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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차떼기’ 막으려면 차량등록제 시행해야

공정선거 사각지대 농어촌 ‘유권자 수송’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유권자 차떼기’ 막으려면 차량등록제 시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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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선거의 폐해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D씨도 ‘조직적인 유권자 실어 나르기’ 병폐를 지적했다.

“내가 출마한 지역에는 배를 타고 나와야 투표를 할 수 있는 섬이 여럿 있다. 투표 날 특정 후보 진영에서 조직적으로 배를 동원해 유권자를 실어 나르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공정선거는 간데없고 조직동원 선거가 판친다. 조직선거를 방치하면 유권자 표심에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농촌은 정치 신인의 무덤’이라는 얘기가 현장을 둘러보니 실감이 났다.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이들이 이름값을 믿고 ‘지역에 봉사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가,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촘촘히 얽혀 있는 조직 앞에 맥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농어촌에 똬리를 틀고 있다.

B씨는 “지방자치제도가 부정부패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만들어진다”며 “선거를 깨끗하게 치르도록 공영제를 강화해야만 선거 이후 깨끗한 지방자치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초의원 한 사람이 1년 동안 받는 보수는 총액 기준으로 4000만 원에 조금 못 미친다. 4년 임기 동안 최대 1억6000만 원 정도 받게 되는 셈. 그런데 석 달 남짓 기초의원 후보 한 사람이 공식 선거비용 외에 비선 조직을 가동하는 데 쓰는 돈이 억대가 넘는다고 한다. B씨의 얘기다.

▼ 기초의원 선거를 치르는 데 억대의 비용이 드는 이유가 뭔가.

“비선 조직을 가동해 선거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조직으로 선거운동하려는 사람은 투표 당일까지 최소 3번 이상 활동자금을 내려 보낸다.”

▼ 언제 자금을 내려 보내나.

“예비후보 등록 이후부터 정당 공천 전까지는 선거운동원들에게 ‘커피값’ 명목으로 자금을 내려 보낸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유권자에 가장 근접한 하부 운동원은 일당 개념으로 8만 원에서 10만 원, 중간계층은 15만 원에서 20만 원, 읍면단위 보스급 책임자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받고 활동한다고 알려졌다.”

▼ 모두가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고 집행되는 비용인가.

“비선 조직을 가동하는 데 드는 비용을 선관위에 신고할 리가 있겠나. 무엇보다 선거운동 때보다 투표 당일 더 큰돈을 쓴다. 차량 대여비, 운전자 수고비까지 따로 줘야 하니까.”

차량등록제 시행하자

전남의 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현직 이장과 생활체육회 간부, 전직 군수의 참모 등 다섯 사람이 함께한 자리에서는 농어촌 선거 현실에 대한 즉석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그들의 얘기는 “6·4 지방선거가 역대 선거처럼 치러지면 또다시 조직 선거가 판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참석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막강한 조직을 갖춘 후보가 투표 당일 선거운동원을 동원해 ‘유권자 차떼기’를 하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직선거의 폐해를 숱하게 지켜봤다는 이정문(55·가명) 씨는 “선관위가 특정 후보 선거운동원이 선거 날 유권자들을 투표소에 실어 나르는 행태만 제대로 감시해도 조직선거의 폐해는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조직선거, 동원선거, 돈선거의 폐해를 막기 위한 대안을 이렇게 제시했다.

“선관위가 금품 제공은 물론 음식 접대도 못하도록 법을 대폭 강화한 이후 돈선거 병폐는 많이 사라졌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야 한다. 시골 선거는 투표 당일 유권자를 투표소에 실어나르는 과정에 부정이 개입한다. 무엇보다 투표 당일 특정 후보 진영에서 ‘유권자 차떼기’를 하지 못하도록 차량등록제를 시행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보장하려면 선관위에 등록된 차량에 한해 운행을 허용하고, 그 외 차량은 투표소로 유권자를 실어나르지 못하도록 강력한 처벌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선관위 등록 차량에 공정선거감시요원이 동승하도록 하면 어느 정도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6·4 지방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깨끗한 선거, 공정한 선거는 과연 가능할까. 시골에 거주하는 이들은 회의적이었다.

“국회의원이든, 기초의원이든 ‘당선’된 사람은 누구나 기득권을 갖는다. 그 사람들이 당선하기 위해 지역에 이미 촘촘히 ‘조직’을 갖춰놨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선뜻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정한 선거의 룰을 갖추려고 하겠나. 선거가 깨끗해져야 정치가 바로 서고 국민 삶이 나아질 텐데….”

신동아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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