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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 끝나고 태풍 몰아쳐도 한국서 하던 대로 던질 것”

미국 현지취재 - ‘곰’의 모습을 한 ‘여우’ 류현진

  •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riveroflym22@naver.com

“순항 끝나고 태풍 몰아쳐도 한국서 하던 대로 던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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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 끝나고 태풍 몰아쳐도 한국서 하던 대로 던질 것”
류현진은 자신과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댄 해런, 조시 베켓 등 선발진 다섯 명이 타격 점수를 매기면서 내기를 한다는 얘기도 털어놓았다.

“선발투수들끼리 안타, 번트, 볼넷, 2루타, 3루타, 홈런, 타점, 득점 등을 구분해 점수를 매긴다. 번트를 실패하거나 삼구 삼진을 당하면 마이너스 점수가 붙는다. 반면에 공을 7개 이상 보면 점수가 플러스되기도 한다. 이렇게 점수를 매겨 합계를 낸 후 제일 높게 나온 선수에게 100달러씩 갹출해 400달러를 전달한다. 지난해 난 딱 한 번 그 돈을 받았다.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은 그레인키다. 난 올해 두 번 정도 받는 게 목표다. 내년에는 세 번. 선발투수 5인의 사적인 게임인데, 은근히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웃음)”

류현진은 팀 내에서 가장 닮고 싶은 선수로 자신보다 한 살 아래인 클레이튼 커쇼를 꼽았다. 지난 스프링캠프 때도 류현진은 커쇼와 한 조가 돼 훈련하며 틈틈이 대화를 나누는 등 첫 시즌 때보다 한층 더 가까운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유리베의 뒤통수치기 장난과는 또 다른 느낌의 친분을 커쇼한테 보인 것이다.

“내가 영어가 짧은데도 커쇼는 나를 기다려줄 줄 안다. 어떤 얘기를 해도 진지하게 받아준다. 가끔은 커쇼가 나보다 한 열 살은 많은 형 같을 때도 있다. 나이답지 않게 점잖고 뛰어난 실력과 인성을 갖춘 선수라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류현진은 시즌 전 시범경기에서 커쇼가 부진을 거듭하자, 커쇼에 대한 주위의 우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로 커쇼를 두둔했다. “커쇼는 커쇼다. 정규 시즌 들어가면 에이스 본능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 실제로 커쇼는 6월 9일 현재 시즌 5승째를 거두며 다저스의 마운드를 강건하게 지키고 있다.



# ‘강심장’ 류현진

MBC스포츠에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전담하는 허구연 해설위원은 “류현진처럼 자신감 있게 피칭하는 선수가 흔치 않다. 메이저리그 2년차가 베테랑 선수처럼 영리하게 경기를 운용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넉넉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마운드에서만큼은 머리 회전이 뛰어나다는 얘기는 김인식 전 한화 이글스 감독도 강조했던 내용이다. 이에 대한 류현진의 생각이 궁금했다.

“사람들은 나더러 ‘영리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난 내가 그리 영리한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단, 상황에 대한 판단이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부분은 있다. 그런 점이 다른 투수보다 더 뛰어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는 ‘영리하다’ 할 것이고,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는 ‘생긴 대로 던진다’고 말하는 게 여론이다. 그래서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소속 선수로 활약하지만, 자신의 출신에 대해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지난해엔 불펜피칭을 거른다거나 마운드에서 설렁설렁 한다거나 담배를 피운다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지적을 받지 않았다. 지난해엔 루키였는데도 한국에서 몸에 밴 생활 습관을 메이저리그라고 해서 바꾸고 싶지 않았다. ‘하던 대로 하고 살겠다’는 생각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고’ 소릴 듣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자존심 상했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변함없는 모습을 보이며 성적을 내는 게 중요했고, 지금까진 운 좋게 순항 중이다. 설령 태풍이 불어오고 홍수가 난다고 해도 내가 해오던 생활 패턴은 바꾸지 않을 것이다.”

투수들이 가장 꺼리는 것은 홈런과 볼넷일 것이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루키 신분으로 메이저리그를 경험하면서 그도 잠시 홈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홈런을 맞게 될까봐 걱정이 앞선 적도 있단다.

“투수는 마운드에 서면 누구에게 기댈 수가 없다. 오로지 포수의 사인에 맞게 제구가 되는 공을 던져야 한다. 그러나 실투가 생기고, 그게 홈런으로 이어지면 순간 멍해진다. 얻어맞는 데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지난해 몇 차례 그런 경험을 했다. 올해는 가급적 편하게 생각하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다. 내가 스피드로 승부를 거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낮게 제구되는 공으로 상대 선수를 공략한다. 결국은 자신감과의 싸움이다. 그게 있고 없고에 따라 경기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야구 기자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피터 개몬스. 저명한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인 그가 올해 3월 애리조나 캠프에서 기자에게 전해준 내용이 떠오른다. 그는 올 시즌 류현진의 활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류현진은 탁월한 완급 조절 능력을 가진 선수다. 그는 지난 시즌을 통해 팀 내 3선발로 자리를 확고히 했고, 커쇼라는 훌륭한 에이스가 방패 역할을 해주며 앞을 든든히 지켜준 덕에 루키 시즌에 안정적으로 빅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비록 지난 시즌 사이영상 수상에 빛나는 커쇼의 그림자에 가려진 부분이 있지만 올 시즌 류현진은 팀이 어려울 때 진가를 발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해 보일 것이다.”

피터 개몬스의 예상대로 류현진은 커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올 시즌 에이스급 활약을 펼친다. 류현진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지금은 성공 운운할 수조차 없는 성적이라는 것. 다저스의 진정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을 때, 약간의 만족감을 나타낼지도 모른다. 겉으론 ‘곰’처럼 보이는 류현진. 그의 성공 비결은 속 안의 ‘여우’ 기질이 아니었을까. 물론 그는 여우란 단어를 싫어하겠지만 말이다.

신동아 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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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riveroflym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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