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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내 유일한 숨구멍 카메라만 보면 쌩쌩해져요”

데뷔 43주년 ‘변호인’ 여걸 김영애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연기는 내 유일한 숨구멍 카메라만 보면 쌩쌩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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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 결과가 안 좋았나요.

“수술 전날 담당 의사가 와서 천운이라고 했어요. 황달이 있어서 캐보니 암을 발견한 거야. 췌장암은 이미 다 번져서 손 쓸 수 없을 지경에 알게 되는데 초기에 발견한 건 아주 드문 일이래요. 수술 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데 아직은 건강이 괜찮아요. 과식하던 버릇이 없어졌어요. 과식했다가 몇 번 혼났거든. 죽을 때까지 과식하면 안 된대요. 이제는 식사할 때도, 술 마실 때도 ‘스톱’하는 타이밍을 알죠.”

아버지의 선물

▼ 보톡스 시술로 주름 펴본 적 있나요.

“적당히 조금씩은 해요. 연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눈가 주름이 너무 싫어요. ‘변호인’에서 순애가 웃는 장면을 보니 그 주름이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더라고. 그래도 안에 뭘 넣고 하는 건 싫어요. 어차피 난 젊지 않아. 어떻게 잘 늙어갈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헬스와 필라테스, 등산 같은 운동을 6~7년간 꾸준히 했죠. 근데 수술 후 딱 2주 만에 13kg이 줄더라고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알았어요. 밥을 먹기까지 두 달이 걸렸는데 체중이 크게 줄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 체중이 얼마나 나갔는데요?

“40kg쯤 됐어요. 지금은 49~50kg 정도고요. 그전에는 어떻게 하면 1kg을 뺄까 고민하면서도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운동한 목적도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였는데 수술 후에는 살이 안 쪄서 걱정이었지. 의사 선생님도 췌장암 수술을 20여 년간 했는데 수술하고 나서 살찐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다고 했어요. 근데 내 체중은 거의 다 회복돼 전보다 3kg 정도 적게 나가요. 내가 그토록 바라던 꿈의 체중이 됐죠. 대신 기운은 없어요. 지금은 와인 한 잔이면 기분 좋게 알딸딸하니까. 얼마 전 ‘변호인’ 1000만 파티에서는 300cc짜리 맥주 2병을 마시고 해롱거렸어요, 하하. 굉장히 경제적으로 됐어.”

▼ 예전에는 얼마나 마셨기에.

“한때는 폭탄주를 10잔 마셔도 멀쩡했어요. 취하지만 기분 좋게 놀았지요. 지금은 그러면 기절해서 병원에 있을걸.”

▼ 불면증은 없어졌나요.

“지금도 있긴 있어요. 몸은 피곤한데 머리가 쉬어지지 않아. 매일 90분씩 운동을 하는데도 소용이 없어요. 선천적으로 예민해서 그런가봐요. 중학교 때 악성빈혈로 만날 쓰러지고 그랬는데 동네 주치의 말이, 내 신경 굵기가 다른 사람의 반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강박증이 더 심했던 것 같아요.”

▼ 아버지가 어쨌는데요?

“우리가 밖에 나가서 길거리 과자를 못 먹게 하셨어. 연필도 공책도 다 쓰면 검사를 받고 통과돼야 새것을 주셨는데 한 줄이라도 낙서가 있거나 건너뛰면 종아리를 맞았지. 연필도 몽당해질 때까지 쓰게 하고. 고3 때는 천자문을 매일 한 자씩 외워서 일주일마다 검사를 받았어요. 일곱 자를 못 외우면 종아리를 때렸지. 치마 교복을 입고 다니는 딸의 종아리에 줄이 쫙쫙 가게.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 그게 당신의 사랑법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얼마나 날 예뻐하셨으면 만날 공주라고 부르면서 바람 피울 때도 데리고 다녔겠어.”

▼ 이제 아버지를 용서했나요.

“지금은 고맙고 죄송하지. 아버지 덕에 신문을 보니까. 한자를 쓰진 못해도 막힘없이 읽어요. 용서를 구할 사람은 난데 때를 놓쳤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40년 남짓 됐거든. 내가 공부하기 싫어서 부산여상에 원서를 내고 아버지에게 쫓겨나 한 달간 이모 집에서 지낸 적이 있어요. 부산여상이 아니라 부산여고에 원서를 냈다고 거짓말을 했지. 어려서부터 그렇게 당돌하고 앙큼한 구석이 있었어요. 간이 컸지.”

연애보다 연기가 좋아

어릴 적 어머니가 “조선팔도에 어쩌다 저렇게 앙칼진 게 나왔느냐”고 했던 말을 떠올리던 그는 “내재된 당돌함이 내가 연기를 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그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근성 없이는 연기하기 힘들어요. 난 큰일을 만나면 더 대범하고 침착해져요. 작은 일에는 오히려 안달하고 겁도 많아요. 무서워서 운전도 못하잖아.”

▼ 대범하니 사업에 도전했겠죠.

“그 일이 적성에 맞지는 않았어요. 날 너무 힘들게 했어요. 그래도 후회는 안 해요. 그런 경험이 내게 없던 배짱을 키워줬거든. 갖고 싶은 것도 다 가져보고. 배우로서 그런 삶도 해볼만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전남편과는 동업자로만 지냈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처음에는 너무 미워서 좋았던 시절이 생각 안 났는데 5~6년 지나니까 새록새록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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