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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모르는 여자의 행복 매일 느껴요”

트랜스젠더 연예인 최한빛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여자들은 모르는 여자의 행복 매일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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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내 셋째 딸”

▼ 부모에게 처음 ‘커밍아웃’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엄마는 제 성향을 알면서도 계속 아닐 거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살았대요. 그러다 우려가 현실이 되니 ‘올게 왔구나’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상당히 힘들어하셨죠. 아빠는 처음엔 ‘절대 안 된다, 정신 차려라’고 반대하셨어요.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혼자 가슴앓이를 하면서 참고 살았다. 참고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더는 안 되겠다, 진정한 나로 살고 싶다. 행복을 찾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니까 ‘그냥 살기도 힘든 이 험한 세상을 트랜스젠더로 살 수 있겠느냐’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저를 걱정하시는 게 더 미안했어요.”

▼ 적어도 미친놈 취급은 안 받은 거네요.

“아빠는 저를 너무 사랑하세요. 그때 아빠에게 약속했어요.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겠다고. 아빠도 ‘음지에 숨어 살지 말고 당당하게 하고 싶은 일하며 행복하게 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허락을 하시고도 계속 힘들어하셨죠. 밤마다 아빠는 술 드시고, 엄마는 울고, 그걸 보는 내 가슴도 아프고…. 우울증이 심하게 왔어요. 하루 종일 방 안에 처박혀 울기만 했어요. 아빠가 들어오시더니 제 손을 잡으면서 ‘네가 아들이든 딸이든 둘도 없는 내 자식이다’라고 하시고는 꼭 안아주면서 ‘사랑한다. 내 셋째 딸’ 하시더라고요. 제가 세상에 더 당당할 수 있는 건 이런 부모님 덕분일 거예요. 부모님에게 사랑스러운 딸이니까요.”



그해 12월 수술대에 올랐다. 7시간 넘게 걸린 큰 수술이었다고 한다. 수술 후 4, 5일 동안은 고통이 너무 심해 계속 마취제를 맞아야 했고, 한 달 동안 누워만 있었다고 하니 그 고통이 조금은 상상이 된다.

▼ 성기를 바꾸는 수술을 할 때 가슴 수술도 같이 하나요.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돼요. 가슴 없는 여자도 많잖아요. 다른 트랜스젠더들은 수술 전후로 호르몬치료를 한다는데, 전 별로 안 했어요. 털도 잘 안 나고, 근육도 별로 없고…. 원래 남성호르몬이 적고 여성호르몬이 많았어요.”

▼ 수술실에 들어갈 때 두렵지는 않았나요.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수술이고, 실제 죽은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한다고 해도 부모님께 딸로 인정받았으니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 수술 후 나왔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울면서 들어갔다 웃으면서 나왔어요. 너무 행복해서. 그 마음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죠. 그런데 솔직히 너무 아팠어요. 진짜 죽을 만큼 아파요. 그 고통을 아는 지금, 수술을 다시 하라고 하면 엄청 끔찍할 거예요. 그래도 할 거예요. 어쨌든 제대로 된 내 삶을 살아야 하니까요.”

여자라서 모든 게 행복

▼ 법적으로도 성별이 바뀌었나요.

“하리수 언니가 길을 잘 터놔서 비교적 쉽게 변경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까다로워요. 수술자료, 정신과 의사 3명의 진단서, 부모님 동의서를 받아야 하고, 지인 10명으로부터 ‘이 사람은 여성임을 증명한다’는 소견서를 그 사람들 주민등록등본과 함께 제출해야 해요. 초·중·고 생활기록부도 봐요. 신용불량자나 전과기록이 있으면 안 되고요. 마지막으로 판사가 외모를 봐요. 여기서 퇴짜를 맞은 사람도 있어요.”

▼ 판사가 외모를 보고 주관적으로 판단한다니 논란이 있을 수 있겠네요.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누가 봐도 외모가 남자인데 성전환 수술을 했으니 여성으로 인정해달라고 하면 솔직히 전 판단이 안 서요. 실제로 얼마 전에 여탕에 남자가 들어갔다가 붙잡혔다는 기사가 실렸어요. 그 사람은 성전환수술까지 한 트랜스젠더였어요. 그런데 외모가 누가 봐도 남자예요. 법원에서 성별 변경이 기각돼 법적으로 남자여서 처벌을 받았어요. 본인은 억울하겠죠. 외모에 대한 편견이고, 행복추구권을 막는 것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특히 다른 여성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 수술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신감이 백배로 붙었죠. 수술 전엔 공연에서 잘렸는데 수술 후에는 오디션을 통해 제가 여자주인공이 됐어요. 기가 막힌 반전 아닌가요? 그때 ‘내가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똑같았어요. 성격도, 스타일도 달라진 게 없으니까요. 춤 연습을 할 때 남자 줄에서 여자 줄로 옮겨간 것 외에는.”

▼ 수술 후 연애도 해봤나요.

“당연히 했죠. 연애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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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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