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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특집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나로호 발사 책임자의 담대한 비전

  • 김승조│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seungjok@kari.re.kr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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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2008년 8월 스페이스-X사는 세 번째로 팰컨-1을 쏘게 됐다. 직원들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화면으로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1단 연소는 성공이었다. 그러나 2단 분리, 2단 점화에서 화면이 끊겼다. 알 수 없는 이유로 1단과 2단 로켓이 충돌한 것이다. 350여 명의 직원은 숨을 죽인 채 다시 영상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실패라는 결론이 나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모두 실직자가 되는 것이다.

그때 침통한 얼굴의 머스크가 나타나 연설했다. “여러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오늘 발사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로켓 개발이라는 일이 늘 이렇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1단 로켓은 제대로 비행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현재 발사체를 운용하는 6~7개 국가도 처음에는 모두 실패를 경험했죠. 마침 에인절 투자가 이루어져 두 번 더 발사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외쳤다. “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이 감동적인 연설로 직원들은 다시 고난의 행군을 감수했다. 그리고 4차, 5차의 팰컨-1 발사에 성공하고, 2010년 6월에는 창업 8년 만에 1단 추력 500t의 발사체(팰컨-9)를 만들어냈다. 우주개발의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이 성공은 여러 가지 면에서 획기적이었다. 개발 비용과 기간을 대폭 축소했다. NASA는 500t 추력의 발사체 개발에는 최소 36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는데, 머스크는 단돈(?) 3억여 달러로 성공했다.

가격경쟁에서 자신이 있기에 스페이스-X사는 위성 발사 비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러나 좋은 면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40대 초반에 인생의 꿈을 다 이룬 머스크지만, 아직도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러니 주위 사람들이 불편해진다. 머스크와 일해본 사람들은 그와 일하려면 그가 ‘불편하게(discomfort) 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갑잖은 소식도 들려온다. 의뢰가 쇄도하자 팰컨-9의 발사 비용을 올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업체의 30~50% 수준이라지만, 그의 공언과는 다른 방향이다. 발사 비용을 현재의 10%대로 낮추겠다고 분명히 공언했는데…. 초심을 지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인가 보다.

스페이스-X의 성공은 미국의 기업 풍토 덕분에 가능했다. 미국 대기업은 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한다. 투자를 받아 일어선 벤처기업가들은 거액을 받고 회사를 팔아 새로운 도전을 한다. 아이디어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새 아이디어를 펼치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돼 있는 것이다.

미국 우주산업의 번영과 위기

미국에서 우주산업에 투자한 기업가는 머스크만이 아니다. IT 열풍으로 돈을 번 사업가들이 우주벤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 인물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다. 그는 머스크보다 앞선 2000년 우주관광을 꿈꾸며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체를 개발하는 ‘블루 오리진’사를 창립했다. 이 회사는 NASA가 하는 유인 우주탐사 ‘CCDev(Commercial Crew Development)’ 사업에 스페이스-X사와 함께 참여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은 ‘스페이스십-2’ 개발에 참여한다. 그는 ‘버진 갤럭틱’사의 리처드 브랜슨과 준(準)궤도 우주관광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와 래리 페이지,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 등은 소행성 탐사 후 원광석을 캐오는 비즈니스에 관심을 쏟는다.

1940년대 시작한 미국의 로켓 기술은 1969년 달 착륙에 성공하면서 엄청나게 발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시의 로켓 기술이 현재의 기술 수준보다 부분적으로는 앞섰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그때 개발된 많은 기술이 ‘스핀 오프(spin off)’돼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핀틀 인젝터’ 기술이다. 인젝터(injector)는 연료와 산화제를 적절히 뿜어줘 잘 탈 수 있게 해주는 부품이다. 자그마한 분무 노즐 수백 개를 사용하는 기존 인젝터는 가공비가 많이 들 뿐 아니라 제작도 어렵다. 그러나 핀틀 인젝터는 형상이 단순하고 연소 안정성이 좋으며 제작비도 싸다. 이를 스페이스-X사는 멀린 엔진 개발을 통해 증명해 보였다.

핀틀 인젝터는 1950년대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가 연구하기 시작해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1차 사용했던 것이다. 이후로는 TRW사가 연구 개발해왔다. 뮐러도 TRW사 시절 핀틀 인젝터를 사용하는 300t 추력의 액체수소 엔진 ‘TR106’ 개발에 참여했다. 그 때문에 뮐러가 이 기술을 멀린 엔진에 적용하자, TRW사는 지적재산권 도용 시비를 걸기도 했다.

미국의 항공우주·방위산업체들은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대부분이 개발비용과 이윤을 보장받는 ‘개발비용 플러스알파’ 형태로 계약을 체결한다. 개발 기간과 비용이 불어나면 발주기관이 곤혹스러워지는 제도다. 이것 때문에 NASA는 상당한 압박을 받는다. 화성 착륙을 목표로 개발에 들어갔던 발사체 ‘SLS(Space Launch System)’는 개발비가 계속 증가해 NASA 1년 예산의 30%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방부와 달리 NASA의 연구개발비는 인플레를 고려하면 되레 줄고 있다. 그 때문에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킨 다음에는 우주 공간에 사람을 보낼 수단이 없어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에 매달리는 처지가 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주탐사 목표를 화성에서 소행성 탐사 식으로 자꾸 바꾼 것도 NASA의 발목을 잡았다.

외부 요소도 미국을 압박한다. 미국 ULA사가 발사하는 ‘아틀라스-V’ 발사체는 러시아의 ‘에네르고마쉬(우리의 나로호 1단 엔진도 이 회사 제품인 RD-191이다)’사의 ‘RD-180’ 엔진을 100억 원 정도에 수입해서 탑재한다. 그런데 미국이 이 엔진을 장착한 발사체를 군용 목적에 사용한다는 이유로 러시아가 수출을 금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수출이 금지되면 미국은 아틀라스-V의 발사 서비스를 접어야 한다.

“우리는 우주개발 특공대”

이렇게 열악해진 미국 우주산업 환경이 스페이스-X사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를 반영하듯 스페이스-X의 사원 모집공고에는 자신감이 잔뜩 담겨 있다.

“스페이스-X는 특공대(Special Forces)와 같다.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임무를 수행한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야심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류의 미래에 믿기 힘든 변화를 가져다줄 것을 자신한다. 불가능해 보이고 또 미쳤다고 할 정도로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빡빡한 일정하에 능동적으로 해낼 수 있다면, 당신은 스페이스-X 특공대원이 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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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조│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seungjok@ka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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