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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자살 줄일 최선의 방책은 ‘심리적 부검’ 도입”

‘자살 예방 전문가’ 이광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자살 줄일 최선의 방책은 ‘심리적 부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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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남성 독거노인 가장 위험

▼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들의 내면은 어떤가.

“충동성, 사고의 경직성, 양가감정(兩價感情·상반되는 감정이 동시에 있는 상태)을 특징으로 한다. 양가감정은 죽고 싶다는 감정과 살고 싶다는 감정이 혼재하는 것이다. ‘죽고 싶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은 살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이에게 ‘죽지 말라’고만 하기 일쑤다. 죽고 싶은 마음 51%, 살고 싶은 마음 49%라면 그 간격은 불과 2% 안쪽이다. 그러니 그들의 살고 싶은 마음을 잘 포착하고 건드려줘야만 한다. 자살자는 어느 날 갑자기 죽지 않는다. 자살 생각을 쭉 해오다 실제로 죽는 날엔 충동적으로 자살을 결행한다. 그 충동적 순간을 누군가가 함께 해주면 충분히 자살을 막을 수 있다.”

▼ 자살 징후를 보이는 이를 접했을 때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조건 그의 말에 정성껏 귀 기울여라. 판단과 설교는 하지 말고. 그게 곧 한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자살에 이르는 사람의 80% 이상은 말로든 행동으로든 자살 시행 전 자신의 의도를 표출한다. 속상함, 억울함, 답답함을 벗어나려 주위 사람에게 강한 사인을 보낸다. 나름대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우화도 있듯, 한바탕 자신의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진정된다. 그렇지 못할 때 고립감에 빠져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자살은 가장 외로운 죽음이다. 결국은 진심 어린 ‘경청’과 ‘공감’만이 답이다. 그러려면 대화 테크닉도 필요하다. ‘hearing’이 아닌 ‘listening’, 그것도 ‘active(적극적인) listening’이다. 평소 가정에서도 부모 자식 간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NVC)’를 하는 법을 익혀두는 게 좋다. 우리네 대화법은 지시 문화의 영향으로 공격적 혹은 위축적이다. 그런 잘못된 대화법의 대(代)를 끊어야 한다. 대가족일 땐 형제자매와 조부모가 부모 자식 사이에서 완충장치 구실을 했지만 핵가족 시대엔 그런 지지체계가 부족해 가족끼리도 ‘돌직구’를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들 ‘외로운 섬’이 되어 뭐든 혼자 결정하는 것이다.”



▼ 자살자 가족도 자살 고위험군 아닌가.

“맞다.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한 사람과 더불어 가족 중 자살자가 있는 사람도 매우 위험하다. 자살자 가족이 자살할 확률은 일반인의 50배 이상이다. 그들은 ‘가족이 나 때문에 죽었다’고 자책한다. ‘내가 그때 이랬더라면’ 하고 후회하며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에 빠져든다. 특히 자식이 자살한 엄마들의 경우 더 심하다. 심지어 아들이 엄마 생일에 자살한 경우마저 있다. 그래서 생명의전화나 서울시정신보건센터에선 자살자 가족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는다.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하듯, 동병상련을 나누면서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하고 다시 희망을 갖게 해준다. 이렇듯 자살자 가족을 지지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active listening’ 익혀라

“자살 줄일 최선의 방책은 ‘심리적 부검’ 도입”

지난해 7월 26일 서울 마포대교에서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투신하기 직전의 모습을 남성연대 회원과 방송국 카메라기자가 촬영하고 있다. 생명 경시 풍조의 한 단면이다.

▼ 국가·사회적으로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특단의 체계적 대응책이 필요치 않나.

“자살사망률을 낮추려면 그 원인부터 파악해 예방하는 게 최선의 처방이다. 그래서 ‘심리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통상 사망 원인을 잘 모를 땐 시체 부검을 하지 않나. 마찬가지로, 심리적 부검은 자살자의 주변인, 유서 등 모든 자료를 이용해 자살의 구체적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조사방법이다. 자살사망률이 매우 높던 핀란드의 경우 1987년 1397건의 심리적 부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 자살 예방대책을 수립해 1990~96년 자살사망률이 20%나 감소했다. 자살자 가족 면담 및 관련 기록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통해 자살 시도 원인, 일반인과 구분되는 특징을 규명하려면 향후 경찰이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심리적 부검 수행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가족을 제외하곤 자살자를 맨 먼저 살피게 되는 사람이 통상 경찰관이므로 그들이 유가족을 대상으로 자살자의 평소 언행 등을 조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시간이 더 들고 유가족 반응도 좋지 않으니 적극적 조사를 꺼리게 된다. 따라서 자살 사건 발생 시 경찰관이 심리적 부검을 실시하고, 부검을 수행한 경찰관에게 수당 혹은 인사고과 반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과 자살예방센터 혹은 정신보건센터 전문요원이 의무적으로 출동해 유가족 및 주변인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실시하는 방안을 현재 내가 소속된 새누리당 가족행복특위 자살예방분과에서 검토 중이다. 자살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근거 기반의 자살 예방대책 수립이 어려운 만큼,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라도 심리적 부검 도입이 절실하다. 아울러 통계청의 자살사망통계 발표도 이듬해 9월에야 나와 즉각적 대응이 힘들므로 개선돼야 한다.”

▼ 지역별로 자살사망률 차이가 있나.

“광역시·도별로 보면 강원지역이 1위다. 2012년 기준 전국 평균 자살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28.1명인데, 강원지역은 31.4명이나 됐다. 수년째 그렇다. 특히 2010년 통계를 보면 정선군과 영월군이 매우 높은데, 전국 평균 자살사망률의 3배다. 왜 그럴까? 강원랜드 같은 카지노 때문이라고 추정하는데, 그 또한 심리적 부검을 실시해보면 분명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2012년부터 통계에 잡힌 세종시의 자살사망률도 높다. 서울, 울산, 대구 등 대도시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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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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