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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시집도 못 갔는데 바다에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중국어선 179척 나포한 해경 최유란 경사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아, 내가 시집도 못 갔는데 바다에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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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양경찰이 좋다”

“아, 내가 시집도 못 갔는데 바다에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냥 해양경찰이 좋다”는 최유란 경사.

▼ 중국 선원들을 힘들게 제압하고 나면 쾌감을 느끼나요?

“뿌듯하죠. ‘내 손으로 우리 바다를 지켰다’는 생각에.”

그녀는 도대체 죽음이 두렵지 않단 말인가. 2008년 9월 해경 박경조 경위는 중국 선원이 휘두른 삽에 맞고 바다에 떨어져 순직했다. 2011년 12월 이청호 경사는 중국 선장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순직했다.

최 경사는 고(故) 박 경위와 목포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다. 박 경위가 순직했을 때 최 경사가 탄 배에서 시신을 인수했다.



▼ 박 경위 사고를 겪으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안 들었어요?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더 많이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만 안 두겠다….”

▼ 복수를 하겠다?

“더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결심이었지요. 그간 경미한 범죄는 현장에서 많이 봐줬거든요. 불쌍하기도 하고. 박 경위 사건을 계기로 더 강력하게 단속했어요. 그러곤 중국 선원들 잡을 때마다 강조했죠. 너희 때문에 우리 경찰관이 희생당했다고. 앞으로 조심하라고.”

▼ 뭐라던가요.

“우린 모른다, 우리가 안 그랬다, 왜 우리한테 그러느냐….”

▼ 직업적 사명감입니까. 아니면 본능적 행동인가요? 싸우는 걸 좋아해요?

“그 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그냥 해양경찰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 거친 세계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나요?

“그건 아닌데요.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활동적인 걸 좋아하거든요. 함정근무는 해양경찰의 기본이에요. 그 제일선에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게 정말 뿌듯해요.”

수영장에서 수영 배우는 중

그녀가 해경이 된 것은 2005년. 근무기간 8년 중 5년 동안 배를 탔다. “바다가 두렵지 않으냐”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배를 타면 탈수록 무섭다고. 무섭다니?

“근데 임무에 투입되면 무서운 생각이 없어진다니까요. 그냥 ‘나는 이걸 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어요. 그리고 혼자가 아니고 동료들이 있잖아요. 팀원끼리 서로 안전을 챙겨줘요. 누가 단정에 탔고 누가 중국 어선에 올라탔는지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보고해요. 그런 신뢰 속에서 임무를 수행해요. 그러니 바다는 무섭지만 안심이 되는 거죠.”

그러면 그렇지. 중국 어선 179척을 아무나 잡겠나. 함상근무가 그녀의 천직(天職)이라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 바로 뱃멀미를 안 한다는 것. 처음 배 탈 때부터 멀미라는 걸 몰랐다고 한다. 해경 함정의 1회 작전기간은 8박9일. 단 한 번의 정박도 없이 9일 내내 항해한다.

그녀는 처음 함정을 타고 망망대해로 나갔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얘기했다.

“무척 멋있고 좋았어요. 내가 이런 곳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이. ‘나는 아무나 살 수 있는 인생을 사는 게 아니다’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무서운 걸 많이 겪어봐서 ‘위험한 곳’이라 생각하지만요.”

그런데, 놀랍게도 수영을 못한단다. “수영을 못해서 지금 배우고 있다”는 그녀의 말이 믿기지 않아 나는 큰소리로 되물었다. “배우고 있다고요, 지금?”

“해경 들어올 때 수영이 필수 조건은 아니었어요. 직별에 따라 다르니까. 그런데 지금은 다 수영해야 한다고 해서 배우는데 잘 안 되네요.”

▼ 단정이나 중국 배에서 떨어질 수 있으니 기본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방검부력조끼를 입으니…. 그걸 입으면 수영 못 해요. 무거워서.”

고 이청호 경사가 중국 선원의 칼에 옆구리를 찔려 순직한 이후 방검부력조끼를 착용한다고 한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운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그예 폭소를 터뜨렸다. 근무한 지 8년이 지난 해경이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다니. 게다가 그녀는 완도 출신이다. 이 점을 지적하자 “바닷가가 아니라 읍내에서 살았다”고 강조한다. 매년 체력검증시험을 치르는데 거기에 수영이 포함돼 안 배울 수가 없다고 한다.

▼ 섬 출신의 해경이니 수영은 당연히 잘할 줄 알았지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예외란 게 있으니까.”

가만, 남 얘기할 게 아니다. 명색 해군 장교로 군함을 탔던 나도 제대 후 수영장에서 비로소 수영을 배우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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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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