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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안철수-민주당 통합

이념정치에서 현실정치로 단단하고 통 큰 리더십이 관건

시험대 오른 안철수 새정치

  •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념정치에서 현실정치로 단단하고 통 큰 리더십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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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야권의 일부 전략가들이 안철수의 민주당 입당을 실종된 혁신을 보완하는 카드로 논의하기도 했다. 혁신이 없다는 비판, 박근혜에 맞설 대항마가 없다는 사정 등을 감안할 때 당시 안철수가 민주당에 들어가 일대 혁신을 요구할 수도 있었고, 새 인물을 영입하는 공천권 행사도 가능했을 것이다. 여론 지형도 나쁘지 않았다. 야권이 지기도 어려운 선거라는 게 당시의 세평이었다. 이때 만약 안철수가 과감하게 민주당에 들어가 낡은 민주당의 혁파를 요구하면서 젊고 참신한 인물을 대거 공천하는 새로움으로 박근혜와 맞대결해 승리했다면 아마 12월 대선의 승자는 안철수가 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으리라.

그럼에도 그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당시 그를 둘러싼 주변에서 나돌던 얘기를 종합하면 그들의 구상은 시민후보론이었다. 정당이 아니라 시민후보로서 나서는 것,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지녔던 포지셔닝(positioning)을 좀 더 강화하자는 전략이 시민후보론이다.

역사적 실례도 있었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아이젠하워는 시민후보의 콘셉트로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아이젠하워는 사실 시민후보로서 정당후보를 꺾은 게 아니다. 공화당의 당내 경선이 막 시작할 즈음 여기에 참여했고, 결국 공화당 후보로서 대통령에 출마해 이겼다. 아이젠하워가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라 워낙 인기도 좋았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운동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만으로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공화당 내에서 대립하던 개혁파와 보수파 중 개혁파가 보수파에게 후보직을 허락하기 싫어 적극적으로 아이젠하워 영입에 나선 게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비춰보면, 당시 민주당 내에서 문재인을 대선후보로 미는 친노(親盧)에 비해 마땅한 후보가 없었던 비노(非盧)가 안철수와 결속할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그야말로 안철수로선 한국의 아이젠하워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어쩌면 서울시장 선거보다 더 효과적이고, 더 신속하게 대권으로 갈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정치와 대통령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가 경선방식을 놓고 문재인과 다투다가 후보직을 던져버린 건 실수다. 과감하게 양보한 다음 설사 불리한 룰에 의한 단일화 경선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치렀어야 했다. 또 사퇴 후에는 자신이 후보인 것처럼, 자신의 선거인 것처럼 치열하게 뛰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 속에서 안철수의 메시지를 던지고, 자신의 새정치를 대중과 소통하며 다듬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담대함과 큰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 당일 개표 결과를 보지도 않고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성패를 떠나 함께 울고 부대끼는 모습이 필요한 때였다. 야권의 지지자들이 허탈감을 느끼게 하는 아마추어적 처신이었다. 결국 이때까지 안철수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스타 또는 아이돌에 머물러 있었다고 하겠다.

지난해 4월 27일 안철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많은 이의 예상을 깨고 서울에서 출마했다. 지역구 선정에 따른 논란을 50%를 넘기는 승리로 이겨냈다. 그로부터 새정치를 위한 세력화, 즉 창당에 나서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한때 멘토라고 불리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재결합하면서 비로소 창당에 나섰다.

하지만 인물난에다 재정 문제까지 간단치 않아 힘들어하던 차에 지난 3월 2일 전격적으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의 통합을 선언했다. 사실 그동안 안철수가 표방한 새정치와 안철수가 되고자 하는 대통령 간에는 적지 않은 긴장이 있었다. 새정치를 추구하다보면 기성 정치와의 연대나 제휴보다는 독자 정당으로 가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그런데 아주 험난한 길이다. 지역구-단순다수제인 선거제도 때문에 제3당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숱하게 시도된 제3당의 실험이 실패로 끝나거나 군소정당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새정치를 위해 독자 신당을 만들고 다당제로 가겠다는 구상은 안철수 정치가 결국엔 기성 정치권에 충격을 주는 문제 제기자로 끝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결선투표제도 없는 데다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야권의 단일후보가 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당이 없을 때는 기득권의 반발이 거의 없으나, 정당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놓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저항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대통령이 안 되더라도 새정치를 추구할 수 있을까? 또 대통령이 안 되고서도 한국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을까? 확고한 이념을 표방한 세력이라면 당장의 고난은 감수하더라고 대의를 지키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의 새정치는 이념이 아닌 현실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한국 정치를 바꾸려면 현재의 정치 현실상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대통령으로서 새정치를 위한 제도개혁과 관행 혁신을 관철할 때 새정치도 가능하다. 따라서 안철수가 독자 신당의 길을 포기하고 통합으로 나선 건 새정치와 대통령이라는 두 목표 간의 충돌을 방지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길을 가겠다는 해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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