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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미리 대비하고, 담대히 반격하고 ‘억울한 피해자’ 되라

위기 탈출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미리 대비하고, 담대히 반격하고 ‘억울한 피해자’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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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음에도 짱돌조차 들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나마 가진 것을 더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답이 없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반격은 한 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누구나 영화 같은 막판 뒤집기 한 방을 꿈꾸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한 방에 쓰러지는 적은 의외로 거의 없다.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연속으로 유효타를 날려야 반격의 효과가 비로소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반격 전략을 구상할 때는, 연속타를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것을 준비할 수 없다면 반격을 포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다음 기회를 기대하며 힘을 비축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논리’와 ‘도덕’으로 승부

질병엔 약을 처방하면 되고 천재지변은 복구하면 된다. 그러나 ‘몹쓸 사람’으로 찍히면 답이 없다. 거의 재기불능이다. 반격을 할 땐 논리와 도덕에서 이긴다는 각오를 세워야 한다. 상대와의 치열한 논리전에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경쟁업체가 위협적인 신상품을 내놓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분히 비방성 논리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품위를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국 논리전에 뛰어들기로 했다면 ‘감정’이라는 조미료를 듬뿍 뿌려주는 것이 유리하다. 증거를 따지는 진실게임의 순간에도 관전자들은 감정에 휘둘린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전쟁에서 나는 반드시 ‘좋은 사람’으로 남아야 하고 상대는 ‘나쁜 사람’이 돼야 한다. ‘나는 의로운 사람이지만 불의에 의해 희생당했다’는 인상을 관전자들에게 주는 게 최선이다. 이러면 당장은 피해를 보았더라도 능히 재기할 수 있다. 당연히 흑백논리, 이분법이 어느 정도 용인될 수밖에 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아무리 좋은 사람도 약점이나 나쁜 점을 갖고 있다.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는 일은 물론 야비한 짓이다. 차마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당방위 차원에서 대처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 나쁜 점 가운데 가장 휘발성이 높은 것 순으로 하나씩 공격해 공분을 살 수 있다면 일단 유효타다. 그 유효타에 상대방이 발끈한다면 더 호재다. 상대방이 흥분할수록 나는 유리해진다. 상대방이 침묵한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다. 침묵은 곧 인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방이 뜨악해하는 사이에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런 반격 전략이 무서운 것이다.

읍소는 위험한 행위다. 하지만 궁지에 몰려 고사(枯死) 직전인 사람에겐 최후의 수단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순간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허리를 90도 숙이고 눈물을 흘리면 공세를 퍼붓는 쪽이 머쓱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도 등장했지만, 그만큼 효과가 크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쇼로 비쳐선 안 된다. ‘순간 감정 몰입, 눈물 주르륵.’

영화 속 환경운동가는…

역풍 기획은 수준 높은 반격 전략이다. 흔히 역풍을 우연적 현상으로 이해하지만 실은 사전에 기획한 경우가 적지 않다. 역풍조차 기획하고 연출한다는 것에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격 전략을 구상할 때는 반격 이후 전개될 상황을 고려해두는 것이 좋다. 영화 ‘프라미즈드 랜드’에서 주인공은 셰일가스 개발과 관련해 회사로부터 특명을 받고 주민 동의를 받아내려 한다. 환경운동가는 가스 개발에 반대한다. 지역주민 중 일부가 환경운동가에게 동조하면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환경운동가가 제시한 환경오염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다. 결국 환경운동가가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 개발에 힘이 실린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환경운동가는 회사가 투입한 인물이었다. 회사가 주인공의 실패 상황에 대비해 세컨드 옵션으로 준비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상대방이 역풍이 맞도록 하는 전략과 더불어 내가 먼저 역풍을 맞은 뒤 상대방이 재역풍을 맞도록 하는 전략도 생각해야 한다. 2차, 3차 옵션까지 넉넉하게 마련해둬야 당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역풍 기획은 대선 과정에서 흔히 목격된다. 역풍 제조 기술도 이제 널리 보급된 까닭에, 치밀하게 하지 않으면 번번이 당할 수밖에 없다.

내 편 흩어지면 망한다

마지막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은 내부 단결이다. 반격에 성공하려면 화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자기 편의 내부 단결 없이 이것을 이뤄낼 수 없다. 내부 단결 없이는 그 어떤 공격도 막아내기 힘들다. 정당이 몰락할 때, 나라가 망할 때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것이 내부 분열이다.

미리 대비하고, 담대히 반격하고 ‘억울한 피해자’ 되라
이종훈

성균관대 박사(정치학)

국회도서관 연구관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자

現 아이지엠컨설팅(주) 대표, 시사평론가

저서 : ‘정치가 즐거워지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 ‘사내정치의 기술’


강한 상대의 공격을 물리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부를 결속시키는 게 더욱 중요하다. 뛰어난 리더는 위기를 내부 단결에 유효한 재료로 바로 활용할 줄 안다.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기 극복을 향한 의지를 북돋운다. 이럴 때 구성원들은 금 모으기 운동 같은 것을 벌인다.

이때 리더가 너무 나서서 단결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 않다. 위기를 상기시키고 동기를 부여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반향이 크다. 국론 결집을 이뤄낸 정치인들이 그러했다.

신동아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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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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