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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PD의 지구촌 현장

민주화운동이 종교전쟁으로 변질 알카에다·쿠르드 개입으로 대혼란

시리아 내전 3년

  • 김영미 │국제분쟁지역 전문 PD

민주화운동이 종교전쟁으로 변질 알카에다·쿠르드 개입으로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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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와중에 자연스럽게 시리아에 입성한 알카에다는 시리아를 기반으로 점차 세력을 확장해나갔다. 이런 상황은 국제사회를 당혹스럽게 했다. ‘시리아의 친구들’이나 미국, 아랍 국가 등 국제사회가 반군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결국 알카에다를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9·11 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들여 알카에다 소탕작전을 벌여왔다. 민간인 대량살상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무인기를 동원해 폭격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알카에다 전멸’이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시리아에서는 알카에다를 지원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의 판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국면에 처했다.

시리아에 상륙한 알카에다 연계 세력인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에 대해 미국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들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60km 떨어진 팔루자와 라마디를 장악하면서 급부상했다. 두 도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수니파 저항군이 가장 치열하게 저항했던 곳이다. 당시 이곳에서 미군 50여 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심했다. 10년간 군비 1조 달러와 4000여 명의 인명 피해를 감수한 미국에 이들이 시리아 반군 대열에 서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 2인자였던 마이클 모렐 부국장은 이 상황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는 알카에다의 극단주의와 내전이 혼재하는 상황이어서 미국 국가안보에 최대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시리아 정부가 붕괴되고 시리아는 파키스탄을 대체해 알카에다의 새로운 근거지가 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중동에 부는 민주화 바람을 적극 이용해 영향권을 넓힐 수 있지만 시리아가 알카에다의 나라가 되는 것은 절대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반대편인 알아사드 정권을 편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전략적으로 시리아 내전 개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자유시리아군도 더 이상 미국이나 서방 세계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반군은 이슬람이냐 민주주의냐에 따라 사분오열되어 여러 무장단체로 갈라졌다. 이제 시리아 반군이라고 불리는 단체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조차 모호해졌다. 국제사회 시각으로 이들 중 누가 알카에다인지 누가 자유시리아군인지 구분하기조차 힘들다. 시리아 내전이 종교전쟁으로 변질되는 상황은 어느 나라에든 부담스러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누구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느냐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러던 중 이 판을 확실하게 정리하는 사건이 지난해 12월 발생했다. 시리아 북부에서 반군 단체인 ‘이슬람전선’이 서방의 지원을 받던 자유시리아군의 무기고를 탈취한 사건이었다. 이슬람전선은 이슬람주의 성향의 시리아 반군 6개 그룹이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고 이슬람 국가 설립을 목표로 새로 구성한 조직이었다. 이들이 자유시리아군이 장악한 북부 밥알하와 지역에서 반군 무기고와 검문소를 습격해 차량과 야간투시경, 컴퓨터 등을 탈취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과 영국은 서둘러 반군 지원을 중단했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슬람전선’ 소속 병력이 서방이 지원하는 자유시리아군 산하 최고군사위원회 기지와 무기고를 탈취했다는 보도에 우려한다”며 시리아 북부 반군에 대한 비살상용 군수품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도 “이번 공격의 진상을 파악하는 동안 자유시리아군에 장비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유시리아군으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내전 3년 가까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정부군과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서방 세계의 지원 덕이었다. 자유시리아군의 한 장교는 “무기고를 탈취한 세력은 반군이 아니고 그저 도둑들이다. 그들 때문에 우리가 알카에다로 몰려 지원이 중단되면 어떻게 정부군에 맞서 싸울 수 있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의 말처럼 자유시리아군이 모두 알카에다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영국은 누가 알카에다인지 알 수 없기에 할 수 없이 내린 조치였다.

불행하게도 이 무기고 탈취 사건은 자유시리아군을 이끌던 최고사령관 살림 이드리스의 몰락을 가져왔다. 이드리스는 시리아 전역을 망라하는 전선 지휘관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왔다. 또한 트럭, 의약품, 식량 등 반군에 대한 미국의 비군사적 구호물자를 인도하는 길잡이였다. 하지만 무기고 탈취사건으로 그는 통제권을 상실했고 막대한 양의 화기와 탄약도 이슬람전선이라는 조직에 빼앗겼다.

알카에다의 무기고 탈취

미국의 지원이 중단되자 이드리스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해졌다. 결국 시리아 국가위원회(SNC) 대표인 자르바와 야권이 지지한 과도정부의 아사드 무스타파 국방장관이 사우디의 뜻에 따라 이드리스 축출을 추진했고 이드리스는 전격 해임됐다.

하지만 지난 2월 16일 해임된 이드리스를 추종하는 일부 일선 지휘관들이 해임 조치에 거세게 항의하며 조직 이탈을 선언했다. 시리아 내 5개 주요 전선을 관장하는 지휘관들을 포함한 이탈파는 반군 조직의 전면 재구성을 요구하다 해임된 이드리스 장군과 함께 동영상에 출연해 세를 과시했다. 이들 가운데는 남부 전선에서 강력한 지휘권을 행사하는 바샤르 알 주비도 포함됐다. 이제 자유시리아군도 이드리스를 지지하는 세력과 그를 해임한 세력으로 갈라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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