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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 끝나고 태풍 몰아쳐도 한국서 하던 대로 던질 것”

미국 현지취재 - ‘곰’의 모습을 한 ‘여우’ 류현진

  •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riveroflym22@naver.com

“순항 끝나고 태풍 몰아쳐도 한국서 하던 대로 던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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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 끝나고 태풍 몰아쳐도 한국서 하던 대로 던질 것”

류현진은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에 대해 “열 살 많은 형 같을 때가 있다.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뉴욕 메츠 선수들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 2년차밖에 안 된 선수라는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15승12패(평균자책점 4.40), 이듬해 18승3패(평균자책점 2.90)를 기록하며 ‘괴물 투수’로 이름을 널리 알렸던 뉴욕 메츠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류현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오늘뿐 아니라 지난 시즌에도 류현진의 투구를 직접 본 적이 있다. 그는 제구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다. 어느 카운트에서 어떤 공을 던져야 하는지 알고 있는 선수다.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도 루키 시즌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2년차인 류현진은 그에 못지않은 안정된 마운드 운영을 보이며 다저스의 핵심 선발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류현진과 다나카가 서부와 동부에서 흥미로운 활약을 펼칠 것이다.”

류현진이 다저스 선수단에서 마틴 김 외에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류씨 형제’로 불리는 후안 유리베다. 류현진보다 여덟 살이나 위인 그는 지난 시즌부터 류현진과 가장 가깝게 어울리며 한국 팬들로부터 관심과 인기를 한 몸에 받는다. 한국 기자들이 다저스를 찾을 때마다 유리베는 중요한 취재원이 된다. 류현진과 관련된 어떤 질문에도 싫은 내색 없이 기분 좋은 얼굴로 취재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 후안 유리베

LA 다저스가 필라델피아 원정을 갔을 때 일이다. 경기를 마치고 다저스 선수단이 묵는 필라델피아 시내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류현진은 기자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사전에 약속된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류현진이 자신의 방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맞은편 방문을 세게 두드렸다. 그가 방문을 두드리며 부른 이름은 ‘유리베’였다. 유리베는 당시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상태였고, 경기가 끝나기 전에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마침내 류현진은 유리베를 자신의 방으로 불렀고, 사람 좋은 유리베는 그런 동생의 부름이 싫지 않았는지, 바로 류현진 방으로 건너왔다.



그렇게 기자와 류현진, 유리베가 한 방에 있게 됐다. 그때 류현진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한화 이글스의 정근우였다. 정근우와 영상 통화를 시도한 류현진은 경기에 나가기 직전 원정 숙소에서 편히 쉬고 있는 정근우와 유리베를 영상으로 인사를 시켰고, 한화의 외국인 선수 펠릭스 피에를 찾았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유리베가 한화의 피에와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류현진은 유리베와 피에를 영상 통화로 연결해주려 했던 것이다. 피에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한 정근우는 유리베와 ‘콩글리시’로 대화를 시도했고, 영어가 ‘짧은’ 유리베도 추신수의 베스트 프렌드라는 류현진의 소개에 정근우와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날 유리베가 류현진의 방에서 보여준 행동은 경기장 더그아웃에서 장난치는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류현진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과 동생의 장난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여유와 배려가 기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리베는 류현진에게 “제발 나 좀 그만 괴롭히라”고 웃으며 하소연했고, 장난기가 발동한 류현진은 “유리베가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이러지 않을 것”이라며 뒤통수 때리기에 잔뜩 신나 했다.

투수 류현진과 야수 유리베가 클럽하우스에서 친분을 맺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 현지 기자들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투수와 타자들은 라커룸 위치도 다르고 훈련 스케줄도 엇갈려 서로 부딪칠 일이 많지 않은데도 두 선수는 상식을 뛰어넘는 친분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MLB.com의 켄 거닉 기자(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의 흡연을 거론하며 달리기에서 꼴찌로 들어온 데 대해 체력 문제를 제기함)는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서로 언어도 문화도 포지션도 다른 류현진과 유리베가 어떻게 친해졌는지 궁금증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한 류현진의 대답이다.

“둘 다 미국에서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각각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다보니 메이저리그에서 생활하는 데 이방인만이 느끼는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이방인이라고 해서 모두 유리베 같지는 않다. 푸이그만 해도 유리베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유리베가 내 뒤통수를 때릴 때는 괜찮지만, 푸이그가 그럴 때는 확 열이 받는다.(웃음) 유리베는 나한테 친형 같은 존재다. 나의 모든 걸 다 받아주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다저스가 유리베와 재계약하는 걸 미뤘다. 그때 걱정 많이 했다. 만약 유리베가 이 팀을 떠나면 난 누구랑 놀지? 하는 생각이 앞섰다. 다행히 유리베는 재계약을 맺었고, 내년까진 걱정 없이 한 배를 타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기자가 유리베에게 “만약 류현진이 당신을 한국으로 초대한다면 응할 마음이 있느냐”고 묻자, 유리베는 환한 웃음을 보이며 “현진이가 오라고 하는데 안 갈 이유가 없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현진이와 함께 CF 출연 제의도 받았다. 현진이가 맛집을 소개해준다고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 투수들의 타율 경쟁

내셔널리그에 속한 LA 다저스는 투수들도 타석에 선다. 지난해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든 류현진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본 팬이 한두 명이 아닐 것이다. 류현진의 지난 시즌 타율은 리그 투수 중 8위인 2할7리. 그러나 올해는 타석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6월 9일 현재 23타수 3안타로 1할3푼을 기록 중이다.

“난 타석에 서는 게 재밌다. 한국에 있을 때도 타격 훈련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아, 나도 한번 타격 훈련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 소원을 미국에서 풀게 됐다. 지난 시즌에 너무 좋은 타율을 기록해서인지, 올 시즌 저조한 성적에 팬들이 실망을 금치 못하는 것 같다.(웃음) 마운드에서는 ‘2년차 징크스’가 없는데, 타석에선 그 징크스를 심하게 겪는 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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