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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진화’에 대한 제언

규제 풀고, 시장 활짝 열어 물류·FTA·금융 허브 돼야

  • 주명건 │세종연구원 이사장

규제 풀고, 시장 활짝 열어 물류·FTA·금융 허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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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완전 개방과 금융 허브

규제 풀고, 시장 활짝 열어 물류·FTA·금융 허브 돼야

올봄 한-EU FTA 발효로 이탈리아 키위가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한국은 미국, EU와 동시에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후진국 수준으로 인구 편차가 3대 1 정도에 머물러 있다. 소선거구 유권자 1명의 정치권력이 대선거구의 3배이므로 투표권이 왜곡되고 국가정책이 소수의 이권에 따라 움직인다. 소선거구에서 선출된 의원이 막강한 정치력을 행사해 식량무기화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농산물시장 개방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1806년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 이후 영국으로 아무 지장 없이 식량이 수입되면서 식량무기화 주장은 허구라는 것이 입증됐다.

농산물시장을 개방하면 생계비를 낮춰 임금수준을 안정시키고, 경쟁력 있는 산업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에 상응해 상대국의 시장을 개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FTA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 체결한 FTA의 강도를 높이고 한·중 FTA 역시 농산물시장 개방을 포함한 고강도 FTA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한국이 금융 허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미 금융시장을 어설프게 개방했기 때문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한국은 농업을 보호하는 대가로 금융시장을 조기 개방해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미 개방된 자본시장을 다시 폐쇄할 수는 없으므로 오히려 완전하게 개방해 그 이득까지 취해야 한다.

한국은 싱가포르와 비교해 인구가 10배 많고 아시아 경제의 중심인 동북아에 위치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오늘날 동북아3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총 15조5000만 달러인 반면 아세안 10개국의 GDP는 2조1000만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지경학적으로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금융 허브가 되는 것은 전보다 불리해졌다. 또한 중국은 정치·사회체제가, 일본은 관료와 금융산업이 폐쇄적이기 때문에 금융 허브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이 이미 어설프게 개방한 자본시장을 완전하게 개방해 금융 허브를 만드는 것만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금융 허브를 만들려면 세제부담을 줄이고, 쾌적한 주거환경과 교육여건을 제공해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최고 소득세율은 20%인 반면 한국은 38%에 달한다. 높은 세율은 곧 추가적인 비용이 된다. 또한 지금과 같이 인위적으로 양도세와 취득세를 통해 주택시장을 왜곡하면 주거비용을 높여 실질소득수준을 하락시킨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에 맞게 가격이 정해지도록 개입을 최소화하고 보복적 과세를 없애는 한편 세제를 국제수준으로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이에 더해 금융환경의 투명도를 제고해야 한다. 오늘날 일부 기업의 부실화는 금융원칙을 지키지 않은 기업과 이를 방조한 감독기관의 태만이 초래한 결과다. 따라서 투명한 금융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규제는 최소화해 한국의 금융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규모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정학적 위기를 기회로

또한 한국을 세계평화수도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4대 강국의 접점에 위치해 있다. 국력이 약하면 대리전쟁의 장이 될 수밖에 없는 반면 자주국방력을 갖추면 세계평화수도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세계전쟁을 막고 모든 국가가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세계평화수도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함께 G2시대를 이끌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비호 아래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 예측 불가능한 독재국가가 됐다. 지금까지 중국이 북한을 묵인해온 것은 미국을 상대할 때 북한 카드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곧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전쟁은 오히려 중국이 그동안 축적한 부를 상실케 할 위험이 있다. 만약 북한이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면 미국은 명분을 갖고 중국을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해양국가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타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거에 북한이 가졌던 전략적 가치는 사라졌으며 이제 중국은 보다 안정적인 한반도 정세를 희망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적응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리를 역설적으로 세계평화수도로 만드는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볼 때 수도는 양대 세력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중간에 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의 캔버라는 치열한 경쟁관계인 시드니와 멜버른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캐나다의 오타와도 프랑스계 퀘벡과 영국계 토론토의 중간 지점으로 절충해 결정됐다. 미국의 워싱턴DC도 마찬가지다. 독립 당시 북부의 중심인 뉴욕·필라델피아와 남부의 중심인 찰스턴과 애틀랜타의 절충점으로 선택된 곳이 워싱턴DC였다. 나아가서 브뤼셀이 EU와 NATO의 수도가 된 것도 프랑스와 독일의 접점인 벨기에가 유럽공동체 설립을 적극적으로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4대 강국의 접점이 되는 한반도가 세계평화수도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에 한국이 평화수도가 돼야만 하는 당위성을 설득하고 이에 맞는 인프라를 건설해 스스로 국운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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