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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초짜 유령의사의 ‘마루타’였다”(2년차 월급의사)

강남 성형공화국의 불편한 진실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환자는 초짜 유령의사의 ‘마루타’였다”(2년차 월급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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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초짜 유령의사의 ‘마루타’였다”(2년차 월급의사)

홍종욱 세민성형외과 원장이 산소포화도측정기를 살펴 본다.

‘의료행위 범위 설정’에 관한 조항에는 ‘월급의사는 모든 진료 시, 상담실장 혹은 상담 코디네이터가 고객에게 권한 수술이나 시술명을 임의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있다. 진료는 의사의 고유권한임에도 환자를 상담해 수술 범위를 정하는 실질적인 진료 권한을 병원장이 의료법을 무시하고 비의료인에게 넘겨준 셈이다. 한 전직 월급의사는 “상담실장이 환자를 상담한다는 명목으로 환자의 생김새가 아닌 주머니 사정에 맞춰 수술 견적을 내고, 수술명은 물론 수술방법까지 정해 차트에 써오면 나는 앵무새처럼 그 내용대로 수술해야 했다. 소신껏 진료해 환자가 수술 예약을 취소하면 이후에는 환자 배당을 끊어 시키는 대로 하도록 길들였다. 아침 9시 반에 출근해서 자정 넘어 퇴근할 때까지 상담과 수술이 끊임없이 이어져 식사를 거르는 날이 많았다. 수술공장에 취직한 막노동꾼이나 다름없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가 입수한 병원 내부 사이트 자료에는 더욱 충격적인 내용이 공지돼 있다. 병원장은 이 사이트에 “원장단(이 병원은 월급의사에게 원장이라는 직함을 쓴다) 한 분의 일정이 순조롭게 끝나는 것보다 전반적인 스케줄링의 원활한 진행이 더 중요하다. 모든 수술장에 ‘OP(Opera-tion) 타이머’가 붙어 있다. 비상식적인 수술시간이 발생할 경우 직접 체크하겠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매몰식 쌍꺼풀 수술 30분, 콧대+코끝 수술 2시간, 유방확대수술 2시간’ 등 15항목의 “‘상식적인’ 수술예정시간”을 공지했다. 또 월급의사 개개인의 수술 성사율을 상담일지 기준으로 조사해 월별로 집계한 내용도 공지돼 있다.

“수술공장의 막노동꾼”

김선웅 의사회 법제이사는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환자를 정해진 수술시간과 매뉴얼에 따라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수술하고,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근로조건과 과도한 근로를 강요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수술 성과를 높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의료법에 따라 의사 1인은 1개 병원만 개원할 수 있음에도 월급의사의 의사면허를 빌려 병원을 문어발식으로 늘려가는 불법행위가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대형병원 월급의사의 근로계약서에도 ‘명의신탁’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경영상 이유로 월급의사 명의를 새로운 병원의 개설 혹은 현재 운영 중인 병원의 경영주 명의로 사용하는 경우 상호 합의하에 명의신탁을 진행할 수 있다. 또 명의신탁 비용은 물론 명의신탁한 월급의사에게 부과되는 각종 소득세를 병원장이 부담하도록 했으며 소득세 부담은 계약해지 후에도 유효하다. 의료법상 명의신탁은 불법행위로 해당 의사의 면허 정지 처분도 가능한 중범죄다.

김선웅 이사는 일부 대형병원에서 월급의사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늘리는 이유로 병원 수익 증대와 각종 행정처벌 면피, 불만 환자 회피, 프로포폴 유용 등을 들었다. 그의 부연설명에 따르면 대형병원 월급의사 1명이 일반 성형외과가 20년간 사용할 프로포폴의 양을 1년 만에 쓸 정도로 수면마취제를 과량 투여한다. 일반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 시 5~7cc를 주사할 때 대형병원에서는 한번에 100cc를 사용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대형병원에서 수면마취제를 대량 사용하는 목적은 유령의사의 존재와, 수술 중인 의사에게 다른 환자를 상담하게 하고 한 수술실에서 여러 명을 수술하도록 만든 비윤리적 행태를 감추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성형 브로커와 수수료

국내 성형시장의 규모는 연간 5조 원 규모로 세계 성형시장의 25%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과거엔 성형기술을 배우러 일본 유학을 갔지만 지금은 도리어 일본은 물론 세계 각지 의사들이 한국의 성형기술을 배우러 오는 실정이다. 중국, 대만, 일본 등지에서 성형관광을 오는 외국인 환자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은 먼저 ‘성형 메카’로 알려진 강남을 찾는다.

현재 강남구에는 성형외과 600~700곳이 밀집해 있다. 이 가운데 성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곳은 300여 곳. 나머지는 비전공의가 성형외과 진료를 하는 곳이다. 병원마다 환자 유치 경쟁이 뜨겁다. 대형병원은 월 10억~15억 원을 광고비로 쓰고, 50~100명으로 구성된 온라인지원팀이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온라인상에서 호객행위를 한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도 성형광고판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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