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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PD의 지구촌 현장

우크라이나 내분 속 미·러 군사 충돌 가능성

크림반도 新냉전

  • 김영미 | 국제분쟁지역 전문 PD

우크라이나 내분 속 미·러 군사 충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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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츠크 주 등 돈바스 지역은 크림 반도처럼 러시아계 주민이 50% 이상이다. 친러 무장세력이 관공서를 점령한 도시에서는 새로운 친러 시장이 임명되고, 독립된 행정권을 행사하는 등 사실상 러시아로 합병되는 분리독립화가 진행된다. 여기에도 친러 자경단이 가세했다. 동부 도네츠크 주 슬라뱐스크를 거점으로 코스티얀티니프 등 최소 10개 도시에서 친러 무장 세력이 출몰했다. 이들은 경찰서와 시청, 방송사 등을 무력으로 장악했으며 이제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코프와 수도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중부 지역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다. 분리주의 운동에 반대해온 하리코프 시의 케르네스 시장이 아침 산책 도중 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당해 중태에 빠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뿐 아니다. 크라마토르스크에서도 무장괴한들이 보안국 청사를 점거한 후 분리주의 운동에 반대해온 부시장을 구타하고 경찰서장을 납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슬라뱐스크 시장 넬리 슈테파는 4월 18일, 친러 무장세력 지도자 포노마레프와 면담을 시도하다 실종돼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 고를로프카의 시의원 블라디미르 리바크(42)도 납치 살해됐다. 그는 4월 17일 친우크라이나 시위에 참석한 뒤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올린 ‘돈바스 공화국’ 깃발을 내리고 다시 우크라이나 국기를 올리기 위해 시청으로 들어갔다가 복면을 쓴 친러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 이틀 뒤 리바크 의원은 슬랴반스크 인근 강가에서 모래주머니가 달린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처럼 친러 무장세력의 분리주의 시위가 확산되면서 무법지대가 된 도네츠크에서는 연일 납치와 고문, 살해 등 정치테러가 일어난다. 친러 무장세력의 폭력을 감시하러 온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원까지 친러 무장조직에 의해 납치됐다가 석방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런 친러 무장세력의 동부 점령을 보고만 있을 수 없던 우크라이나 정부는 부활절 연휴 이후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친러 세력을 암암리에 지원해온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개입 의지를 내비친 것이 빌미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군사적 압력을 가한다면 이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주시할 것이며 거기에 맞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해 러시아의 무력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는 4만 명의 러시아군 병력과 군용차량, 탱크를 운영하는 기계화 보병이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러시아는‘단지 계획했던 훈련을 이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에둘러 말하고 있지만, 서방 측은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을 위한 준비로 본다. 자칫하면 친서방 세력이 잡은 우크라이나 서부와 친러 세력이 장악한 동쪽이 분열되며 내전 상태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신냉전 체제 형성

서방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개입에 비판을 쏟아냈다. 4월 17일 우크라이나, 미국, EU, 러시아 등이 합의한 ‘제네바 협약’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한 이후 우크라이나 본토와 국경만큼은 절대 침범하지 않겠다고 서방과 약속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도 러시아에 반발하며 미국, 영국 등 서방세계에 외교·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도움을 요청한다.

서방과 미국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요청에 응해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군사적 행동을 이미 시작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의 군사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정찰기 두 대를 우크라이나 국경에 급파했다. 미국도 F-15 전투기 6대를 리투아니아에 보낸 데 이어 며칠 내에 F-16 전투기 12대와 병력 300명을 훈련 명목으로 폴란드에 파견할 예정이다. 또 미국 핵 추진 미사일 구축함 ‘USS 트럭스턴’은 이날 불가리아, 루마니아 해군과 함께 크림 반도에서 수백 ㎞ 떨어진 흑해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으로선 러시아의 유럽 상륙을 위한 발판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도 러시아의 남진을 걱정한다. 미래에 러시아가 유럽 전체에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크라이나를 두고 서방과 러시아가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1990년대 구소련이 붕괴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으로 생각했던 냉전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부활한 듯한 모습이다.

‘신냉전’으로도 부를 수 있는 이런 긴장은 경제제재 형태로도 나타났다. 미국은 4월 러시아인 7명과 러시아 기업 17개의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 러시안 기업에는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과 푸틴의 ‘개인금고 지킴이’로 알려진 게나디 팀첸코 회장의 볼가그룹도 포함됐다. EU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인사 15명에게 제재를 가했다. 캐나다도 러시아인 9명과 은행 2개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처럼 서방의 경제 압력이 러시아를 압박하자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트 등 6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최하 등급인 ‘BBB-’로 낮췄다.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트는 시가 총액 기준으로 러시아 1, 2위 기업이다. S·P는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도 내렸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의 이념대립이 종식되고 힘의 균형도 한쪽으로 기운 상태이나, 전략적 요충지인 동유럽을 사이에 두고 양측이 공방전을 이어갈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경제제재를 감수하더라도 영토에 대한 중요도를 더 크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방산 수출 금지 조치에 푸틴 대통령이 방위산업체 수입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하겠다고 맞서며 미국을 비난하는 것을 보면 이런 서방의 경제재재가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동안 폴란드의 MD기지 등 ‘서방과 미국 VS 러시아’구도를 이룬 기류를 확실하게 ‘신냉전’구도로 굳히게 된 중요한 사건이다. 대신 우크라이나가 그 ‘대리전’을 혹독하게 치를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를 안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 세계에 몰고 올 나비 효과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동아 201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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