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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 유희태 민들레포럼 대표

“민들레는 건강 지킴이자 이웃 지킴이”

은행 부행장에서 ‘민들레 전도사’로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민들레는 건강 지킴이자 이웃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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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시절, 유 대표는 배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1979년엔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1989년엔 우석대 행정학과(야간)를 졸업했다. 또 고려대, 전남대, 원광대, 한양대 등에서 최고정책관리자·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2008년엔 방송통신대에서 ‘자랑스러운 방송대인상’도 받았다. 지난해 전북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데 이어 올해는 전주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졸업 후에도 모교 일에 열성적이어서 현재 전주제일고와 우석대의 총동문회장, 방송통신대 전국총동문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은행권 최고의 중소기업 전문 영업통’으로 불렸던 유 대표는 2009년 1월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인 기업은행에서 퇴직했다. 이후 평소 지론대로 고향인 완주로 내려와 같은 해 9월 비영리 봉사단체를 창립하고 ‘민들레포럼’(minfo.or.kr)이라 명명했다. 민들레처럼 지역사회에 희망의 씨앗을 전파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민들레포럼은 직장인과 서민층, 장애인 등이 주를 이룬 전국 4000여 명의 회원이 매월 내는 회비와 기부금을 바탕으로 인재육성 장학사업, 사회복지 봉사, 서민정책 개발 등의 활동을 한다. 그중 장학사업은 해마다 30명의 대학생과 고교생에게 30만~50만 원씩 ‘민들레 홀씨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 지난해엔 35명으로 수혜 인원을 늘렸다. 올해 목표는 50명.

“제가 고교 시절 400원의 장학금을 받고 다녔어요. 당시로선 아주 큰돈이었습니다. 그때 결심했어요. 취업한 뒤 여건이 되면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반드시 돕겠다고.”

노지에서 친환경 재배



“민들레는 건강 지킴이자 이웃 지킴이”

유희태 대표의 증조부 유영석 선생 사진과 건국훈장 애족장.

유 대표는 같은 해 10월엔 비봉면 천호로 1만여 평의 부지에 민들레를 심고 영농조합법인 ‘민들레동산’(mdrgarden.co.kr)도 조성했다. 37년간 은행원의 외길을 걸은 그는 왜 포럼 활동에 그치지 않고 민들레 재배에까지 뛰어들었을까.

“문득 예전 지인들에게 민들레차를 선물하려고 구했던 민들레의 원산지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시중에서 팔리는 민들레 제품 포장에 인쇄된 주소로 해당 업체를 찾아가봤습니다. 그런데 정작 민들레 재배지는 없더군요. 수집상 주소였어요. 재배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마구 채취한 걸 끌어 모아 제품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민들레를 직접 재배하기로 작심했습니다.”

잎과 뿌리, 줄기, 꽃 모두 식용과 약용으로 쓰이는 민들레인데, 어디서 어떻게 난 건지조차 모르고 먹을 순 없었다. 재배한 것이라 해도 농약이나 제초제를 친 것이면 안 된다. 차량 통행이 잦은 도로변에서 채취한 것도 안 된다. 우리 몸에 축적됐을 때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납 등 중금속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민들레를 깨끗하게 재배하겠다는 소박한 바람은 이내 사업 영역으로 확장됐다. 민들레동산 대표는 유 대표와 아내가 공동으로 맡았지만, 영농조합 일은 아내가 거의 도맡다시피 한다.

민들레동산에선 민들레를 비닐하우스가 아닌 자연노지에서 재배한다. 통상 노지는 비닐하우스보다 민들레의 성장속도가 느리고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커서 재배하는 처지에선 선호하지 않는 곳. 그래도 유 대표는 노지만 고집한다. 또한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쓰지 않고 천연 퇴비만 사용해 키운다. 덕분에 향긋한 데다 약성이 뛰어나다.

민들레동산에서 연간 생산되는 민들레 생초는 한국 토종 민들레 8개종으로 10t가량. 이를 수확해 말리면 그 10분의 1인 1t가량의 건초가 된다. 이는 유 대표가 지역 대학과 연계해 개발한 최초의 티백 형태 침출차인 민들레차를 비롯해 민들레발효음료, 민들레국수, 민들레엑기스, 민들레비누, 100% 민들레 뿌리를 원료로 한 커피 대용 무카페인 침출차인 ‘민들레카페엔’, 물 없이 사용하는 민들레헤어샴푸와 보디클렌저 등 다양한 친환경 가공제품 및 미용용품으로 만들어진다. 광고를 하지 않는데도 입소문이 퍼져 이미 전국 60개 백화점에도 납품되는 등 민들레 효능을 톡톡히 알리고 있다. 민들레동산의 올해 매출 목표는 5억 원에 이른다.

민들레동산을 30분쯤 거닐어보니 사방이 민들레 천지다. 한쪽에선 수확한 민들레에 햇볕을 쬐어 물기를 말리고, 다른 쪽에선 덖고 쪄서 건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풋풋한 건초 냄새가 코끝을 살짝살짝 간질인다. 올해는 기온이 높아 예년보다 열흘쯤 빠른 5월 1일부터 수확을 시작했단다.

“민들레동산을 이곳에 조성한 까닭이 있어요. 그 첫째는 민들레 재배에 안성맞춤인 물 맑고 공기 좋은 청정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는 선조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섭니다.”

유 대표는 조선 세종 때 이종무 장군을 보좌해 대마도를 정벌한 고흥 유씨 중시조 유습 장군의 20대 손. 특히 한 집안에서 9인의 항일의사를 배출한 ‘일문구의사(一門九義士)’ 가문의 후손이다. 민들레동산 자리도 세종대왕이 유습 장군에게 하사한 땅의 일부다.

민들레동산 서쪽 한 켠에 빨간 지붕을 얹은 유 대표 생가 내엔 증조부 유영석(1873~1952) 선생의 사진과 건국훈장 애족장이 나란히 걸려 있다. 유영석 선생은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의암 유인석 장군에게 군자금을 전달하고, 280여 명의 의군단을 조직해 호남과 충남 일대에서 무장 항쟁을 벌인 인물. 그럼에도 광복 후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다 유 대표의 아버지가 향교 유림과 지역 원로를 찾아다니며 증언 등 각종 자료를 수집해 공적서를 제출하고 적극적인 현창사업을 벌여 1983년 국가로부터 그 공훈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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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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