만족한다. 청년실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조차 골머리를 앓는 세계적 이슈다. 유럽연합(EU)도 청년실업률이 23.7%에 달한다. 그들이나 우리나 도토리 키 재기인 셈이다. 청년고용률은 사회·경제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어서 단기간에 급상승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사회 분위기를 하나둘씩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6개월은 앞으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시기였다. 청년위 활동이 사회에 어떤 반향과 변화를 불러올지 체감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난 위원장으로서 마이크를 잡고 청년 문제에 관해 ‘돌직구’를 날릴 수 있게 됐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청년 고용률은 지난 10년간 45%에서 40%로 하락했다. 2013년 12월 기준 예상 청년 고용률은 39.7%. 아직 공식 예측 자료는 없지만, 2014년 예상 고용률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하는 이가 적지 않다.

    청년위는 일자리 창출, 청년발전, 소통·인재 3개 분과위원회를 뒀다. 이들 분과엔 박칼린 한국예술원 학부장, 장미란 전 역도선수, 이제범 카카오 공동대표, 손수조 전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다양한 분야의 민간 청년위원 18명이 포진했다. 지난해 6월 18일 위촉 당시 이들의 평균연령은 34세. 남 위원장은 이들에 대한 위촉과 관련, “젊은 위원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일하는 위원회로 운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 위원장과 달리, 각 분과 위원들의 활동은 뜸한 듯하다. 그들도 직접 정책 아이디어를 내나.

    “내가 지난 정부 때도 몇몇 위원회에서 활동했는데, 사실 적극적으로 뛰는 위원은 많지 않았다. 상대적이긴 한데, 위원들이 위원장만큼 일하겠나. 청년위도 마찬가지다. 또한 나를 포함해 19명이 매번 다 모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분과별로라도 1~2주에 한 번씩 위원끼리 모여 토론해라, 그리고 그 결과를 직원들도 공유하라고 했다. 소통·인재분과엔 강연 잘하는 인사가 많은데, 열심히 뛰어줬다. 멘토링을 통해 청년과 많은 교류도 했다. 일자리창출 분과에선 벤처업계 인사들이, 청년발전 분과에선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들이 청년 애로사항을 많이 수렴했다. 물론 위원들의 개성이 다른 만큼 내부 잡음이 전혀 없었다곤 할 수 없다. 하지만 다들 자기 형편과 시간에 맞춰 나름대로 ‘재능기부’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2학기’부터는 청년위원 조직을 크게 정책단과 소통단 2개로 나눠 재구성할 것을 논의 중이다.”

    청년위원 조직 개편 구상

    ▼ 이번 대책 중 핵심 내용은.

    “중소기업 청년취업을 유도하려 중소기업 인턴제를 취업 중심으로 개편하고, 고졸취업자의 군 문제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중소기업이 청년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취업지원금 지급 범위가 그동안 제조업 생산직에 한정됐지만, 이젠 지급 대상을 정보통신·전기·전자 등의 업종으로까지 확대하고, 지원금액도 기존 200만 원에서 올해부터 220만 원으로 인상(정보통신·전기·전자는 180만 원)한다. 또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던 고졸 근로자가 군에 입대했다 전역한 후 고용관계를 6개월 이상 유지하게끔 기업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준다.”

    ▼ 왜 중소기업 취업지원 강화에 방점을 찍었나.

    “중소기업은 국내 일자리의 88%를 차지한다. 대졸 청년 70%가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 입사를 바라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단 10%에 그친다. 게다가 ‘고용 없는 성장’ 구조에서 일본, 독일과 같이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려면 우수한 인재 공급이 필수적이다.”

    ▼ 일부 언론은 대책 발표 당시 청년위가 관련 재원 마련에 대한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고 보도했는데.

    “중소기업 인턴에 대한 취업지원금 확대는 이미 올해 예산에 반영됐다. 군 입대 고졸 근로자의 고용관계 유지를 위한 인센티브 재원도 올해 고용부 등 관계부처가 제도 설계를 하면서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다. 난 그 보도에 어떤 의도나 사심이 있다고 본다. 청년위 바람대로 예산이 뚝뚝 떨어지면 얼마나 좋겠나. 지금껏 확보한 예산이 다소 부족하기에 올 상반기에 관계부처와 더욱 ‘밀당’을 해야 한다. 예컨대, 이 정책은 별 효과가 없으니 예산을 돌려 다른 정책에 더 집중하자고픈데, 예정된 대로 예산 쓰는 데 급급한 공무원들이 그러려고 하겠나. 그런 데서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청년 문제 해결보다 관계부처 소통이 더 어려워”

    지난해 11월 8일 개최된 ‘2030 정책참여단’ 발대식.

    ▼ 관계부처와 의견 조율이 잘 안 되나.

    “장·차관들은 나와 생각이 100% 같다고 본다. 그런데 과장급 정도로 내려가면 다르다. 예정되고 책정된 게 아니면 다르게 할 생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 시스템이다. 물론 그건 공무원 개개인 잘못이라기보다는 공직 생태계가 문제여서 그렇다.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고 압력을 가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가능한 방법을 찾게 하는 게 내 역할이다. 고용부는 지금껏 자기들이 실험했던 정책에 대해 청년위가 다른 아이디어로 접근하니 다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내가 교육부엔 좀 더 과격한 요구를 한다. 거기도 능력중심 사회 구현을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교육을 강화하겠다고는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성과가 나오려면 대체 5년 뒤냐, 10년 뒤냐?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지금 대학 3, 4학년, 고교 3학년 학생의 경우는 그것 가지곤 해결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4년제 대학에 직무교육 과정 만들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든, 정보기술(IT)서비스 과정이든. 대학 가서 전공 선택을 후회하는 학생이 절반인데 그런 과정을 6개월, 1년 공부해 관련 자격증 따면 취업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왜 그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할까. 절박하지 않은 게지.”

    “청년위엔 정책 오너십 없다”

    ▼ 정책적으로 지원해도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출까. 의구심이 든다.

    “트렌드야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청년들도 다양하다. 전문대와 4년제대 졸업자 중 폴리텍대학에 가는 이도 적잖다. 어쩌면 참 낭비적이긴 한데, 난 거기서 희망을 본다. 누가 따로 지원해준 것도 아닌데, 스스로 그렇게 하는 현상이 생긴다. 난 그걸 극대화하고 싶다. 그래서 교육정책을 유심히 살핀다. 고졸자든 대졸자든 전공에 관계없이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 산업현장 수요와 일치시켜야 한다.”

    ▼ 고용부, 중기청 등 관계부처·청과 중복되는 사업이 많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정책의 오너는 그들이다. 청년위는 정책 방향을 이렇게저렇게 해봅시다 하는 자문기구다. 정책 집행의 주체가 아니니 애당초 중복이란 있을 수 없다. 청년위는 정책에 관한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드리고, 그걸로 정책 방향을 업그레이드하는 구실을 할 뿐이다.”

    청년위는 이번 대책에서 ‘청년고용지수’ 도입을 밝혔다. 기업별 청년고용 규모, 매출액 대비 고용수준 등을 측정한 지수를 분석, 평가한 뒤 청년고용 실적이 우수한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공공정보화 사업 입찰기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 강제성 없는 지수 발표의 효과가 크겠나.

    “동반성장지수를 예로 들자. 기업별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해 계량화한 지표다. 1~4등급까지 정기적으로 공표된다. 한때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들을 떨게 한 게 이 동반성장지수 평가다. 일부 기업은 심지어 자료조사까지 해가며 눈치를 봤다. 최하 등급이라고 해서 페널티를 주는 건 물론 없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도 보도된다. 그건 기업의 명예와 관련된다. 내가 동반성장위원도 했었는데, 거기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청년위에서 청년고용지수를 측정, 공표해보자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그룹이 2013년 한 해 동안 뽑은 신입 및 경력직원 수가 얼마인지 분석해 발표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대기업이 얍삽한 짓을 많이 했는지 당장 드러난다. 현대중공업에 갔더니 동일업계 스카우트 문제가 심각한데도 CSR(기업의 사회책임) 차원에서 경력직원을 안 뽑더라. 난 이런 걸 좀 확산하고 싶다.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인력 3000명을 강화한다고 발표하자 우리 회사부터 망할 것 같더라. 연봉 2000만~3000만 원 더 주는데 안 가고 싶은 직원이 누가 있겠나. 내가 거의 멱살 잡다시피 삼성전자 인사 임원한테 따졌다. 대한민국 IT업계 말아먹고 싶으냐고. 차라리 신입사원을 그만큼 뽑으라고. 그게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할 일이다.”

    “청년 문제 해결보다 관계부처 소통이 더 어려워”

    지난해 12월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위원회 제2차 회의.

    중소기업 인재? 고쳐 쓰고 닦아 쓴다

    ▼ 최고경영자(CEO)로서 볼 때 중소기업 인력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가.

    “우리 회사의 경우 연구개발(R·D) 인력이 200명쯤 된다. 그중 소프트웨어 분야가 150여 명이다. 하지만 핵심 인력은 10명, 20명이다. 대기업이 ‘콜’하면 그들부터 빠져나간다. 내가 삼성전자에 찾아가 중소·벤처기업에서 오는 이직자를 채용할 땐 해당 기업 CEO 사인을 받아오게 하라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그래도 우리 직원 2명이 사표를 들고 왔기에 결국 사인해줬다. 그중 한 명은 1년 만에 되돌아왔다. 그래도 받아줬다. 중소기업이 얼마나 비참하게 경영하는지 아나. 과거 불문이다. 회사를 두 번, 세 번을 나갔더라도 우수한 인재면 다시 받아준다. 그만큼 우수 인력 붙들기가 힘들다. 중소기업은 사람 자르고 싶어도 못 자른다. 그저 고쳐 쓰고 닦아 써야지. 사정이 이런데도 가끔 온실 속 화초처럼 커서 세상 물정 모르는 대기업 임원들이 턱도 없는 소릴 한다. 중소기업 CEO들은 경영을 잘 못한다고….”

    ▼ 청년들의 과잉 스펙 쌓기에 대한 견해는.

    “매우 심각하다. 2002년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등 5대 스펙에서 지난해엔 ‘신(新) 취업 8대 스펙’이라고 해서 기존 스펙에 봉사, 인턴, 수상 경력이 추가됐다. 청년들 사이에 스펙을 기업 채용의 필수요건으로 인식하고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스펙으로 보충하려는 심리가 팽배해 개인 비용 부담은 물론 사회적 비용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스펙을 쌓기 위한 휴학이 일반화하다보니 자연히 최초 취업 시기도 지연된다. 과도한 스펙 경쟁에 지친 구직 단념자도 2004년 30만 명에서 2012년 50만 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기업은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진다. 직무와 무관한 과도한 스펙을 배제하고 기업에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선 기존 채용 관행을 적극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청년위는 지난해 10월 1일 기획재정부, 삼성전자,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17개 기관과 ‘스펙 초월 채용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선(先)취업-후(後)진학’도 강조하는데, 학벌 중시 풍토가 뿌리박힌 우리 사회에서 쉽게 먹혀들까.

    “확실한 목표 없이, 적성과 관계없이 ‘남이 다 가니까’ 대학 가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대학에 진학하면 결국 졸업 즈음에 적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남들 다 가려는’ 직장에 가려고 획일적 스펙을 쌓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 일(산업) 현장을 미리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현장이 뭘 요구하는지 직접 보고 본인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 습득을 위해 대학에 진학해야 직업 선택에 더 큰 도움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선진학-후취업’ 유형의 국가보다 독일 같은 ‘선취업-후진학’ 또는 ‘학업과 취업의 병행’이 이뤄지는 국가의 청년고용률이 높다. 사실 학생들이 한사코 대학에 가려는 건 학부모 때문이 아니다. 공부 하나로 서열을 매기는 사회 탓이다. 공부 잘하는 재능과 일 잘하는 재능, 돈 잘 버는 재능의 상관관계가 깊을까? 난 공부 재능을 30% 이하로 본다. 그런데 왜 공부하기 싫어하는 나머지 70%를 같은 줄에 세우나. 성적으로 인생 행로가 결정되고 그렇게 한번 기득권을 갖게 되면 계속 일하는 환경이 좋고 돈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죄다 공부만 시키려는 거다. 학부모를 설득하기 이전에 배관공과 청소부가 적지 않은 보수를 받는 미국처럼 사회보상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 청년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창업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원래 창업 성공률은 낮다. 10개 중 8~9개는 실패한다. 그런데 그 한두 개가 창업돼 굴러가는 게 곧 경제다. 10개 중 성공한 한두 개도 알고 보면 평균 서너 번 실패를 맛본 후 성공한 사례다. 관건은 실패한 이들의 재도전이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융자나 보증이 아닌 투자 중심의 생태계가 돼야 한다. 이번에 창업자 연대보증을 폐지하려 하는데, 조만간 폐지될 것 같다. 실패하면 창업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친척, 친구까지 빚을 지고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청년창업을 장려할 수 있겠나. 창업하면 성공한다? 아니다. 창업은 실패를 전제로 하고, 그 자체가 공부다. 투자해서 돈 날린다? 주식투자로는 돈 안 날리나? 그 자체가 경제다.”

    창업과 예능은 닮은 꼴

    ▼ 지난해 10~11월 tvN의 ‘대국민 창직(創職)서바이벌 오디션,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에 전문심사위원으로도 출연했다. 일각에선 창업 오디션이 예능 오디션 열풍에 편승한 것 아니냐고들 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창업과 예능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게 비슷하다. 확률은 예능이 오히려 더 낮다.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예능 오디션에 참가한다는데, 성공 확률은 창업과 비교할 때 몇 백, 몇 천 배 낮다. 그런데도 왜 시도할까? 실패해도 큰 상처를 입지 않아서다. 창업이 예능보다 더 현실적임에도 청년들이 몰리지 않는 건 실패했을 때의 상처가 너무 가혹해서다. 그걸 없애는 게 창업 생태계 정책의 핵심 중 핵심이다. 난 창업도 예술의 경지로 승화해야 한다고 본다. 창업 DNA도 상당 부분 타고난다. 승부사적 기질, 강한 적응력에 머리도 잘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며 싹수가 파래 보이는 젊은이들을 적극 발굴해, 음악 신동을 키워내듯 기업가로 키워내야 한다. 그 하나의 등용문으로 창업 오디션을 강조하는 것이다. ‘슈퍼스타K’의 짝퉁이라는 비판? 얼마든지 감수하겠다.”

    “당장 시작하라”

    ▼ 올해 청년위는 어떤 사업과 활동을 펼치나.

    “청춘순례/청년버스, 청년포털 등을 통해 청년들과 온-오프라인 소통을 지속하면서 이번 대책의 점검 및 보완에 나선다. 지역 일자리 실태도 ‘2030 정책참여단’과 함께 점검한다. 그동안 일자리 대책에 집중하느라 정책에 많이 반영하지 못한 등록금, 주거, 아르바이트 실태 등 청년들의 열악한 생활여건 같은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 대통령과 청년 정책에 관한 의견 교환을 자주 하나.

    “지난해 12월 세 번 뵀고, 1월 1일과 3일에도 뵀다. 장차관급 회의 때나 청년 관련 행사가 있을 때도 종종 뵙는다. 평균 한 달에 서너 번쯤이다. 대통령의 당부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청년들이 원하는 새 일자리를 적극 발굴할 것, 스펙과 학벌이 아닌 능력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조성할 것. 대통령께선 대선후보 시절부터 청년 문제에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인식해왔다. 청년위를 대통령직속기구로 둔 것도 그런 의지의 반영이다.”

    ▼ 청년위원장은 대한민국 청년의 멘토이기도 하다. 새해를 맞은 청년을 위한 조언은.

    ‘“당장 시작하라’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해외 진출이든. 높은 스펙만 좇지 말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부터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살이를 연봉 1000만 원으로 시작했다고 해서 평생 1000만 원씩만 받는 건 아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에선 인생 공부가 잘된다. 연봉이 적을 뿐이지 학습 면에선 질이 훨씬 높다. 대기업 가봐야 나사 같은 부속품밖에 더 되나. 나도 대기업 6년, 중소기업 2년 다니다 창업했는데, 중소기업 생활 2년이 대기업 6년, 대학 4년을 합친 것보다 더 값진 경험이었다. 세상 물정을 그때 다 배웠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이 세상을 보는 눈은 너무 경도돼 있다. 대한민국의 똑똑한 사람들이 죄다 대기업, 공공기관으로 갈 수도 없을뿐더러, 설사 가능하다고 한들 그게 과연 균형 잡힌 사회일까. 공직을 유독 선호하고, 삼성그룹에 너무 많은 인재가 몰린다는 자체가 편향된 것이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면 그것부터 하라. 그래야 배운다.”

    남 위원장 집무실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다산네트워크 본사엔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하기 싫어하는 자는 핑계를 찾는다.’ 지난해를 누구보다 바삐 보낸 남 위원장은 ‘방법’을 제대로 찾았을까. 그가 이끌어갈 2014년 경제한파 속 청년취업·창업 시장은 안녕하실까.



    인터뷰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