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밀착 취재

외국인 환자 63만 명 진료수입 1조 원 불법 브로커 감시는 낙제점

의료관광 5년 성적표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외국인 환자 63만 명 진료수입 1조 원 불법 브로커 감시는 낙제점

3/3
병원에서는 수술 전후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아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환자가 책임진다는 내용의 수술계약서를 보여주고 사인을 받는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 환자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수술 후 일주일도 안 돼 출국하는 환자는 스스로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데 주의사항을 따르지 않아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한 등록업체 직원은 “나 같은 경우는 출국 전 종이에 주의사항을 써주는데 그렇게 해도 사고가 나더라. 이럴 때 등록업체에서는 중간에서 의견을 조율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지만 불법 브로커를 낀 경우엔 해결책을 찾기가 힘들다. 불법 브로커는 수수료를 챙기는 순간 자기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긴다. 문제가 생겨도 나 몰라라 한다. 성형 선진국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게 하려면 알선행위를 하는 자가 등록업체의 현 직원인지를 확인하게끔 정부가 나서서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불법 브로커를 솎아내고 탈세를 막을 수 있는 최상의 해결책으로 ‘진료비의 부가세 환급’을 내놨다. 외국인 환자가 출국할 때 국내 의료기관에서 지출한 의료비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되돌려주는 환급제도를 시행하자는 주장이다. 의사회의 한 임원은 “부가세 환급을 통해 환자가 수술비로 얼마나 썼는지를 알게 하면 탈세와 불법행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수술 전후 사진을 조작해 거리와 대중교통, 인터넷에 올려 성형쇼핑을 부추기는 무분별한 광고·홍보 행위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관광이 창출할 ‘좋은 일자리’로 기대했던 의료관광코디네이터도 유명무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의료관광코디네이터는 외국인 환자의 쇼핑과 관광을 돕고 병원과의 소통 창구 노릇을 도맡는 신종 직업이다. 2009년 정부가 의료관광을 돕는 의료관광코디네이터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후 전국 각지 직업교육원은 의료관광코디네이터 과정을 신설했다. 60만 원 내외의 교육비와 짧게는 15일, 길게는 한 달 반의 시간을 투자해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들에게는 일정 시험을 거쳐 민간자격증을 발급했다. 하지만 이런 민간자격증이 실무 경험을 중시하는 등록업체나 병원에 바로 취업할 수 있는 보증수표는 될 수 없었다.

김빠진 의료관광코디네이터

등록업체 관계자들은 “외국인과 언어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병원의 진료내용을 익히고 현장 경험을 한두 달 쌓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의료관광코디네이터”라고 말한다. 등록업체들은 사업 초창기 중국인과 언어 소통이 가능한 조선족과 중국인 유학생, 중국알선업체의 한국지사 직원 등을 채용해 의료관광코디네이터로 키웠다. 이들에게 부족한 진료에 대한 이론교육과 현장실습 경험은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에서 지원해줬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중국인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도 중국어를 잘하는 직원을 자체적으로 뽑아 업무를 가르친 후 의료관광코디네이터 노릇을 하게 한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의료관광코디네이터자격증이 있다기에 면접을 봤는데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 이론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아는 게 없었다. 의료관광코디네이터로 채용되면 기본급 얼마에 환자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 몇 %를 받는다고 들었다며 월급에만 관심을 보였다. 그 뒤에는 그런 자격증이 없는 사람만 뽑아 우리 병원의 특성에 맞는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해 현장에 투입한다”고 했다.

직업교육원들에서 발급을 남발하던 민간자격증은 지난해 9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시험을 처음 시행한 이후 사라졌다.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시험은 1차 필기, 2차 실기시험이 있고 1, 2차 모두 합격한 이에게 자격증을 준다. 지난해 이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모두 662명. 실기시험까지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한 이는 49명뿐이다. 합격률이 10%를 밑돈다.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합격하기 힘든 시험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교육과정을 올해 개설한 직업교육원은 전국에 39곳뿐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업교육원의 취업률과 강사, 교육내용 등을 종합해 국비를 지원한다. 국비 지원을 받는 교육과정이 10만 개에 이르는데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라는 이름의 교육과정이 39개밖에 열리지 못한 것을 보면 ‘수요가 많고 취업이 잘되는 인기 직업’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시험은 8월에 실시된다. 현재 이 교육과정을 개설한 직업교육원에서는 60시간만 수강하면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교육원 직원은 “국비 지원을 받을 순 있지만 교육비 카드가 나올 때까지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며 “시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실기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대부분이 59만 원의 수강료를 다 내고 교육을 받는다”는 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의료관광이 돈벌이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성토가 감성에 치우친 넋두리만은 아닌 듯하다.

정부 차원에서 의료관광을 육성하면서 의료업계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질보다 양이, 의사의 양심보다 주머니가 먼저 고려되는 씁쓸한 일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정부는 이런 와중에 의료법인이 영리자회사 설립 외에도 여행업, 외국인 환자유치사업, 온천·목욕사업, 숙박업 등의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6월 11일부터 7월 22일까지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업들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한 성형외과 원장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돈 놓고 돈 먹는 세상이다. 왜 그렇게 힘들게 공부했을까. 대기업에 들어가서 월급 받으며 살걸.”

외국인 환자 의료관광 실태

“중국인 가장 많고 성형외과 선호”


국적별 외국인 환자 수는 중국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1년까지 한국 의료관광의 일등 고객이던 미국은 2012년부터 2위로 내려앉았다. 러시아는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3위국으로 부상했다. 카자흐스탄과 아랍에미리트 환자도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 각각 118.0%, 186.9%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한 외국인 환자의 국적은 총 191개국에 달한다.

연간 1000명 이상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 의료기관은 2009년 16개소에서 2013년 58개소로 늘었다. 외국인 환자 유치 규모가 연간 100명 이상인 곳도 2009년 66개소에서 2013년 223개소로 3.4배 증가했다. 2013년 의료기관의 종별 외국인 환자 유치 비중은 상급 종합병원이 36.8%로 가장 높았고, 종합병원이 25.1%로 그 뒤를 이었다. 종합병원의 외국인 환자 수는 전년 대비 56.2%가 늘어난 데 반해 한방병원의 외국인 환자 수는 전년대비 14.3% 줄었다.

진료과별 외국인 환자 비중은 내과가 가장 높았고 검진센터, 피부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순이었다. 2013년 검진센터의 외국인 환자 수는 전년 대비 17.7%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성형외과의 외국인 환자 수는 전년 대비 51.4%가 늘어났다.

지난 5년간 외국인 환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진료과도 성형외과다. 2009년 2851명에서 2013년 2만4075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중국 환자가 2009년 4725명에서 2013년 5만6075명으로 12배 가까이 늘어난 점과 맥을 같이한다.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진료과목이 성형외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진료비를 지출한 외국인 환자의 국적도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인 환자가 지출한 총 진료비는 1016억 원으로 전체 진료수입의 25.8%를 차지했다. 러시아 환자가 쓴 총 진료비는 총 879억 원. 전체 진료수입의 22.3%다. 지난해 러시아 환자는 1인당 평균 366만 원을 진료비로 썼다. 반면 중국 환자는 1인당 181만 원의 진료비를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동아 2014년 7월호

3/3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외국인 환자 63만 명 진료수입 1조 원 불법 브로커 감시는 낙제점

댓글 창 닫기

2022/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