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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대한민국 건설의 최전선을 가다

“한 우물만 파는 건 위험 ‘10년 후 준비’는 CEO 의무”

(주)정암이앤씨 심영우 대표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한 우물만 파는 건 위험 ‘10년 후 준비’는 CEO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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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마저 가격경쟁 내모는 최저가낙찰제”

심영우 정암이앤씨 대표는 건설업계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묻자 뜻밖에도 ‘안전’을 꼽았다. 안 그래도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적으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정부에서도 분야별로 안전대책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한다. 그런데 건설업계는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30년 전, 해외 공사에 파견됐는데 공사 현장 최고 책임자가 ‘세이프 엔지니어’였다. 중요한 공사는 그분 결재가 있어야 작업이 가능했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그런데 우리 건설 현장은 아직도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이젠 안전제일이라는 구호에 머물지 말고 안전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입찰 가격 항목에서 안전 부분을 제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예산 절감을 위해 2001년부터 1000억 원 이상 공사를 발주할 때 최저가낙찰제를 실시한다. 2006년부터는 300억 원 이상 공사로 범위를 넓혔다. 2012년부터는 100억 원 이상 공사까지 확대할 예정이었지만 건설업계의 강한 반대로 보류된 상황이다. 무한 가격경쟁을 조장하는 최저가낙찰제의 평균낙찰률은 60%대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상 덤핑 수주로, 심각한 공사비 부족을 초래해 필연적으로 부실공사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원도급사가 저가 수주를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재수주업체인 하도급사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원도급사는 하도급 공사 입찰을 하면서 고의로 유찰시켜 재입찰을 반복하며 하도급 금액을 낮추는가 하면, 낙찰되더라도 네고(수의계약)를 통해 하도급 금액을 더 낮출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도급 전문건설사들은 발주 단계부터 공사비가 부족하다보니 모든 분야에서 투입되는 비용과 인원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최저가낙찰제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 경쟁 항목에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를 위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가격경쟁에서 이겨 공사를 수주하려면 안전보건관리 항목까지 비용을 줄여야 하니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안전보건관리 항목 비용을 최소화한, 즉 안전관리를 가장 소홀히 하겠다는 업체가 공사를 수주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안전보건관리비 축소는 안전관리자 부족, 안전교육 미흡, 안전보호구 미흡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건설업체로서는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노무비를 삭감해야 한다. 작업팀을 축소하고, 무리해서라도 공기를 단축해야 하고, 미숙련 노동자도 투입해야 한다. 이처럼 노동 강도는 높아지는데, 안전보건관리 비용은 오히려 줄었으니 산업 재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필연적 결과다.

“한 우물만 파는 건 위험 ‘10년 후 준비’는 CEO 의무”

정암이앤씨가 공사중인 삼척화력발전 조감도(왼쪽). 울산 FCC 전경.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실제 전체 취업자 중 건설업 비중이 감소한 반면, 건설 부문의 재해자 비중은 18.6%에서 24.4%로, 사망자 비중은 24.4%에서 29.4%로 오히려 늘어났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의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의 산재다발 사업장(재해율 상위 10%) 대다수가 최저가낙찰제로 발주된(낙찰가가 낮은) 공사로 나타났다. 높은 재해율과 저가 수주 간의 상관관계를 짐작게 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건설 분야 전체 재해자의 74.1%인 1만6888명이 공사금액 20억 원 미만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하도급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많은 대표적 원인으로 부족한 안전보건관리비가 지목됐다.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2013년 기준 하도급사가 안전보건관리비를 지급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8.0%에 달했고, 지급받는다 해도 부족하다는 응답이 52.8%에 달했다. 이처럼 소규모 하도급 현장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원도급사는 하도급사가 채용한 건설일용근로자에 대한 기초안전보건교육비를 지원해야 함에도 이를 주지 않아 하도급사와 근로자가 부담해야하는 상황에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심 대표는 “안전은 가격경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가격입찰 항목에서 안전보건관리비를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자들이 안전한 여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원도급사에서 처음부터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

“안전하게 공사하려는 업체가 안전비용을 많이 사용하겠다는 이유로 입찰에서 떨어진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낳을 뿐이다.”

신동아 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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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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