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납품업체와 장비회사 이면계약 장비값 뻥튀기, 공사비 이중 수령?

기상장비 라이다(LIDAR) 비리 의혹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4-04-23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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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품업체와 장비회사 이면계약 장비값 뻥튀기, 공사비 이중 수령?

    레오스피어 윈드큐브200S

    2011년 12월 28일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국내 기상장비업체 케이웨더를 통해 프랑스 레오스피어가 개발한 청천대기 윈드시어탐지장비 라이다(Light Detection and Ranging, LIDAR) ‘윈드큐브200S’를 들여온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은 총 48억7000만 원. 이 중 259만3000유로(약 39억2000만 원, 기준환율 1유로=1510원)가 제품을 공급하는 레오스피어사에 지급되는 외자분이다. 케이웨더는 국내 설치, 유지, 보수 등 명목으로 9억5000만 원을 받게 된다.

    이듬해 3월 서울지방경찰청은 라이다 입찰 관련 비리 의혹 제보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고, 11월 1일 해당 사건을 8개월 간 수사한 서울경찰청은 조석준 당시 기상청장이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에게서 청탁을 받고 직권을 남용해 성능 미달인 윈드큐브200S가 낙찰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김 대표에 대해서는 조달청 입찰 과정에서 허위 제품사양서를 제출해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위 금액을 편취하려 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입증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경찰청은 전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으나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11월 16일 “윈드큐브200S가 구매 규격서상의 기술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못하는지는 김포공항에 이를 설치한 후 전문가 검사검수 과정을 거친 후 판단하는 것이 맞다”며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실질적으로 윈드큐브200S가 국내에 납품되는 길을 열어준 것. 2013년 5월 검찰은 수사를 재개했다. 그러나 그해 9월 검찰로부터 “곧 참고인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통보받은 한 기상업체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아직 조사를 안 받았다”고 말했다.

    납품업체와 장비회사 이면계약 장비값 뻥튀기, 공사비 이중 수령?
    2배 이상 부풀려진 장비값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윈드큐브 200S는 2013년 3월 국내에 반입돼 김포·제주 공항에 설치됐다. 그해 5월 감리업체가 검사검수를 실시했지만 주무부처인 항공기상청이 검사검수 공정성 및 성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현재까지 승인을 하지 않았기에 장비값은 지불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품 선적 시 계약금의 30%를 지불한다는 계약조건에 따라 조달청은 레오스피어에 10억 원 이상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는 최근 레오스피어와 케이웨더 사이에 주고받은 계약서, 합의서, 견적서, 송장 등 몇 가지 문서를 입수했다. 조달청 계약 직후인 2011년 12월~2012년 2월 두 회사 간에 오간 문서다. 이는 두 민간기업의 계약이기는 하지만 정부 예산 49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언론으로서 철저히 검증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문서 검토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먼저 윈드큐브 200S 제품 가격에 대한 의문이다. 케이웨더가 조달청에 제출한 견적서에 따르면 라이다 2대를 국내로 들여오는 총 비용은 259만3000유로(39억2000만 원)이다. 하지만 2012년 12월 28월 레오스피어사가 케이웨더에 보낸 견적서에는 모든 비용을 포함한 가격이 128만6900유로(19억5000만 원)로 적혀 있다. 20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케이웨더-레오스피어 사이에 오간 견적서에는 ‘윈드큐브200S’ 하드웨어 1대 가격이 42만5000유로(6억4000만 원)인데, 이는 조달청에 제출한 견적서(75만 유로, 한화 11억3000만 원)보다 5억 원가량 저렴하다. 케이웨더가 조달청에 제출한 견적과 케이웨더-레오스피어 사이에 오간 ‘견적 금액’이 다르다면, 차액 130만6000유로(19억7000만 원)는 어디로 흘러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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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줄’ 라이다 하드웨어 가격

    이 의문을 풀기 위해 2012년 2월 6일 케이웨더가 레오스피어에 보낸 구매계약서를 살펴보았다. 당시 케이웨더는 레오스피어와 259만3000유로에 제품 구매계약을 맺는다는 계약서와 함께 ‘송장(Invoice)’ 하나를 발송했다. 레오스피어가 케이웨더에 ‘필수 하드웨어(required hardware)’와 ‘지역 인프라 및 필수 항공 건설’명목으로 130만6000유로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은 케이웨더가 조달청에 제출한 견적서나 계약서 어디에도 없다.

    ‘신동아’는 레오스피어가 케이웨더에 지급해야 하는 130만6000유로가 어떤 명목인지 분석했다. 먼저 케이웨더는 레오스피어에 ‘11가지 필수 하드웨어’ 명목으로 59만1000유로(8억9000만 원)를 청구했다. 여기에는 KVM(스위치), 컬러프린터, CCTV 등 설치에 필요한 품목이 포함됐다.

    하지만 2012년 12월 케이웨더가 조달청에 제출한 견적서에는 11가지 필수 하드웨어 품목이 모두 ‘라이다 하드웨어 가격’에 포함돼 있다. 조달청 제출 견적서의 해당 11가지 품목 가격은 29만7000유로(4억4000만 원). 케이웨더가 발송한 ‘이면 송장’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한 기상학 교수는 이 품목 가격에 대해 “많이 쳐줘봐야 총 1억 원 남짓이다. 조달청에 제출한 견적서도 부풀려졌는데 송장은 거기서 두 배 더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또한 케이웨더가 레오스피어에 ‘현지 인프라 및 필수 항공 건설’ 명목으로 청구한 금액은 71만5000유로(10억8000만 원). 그런데 조달청 계약에 따라 케이웨더는 국내 공사 및 관리 명목으로 국가에서 9억5000만 원을 받으므로, 결국 국내 공사비를 이중 수령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내 공사는 관측타워 건설, 장비 설치 및 연결 등이다.

    여러 가지 문서와 정황을 고려하면, 케이웨더는 레오스피어와 이면 계약서를 만들어 130만6000유로를 받으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 문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왜 레오스피어는 케이웨더에 20억 원 가까운 돈을 지급하려는 걸까. ‘신동아’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윈드큐브 200S’의 ‘진짜 가격’을 알아봤다.

    20억 돌려줘도 10억 이익?

    대부분 기상장비업체는 계약을 체결할 때 말고는 제품 가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가격을 알기가 쉽지 않다. 힘들게 접촉한 한 전직 기상청 고위 공무원은 “몇 해 전 미국기상학회에서 레오스피어사에 윈드큐브200S의 가격을 물은 적 있는데 ‘5억 원’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유사한 사양의 장비도 보통 4억~6억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기상학회 관련 취재를 하던 중 2012년 3대의 라이다 성능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찾았다. 비교 대상은 할로 포토닉스의 ‘스트림라인라이다’와 레오스피어의 ‘윈드큐브200’, ‘윈드큐브200S’. 이 3종의 장비는 최대관측거리, 스캔 능력, 속력 등 모든 항목에서 유사한 성능을 보였다.

    ‘스트림라인라이다’를 수입한 적 있는 국내 업체에 인수 가격을 물었다. 그 업체는 “20만 유로(3억 원) 수준”이라고 답했다. 같은 사양, 유사한 급의 제품인 만큼 ‘윈드큐브200S’의 가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윈드큐브200S의 실제 가격이 3억~5억 원 수준이라면, 레오스피어는 케이웨더에 약 20억 원을 돌려주더라도 제품 차액만으로 10억 원 가까운 이익을 봤을 것이다. ‘신동아’는 레오스피어에 e메일을 보내 윈드큐브 200S의 실제 가격과 케이웨더와 맺은 계약에 대해 질문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납품업체와 장비회사 이면계약 장비값 뻥튀기, 공사비 이중 수령?

    항공기상청이 4월 29일 김포공항에서 윈드큐브200S로 자체 검사한 영상. 대부분 6km 이상은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케이웨더 김 대표는 관련 내용에 대해 처음에는 “레오스피어와 우리는 라이다 건 외의 다른 계약도 많이 한다. 라이다가 아닌 다른 입찰 건으로 계약서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공식 서명도 없고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해당 견적서, 송장 등에는 ‘LIDAR’라는 정확한 명칭과 함께 라이다 건에 해당하는 조달청 입찰번호가 적혀 있다. 송장과 구매 계약서는 하단에 김 대표의 도장이 찍혀 있다. 이런 사실을 알려주자 김 대표는 “정상적인 계약”이라며 “국내 업체가 현지에서 레오스피어 대신 구매하는 물품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용을 받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지 공사비용을 이중으로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케이웨더가 예산을 받을 국내 공사는 활주로 케이블 공사 등 라이다 설치를 위한 것이고, 레오스피어와 맺은 계약서의 공사는 장비와 케이블을 연결하는 등 레오스피어가 해야 하는 공사를 케이웨더가 대신 해주는 것으로 서로 다르다”고 답했다. 케이웨더의 설명대로라면 10억 남짓한 라이다 두 대를 설치하는 데 20억 가까운 공사비가 든다는 것이다. 그간 케이웨더는 “레오스피어의 장비가 경쟁사에서 들여오려던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장비보다 크기가 작아 관리 설치하기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경쟁사는 국내 관리 건설, 유지, 보수비 등 부대비용으로 5억 원을 제시했다.

    해당 계약서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때 관련 내용도 전달했다”고 전했다. 즉 현재 조사 중인 검찰 역시 이와 관련된 자료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경찰 수사를 받을 때 의혹이 제기됐지만 모두 소명했다.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이와 관련된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상산업진흥원과 항공기상청, 기상청 등 관련기관에서는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기자에게 “관련 문서를 공유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조달청 역시 “계약 관계에 따라 계약된 금액을 지급할 뿐 그 같은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케이웨더는 “조달청 가격 입찰을 통해 정정당당히 수주한 것”이라며 이면계약 의혹을 부인했다.

    탈락 후 재응찰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차명계약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검찰이 사건을 ‘시한부 기소중지’ 처리함으로써 결국 기계가 국내에 반입된 것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라이다는 입찰 초기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두 곳. 프랑스 레오스피어의 윈드큐브200S를 내세운 케이웨더와 미국 록히드마틴의 윈드트레이서로 응찰한 웨더링크다. 기상청의 기상장비 구매대행 업무를 맡은 기상산업진흥원이 2011년 두 차례 입찰을 시도했을 때 웨더링크는 두 번 다 적합 평가를 받았지만 케이웨더는 모두 탈락했다.

    하지만 케이웨더 측이 평가 방법이 불공정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조달청이 단독 입찰에 대해 문제를 삼자, 기상산업진흥원이 아닌 조달청 주최로 3차 재입찰에 부쳐졌다. 이때는 두 회사 모두 품질평가에서 통과했다. 이후 더 낮은 가격(웨더링크 64억 원, 케이웨더 48억7000만 원)에 응찰한 케이웨더가 선정됐다.

    입찰 과정에서는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먼저 케이웨더가 제출한 실적증명서가 위조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케이웨더는 기상산업진흥원에 “윈드큐브200S는 프랑스 니스 공항, 드골 공항에 설치됐다”는 내용의 실적증명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기상산업진흥원 심사 과정에서 해당 장비가 현업 장비로 납품된 것이 아니라 4주간 시험용으로 납품된 것임이 드러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한명숙 의원은 “시험용으로 몇 주 동안 설치한 사항을 납품실적으로 허위 제출했다. 이것은 허위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케이웨더 김 대표는 “4주간 시험용으로 이용됐든 지속적으로 사용하든 관계없다. 윈드큐브 200S가 프랑스 니스 공항 등에 납품된 건 사실이다. 지금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프랑스는 2012년 6월 드골 공항과 니스 공항에 설치할 라이다를 구매한다는 입찰 공고를 냈으나 유찰됐다. 한 기상청 관계자는 “경쟁사에 따르면 레오스피어사의 제품은 기술 검토 과정에서 불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케이웨더 주장대로 프랑스 공항이 이전에 윈드큐브200S를 구매한 게 사실이라면 왜 다시 입찰 공고를 냈는지 의문이며 왜 자국도 기술력을 인정하지 않는 제품을 한국이 구매 계약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12년 3월 태국 기상청도 라이다 입찰을 실시했는데, 이때도 윈드큐브200S는 탈락했다.

    또한 쟁점이 되는 것이 최대측정거리다. 라이다는 맑은 날 먼지를 이용해 활주로의 돌풍을 탐지하는 장비다. 2011년 6월 정부 규격 공고에는 최대관측거리가 10km로 제시됐다. 최초 제안요청서에서 제시된 최대탐지거리(15km)에 비해 5km 줄어든 것. 이를 두고 조석준 당시 기상청장이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석준 전 기상청장 비리 의혹

    조 전 청장은 취임 직전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으로 근무했다. 경찰 조사에서 케이웨더 김 대표에게 1억3000만 원을 빌린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조 청장이 퇴임 시까지 이자 1934만 원의 변제를 유예하는 대가로 라이다 측정거리를 15km에서 10km로 하향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청장은 2012년 3월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재산 -1억4363만 원을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7개월 만인 10월 “케이웨더와 채무관계를 청산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장의 연봉은 1억 원대로 알려졌다.

    입찰 과정에서도 윈드큐브 200S의 최대탐지거리는 논쟁의 대상이었다. 기상산업진흥원 관계자가 자료로 제출한 레오스피어 공식 판촉물에 따르면 윈드큐브200S의 최대측정거리는 6km다. 기상산업진흥원 관계자가 2011년 8월경 레오스피어에 e메일을 보내 최대측정거리를 물었을 때도 6km라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해 5월 항공기상청은 김포·제주공항에 설치된 윈드큐브200S로 실시한 자체 검사 내용을 일부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윈드큐브 200S는 대부분 4~6km 내만 측정했고, 6km 이상으로는 ‘노이지’가 심하게 드러났으며, 8km 이상은 아예 관측하지 못했다. 항공기상청이 5월 20일 기상산업진흥원에 발송한 공문에도 ‘관측 여건이 양호한 날에도 8km 이상에서 관측자료 수집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다수’라고 언급돼 있다.

    하지만 케이웨더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실시된 검사검수에서 통과했다. 현재도 김포·제주공항에 설치된 라이다를 통해 데이터를 받고 있다. 분명히 10km까지 관측 가능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케이웨더가 “윈드큐브 200S의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지난해 5월 한국IT컨설팅이 실시한 검사검수 자료다. 하지만 이 검사검수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예비조사 수행 시 ‘점검불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항목에 대해서만 재점검을 했으며, 김포와 제주 두 공항 중 한 곳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면 다른 곳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더라도 재점검하지 않았기 때문.

    이 때문에 항공기상청은 이 검사검수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항공기상청은 5월 20일 라이다 자체 성능 확인 결과 △윈드시어 경보 오작동 사례가 다수 발생했고 △스캔 속도 설정 시 해당 구간 내에 각도분해능 없이 관측됐다는 것을 근거로 “현재 수준의 장비는 인수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항공기상청 “승인 불가”

    홍영표 의원: 이 업체는 아주 유명한 업체입니다. 기상청에 대해 그간 수도 없는 직원들에 대한 음해와 음모 공작으로 유명한 업체 아닙니까?

    고윤화 기상청장: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홍영표 의원: 인정하시지요?

    고윤화 기상청장: 예, 그렇습니다.

    2월 국회 상임위(환경노동위원회) 녹취록의 일부다. 기상청 안팎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 의원이 말하는 ‘그 업체’가 바로 케이웨더다.

    케이웨더는 그간 장비 사업을 하며 많은 논란을 낳았다. 2004년 울산공항에 저층난류기상관측장비 ‘윈드프로파일러’를 납품할 때 허위 평가서를 꾸민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케이웨더가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낸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2006~2007년 방위사업청에 납품한 기상장비 ‘운고 감지기’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고(케이웨더) 패소 판결을 내렸다.

    케이웨더 측은 “설령 우리 장비가 고장 났다면 하자 처분을 내려서 우리한테 수리하게 하면 된다. 고 기상청장도 만날 ‘케이웨더 장비는 늘 불량’이라고 하는데, 정작 내가 어떤 기계가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물으면 입을 닫는다”며 “윈드프로파일러, 윈드큐브200S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이는 모두 케이웨더를 음해하려는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해 국회 기상청 국정감사는 ‘라이다 국정감사’로 불릴 정도로 여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라이다 도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지어 신계륜 상임위 위원장이 “모든 위원이 장비 구입 과정에 부정의혹을 제기한다. 기상청 직원들이 참 민망할 것 같다. 내가 듣기에도 민망하다”고 했을 정도. 다음은 녹취록 중 일부다.

    한정애 의원: 이 장비(라이다) 쓸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최치영 항공기상청장: 현재는 고장이 너무 잦고 우리가 요구했던 중요 사항이 만족 안 된 것이 많습니다. 현재 상태로서는 좀….

    한정애 의원: 45억 원을 들여 장비를 설치했는데 이게 쓸 수 있는 장비가 아닌 것이지요. (중략) 기상산업진흥원에서 이게 워낙 문제가 많으니까 8월 법무법인에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는지 자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신호 기상산업진흥원장 직무대리: 거기서는 계약 해지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정애 의원: 그렇다면 기상청에 ‘해당 장비에 대한 계약 해지 할 수 있다고 본다. 항공기상청에서 쓸 수 있는 장비가 아니다’라고 해서 주문해야 하지 않겠어요?

    김신호 기상산업진흥원장 직무대리: 예. 그런데 조달관계에서는 상대 업체(레오스피어)가 합의하지 않으면 합의해보라는 그런 것(법령)이 있어 지금 그런 상태에 있습니다.

    이날 여야 의원에게 공히 공격을 받은 고 기상청장은 “라이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12월 10일, 기상산업진흥원과 항공기상청은 케이웨더, 레오스피어와 함께 라이다 장비 성능 재검증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기상산업진흥원은 양일간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 업체 2곳과 항공기상청에 합의서를 보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외부 전문가 4명을 선정, 검사검수 과정에서 양측이 이견을 갖는 5가지 항목에 대해 재검증을 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는 정부와 업체가 각 2명씩 추천해 서로 인정받기로 했다.

    재검증 동상이몽

    과연 윈드큐브200S를 재검증하는 데 케이웨더와 레오스피어로부터 전문가를 추천받는 것이 공정할까? 홍영표 의원은 2월 국회 상임위에서 “항공기상청이 내부에서 이미 장비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왜 업체 사람들을 통해 전문가 추천을 받나. 수요처(항공기상청)에서 문제가 있다고 결론내렸다면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고 기상청장은 “꼭 필요한, 거쳐야 될 절차의 하나”라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케이웨더는 재검증에 동의하지 않았다. 기상청은 “합의에는 참여했지만 합의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고, 2월 기상산업진흥원이 의사 확인을 촉구하자 ‘성능 재검증은 (지난 5월 검사검수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5개 항목에 대해서만, 동시 만족 조건을 강요하지 않는 한에서 소송이나 계약 해지의 증거로 쓰지 않는 조건하에 합의하겠다’는 내용의 회신을 했다”고 답했다. 케이웨더 김 대표는 “이미 지난해 5월 장비에 대한 검사검수는 끝났다. 재검증을 할 의사는 충분히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재검증할 생각도 있다. 하지만 항공기상청이 재검증 자료를 계약 해지의 증거로 쓰려고 하는 ‘패’를 알고 있는데, 당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케이웨더의 주장대로 항공기상청, 기상산업진흥원이 재검증을 하는 것은 계약 해지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다. 계약 해지 후 레오스피어가 국제소송을 하더라도 승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케이웨더가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검증에서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이를 근거로 순조롭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케이웨더는 재검증과 관계없이 일단 항공기상청이 장비 도입을 계약하고 비용을 지불한 후 하자 처분을 내리면 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기상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선다.

    3년에 걸친 라이다 도입 과정. 김경협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능력도 확인 안 된 업체에 입찰해줘 국민 혈세가 49억 원이나 나가게 됐다. 항공 사고는 대형 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에 라이다 도입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사업”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조속한 사건 해결을 위해 정부와 케이웨더 측은 ‘신동아’가 제기한 이면계약서 의혹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기상장비 라이다(LIDAR) 비리 의혹’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지 5월호 198면부터 207면에서 ‘기상장비 라이다 장비 비리 의혹 - 납품업체와 장비회사 이면계약 기계값 뻥튀기, 공사비 이중 수령’ 제목의 기사에서 기상 장비 라이다 도입과 관련해 납품업체 케이웨더와 장비회사 레오스피어사가 이면 계약을 체결해 부당이득을 취한 의혹이 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조석준 전 기상청장은 청장 취임 직전이 아닌 1년 전에 10개월 동안 케이웨더의 예보센터장으로 근무한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케이웨더 측은 장비회사와 이면계약을 맺지 않았으며, 장비가격을 부풀리거나 이중 수령하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고, 보도에 언급된 문서는 장비회사와 맺은 정식 계약서가 아니라고 알려 왔습니다. 그리고 ‘설치된 장비가 8km 이상을 관측하지 못한다’는 보도와 관련, 지난해 외부감리에서 실제로 10km 이상까지 측정되는 것으로 입증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케이웨더는 또 조 전 청장이 취임 3~4년 전 케이웨더 대표가 아닌 대표의 장인에게 돈을 빌린 적이 있으며, ‘이자 변제를 유예하는 대가로 라이다 규격을 15㎞에서10㎞로 하향조정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조 전 청장 취임 이전에 이미 10㎞로 정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케이웨더가 윈드프로파일러 납품 평가서를 위조해 경찰 수사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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