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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초짜 유령의사의 ‘마루타’였다”(2년차 월급의사)

강남 성형공화국의 불편한 진실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환자는 초짜 유령의사의 ‘마루타’였다”(2년차 월급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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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30분 넘게 재워 수술할 때는 무호흡 등 응급상황에 대비해 직접 수면마취를 하기보다 마취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수술에 오래 집중하다 보면 환자의 산소포화도를 수시로 체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악수술이나 얼굴윤곽술을 할 때도 마취과 전문의에게 맡겨야 한다.

쌍꺼풀을 만들거나 코를 높이는 수술을 할 때는 전신마취를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되지만 3시간 넘게 소요되는 큰 수술은 전신마취가 불가피하다. 수면마취는 간단해서 의사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전신마취는 반드시 전문의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이다. 홍 원장은 “전신마취는 환자의 혈압, 맥박, 심박동수까지 다 고려해 수술받기 좋은 최상의 마취 상태를 만들어주는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며 “전신마취를 할 때 마취과 의사의 역량이 나온다”고 했다.

실력 있는 마취전문의는 대부분 여러 성형외과와 연계해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수술비 총액의 10~15%를 보수로 받는다. 예전엔 마취전문의가 인기가 없었지만 요즘은 공급이 달려 몸값이 비싼 데다 독자적으로 마취통증의원도 낼 수 있어 의료계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대형병원에서도 프리랜서 마취전문의가 실력이 좋은 건 알지만 수술건수가 많으니 월급의사를 쓰는 것”이라며 “경험이 많지 않은 마취의사를 월급의사로 데려다놓고 매일 10시간 넘게 돌리니 큰 사고가 어찌 안 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대형병원의 비밀

“환자는 초짜 유령의사의 ‘마루타’였다”(2년차 월급의사)

한 수술실에서 두 환자가 수술하는 구조인 대형병원 내부설계도면.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마취의사는 마취주사만 놓고, 그의 부족한 일손을 간호조무사들이 돌아가며 대신한다. 대형병원에서 월급의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성형수술을 많이 하는 겨울 성수기에는 일이 힘들어 직원이 많이 나간다. 그럴 땐 간호조무사 학원생을 수술실에 들여보내 의사를 보조하거나 환자 상태를 체크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겨울 성수기에는 환자의 눈 모양이나 눈꺼풀 두께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눈 수술은 매몰법으로 한다. 절개법은 칼로 째야 하니 시간을 아끼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다. 예전에 개원했다 병원 운영이 안돼서 월급의사로 들어온 이비인후과 전공의가 있었는데 병원장이 코 수술이 들어오면 무조건 그에게 하게 했다. 코 수술 경험이 거의 없어서 그 의사가 수술하면 환자로부터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왔다. 자기가 상담한 환자를 그 의사에게 맡겼다가 수술이 잘못되면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하니 한 월급의사가 병원장에게 항의했다. 병원장은 ‘경험이 없으니 수술을 자꾸 줘서 가르쳐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더라. 환자가 그 의사의 손기술 연습용 마루타인가. 결국 그 의사는 1년이 지나 재계약을 안 하고 나갔다.”

이 병원에서는 환자와 일면식이 없는 이른바 ‘유령의사’가 남의 환자를 대리 수술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병원장과 월급의사가 함께 작성한 근로계약서에 그 비밀이 담겨 있다. 기자가 입수한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을(월급의사)’은 ‘갑(병원장)’으로부터 지시받은 어떠한 일이든 최선을 다해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하면 여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제5조 ‘임금’ 조항에는 ‘갑(병원장)’이 유령의사의 대리수술을 공식적으로 허용했음을 알 수 있는 내용도 담겨 있다. 유령의사가 대리수술을 할 경우 환자가 집도의로 아는 의사와 유령의사에게 돌아가는 성과급의 비율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월급의사는 기본급 외에도 수술 총액이 일정액을 초과할 경우 초과액에서 보형물 원가와 해외 에이전트 수수료, 전신마취비를 뺀 ‘유효 월매출액’의 2~5%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차상면 의사회 부회장은 “대형병원의 한 스타 의사가 하루에 120건을 수술한다고 자랑해 그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뒤에 유령의사가 있었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각종 광고를 통해 스타 의사를 만들어 상담은 스타 의사가 맡고 수술은 유령의사가 대리 집도하게 하는 비윤리적인 불법 행위를 통해 환자를 기망해왔다. 외국인도 유령의사의 존재를 알고 있을 정도”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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